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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도 벌써 20일 가까이 흘렀지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별로 나아진 게 없는 듯하다. 에너지 부문 부패 스캔들로 오른팔 격이 예르마크 대통령 실장이 낙마하고,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도 미-러 vs 우크라-유럽의 갈등 구조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재정및 무기 지원이 끊어진 상태에서 유럽의 2026, 2027년 지원 금액도 당초 예상(연 1,100억 유로)에서 2년치 900억 유로로 크게 줄었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이 14일 로이터 통신과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의 걸림돌로 푸틴 대통령이 아닌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목해 충격을 안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새해 들어 파리에서 유럽 정상들과 20개 항의 평화 계획(평화안)을 비롯해 전후 안보보장 구상및 재건 프로젝트 등에 합의한 뒤 이를 미국 측에 넘겼는데,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젤렌스키 (대통령)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무형 압력과 전선 상황, 동원 과정에서의 난맥상, 군내 탈영병 문제, 키예프(키이우) 등 우크라이나의 에너지난(전력및 난방 중단 사태), 터져나오는 정치권 안팎의 부패및 비리 등을 제외하고도 새해 들어 젤렌스키 대통령을 괴롭히는 이슈는 또 있다. 전쟁 비용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2월 새해(2026년) 예산안을 가까스로 확정했지만,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메울 방안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를 마련할 현실적인 방안이 난감하다. 환율을 대폭 올리는 방법(흐리브냐화의 평가절하)으로 임시 변통은 가능하지만, 가뜩이나 지난 4년간의 전쟁으로 취약해진 우크라이나 경제를 한방에 훅 가게 만드는 시한폭탄이 될 위험이 크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4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년(2026, 2027년) 간에 걸쳐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900억 유로의 차관 중 600억 유로를 무기 구입에, 300억 유로를 예산 지원에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 기준에 따라 오는 4월 첫 자금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트라나.ua는 "이같은 방식으로 유럽의 재정 지원이 이뤄진다면, 우크라이나는 새해 예산 집행에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래 900억 유로는 우크라이나의 향후 2년간 부족한 예산(연간 450억 유로)을 충당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었다. 키예프(키이우)는 이미 유럽 측에 비슷한 재정 지원을 요청했고, 무기 구매는 다른 재원(나토의 자금으로 미국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프로그램, PURL:Prioritised Ukraine Requirements List,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으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토 회원국들이 무기를 사줄 자금이 부족하니, 900억 유로 중 3분의2(600억 유로)를 무기 구입으로 돌리겠다는 게 EU 집행 위원회의 방침이다.
사실 2년치 900억 유로도 지난 4년(연 1,100억~1,200억 달러)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것이다.
EU 집행위원회의 계획대로라면, 우크라이나는 새해 총 450억 유로(2년 900억 유로) 중 150억 유로만 재정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자금으로 받게 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편성할 당시, 잡았던 지원 금액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게 스트라나.ua의 지적이다.
게다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무기 구매 자금 600억 유로의 사용처를 놓고 유럽이 대립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프랑스에서 우크라이나가 EU 지원금으로 미국 같은 제3국이 아닌 유럽산 무기를 구매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다른 회원국들과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EU가 그동안 방위 물자 공급을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며 회원국들에게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유럽 군수물자를 사자)을 촉구해 왔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도 유럽산 구매및 제공을 주장한 셈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유럽에도 미국산 무기 대체재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는 15일 프랑스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프랑스는 (2025년 2월 트럼프-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충돌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정보 제공을 한때 중단한) 미국을 대신해 우크라이나에 군사 정보의 약 3분의 2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같은 견해를 거듭 제시했다. 그는 "이탈리아, 영국 파트너들과 함께 미국의 패트리어트 시스템보다 더 효과적인 방공 시스템(SAMP/T)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체계를 운용 중인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구멍난 새해 예산을 메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노르웨이와 영국, 일본과 같은 비EU국가들에게 손을 벌리고,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관으로부터 차관을 받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또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 대한 이자를 유럽 측에 미리 앞당겨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같은 노력으로도 2026년 예산안에서 확인된 재정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러시아군의 계속된 에너지 부문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수급 상황이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세수(기업들의 세금 및 수수료 수입 등)가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들고, 에너지 시스템의 복구를 위한 추가 지출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3일 최고라다(의회)를 통과한 우크라이나 2026년 예산안에 따르면 세입은 2조9천200억 흐리브냐(약 101조원)로 전년(2025년) 대비 4천150억 흐리브냐가 늘었다. 세출은 4조8천300억 흐리브냐(약 168조원)로, 이중 거의 60%에 해당하는 2조8천억 흐리브냐(약 97조원)가 국방비다. 세르게이(세르히) 마르첸코 재무장관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7.2%가 군과 무기 생산 및 구매 예산(국방비)으로 배정됐다고 밝혔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해 9월 새해 예산안을 의회로 넘길 때 재정 적자를 GDP의 약 18.5%로 편성했다. 2조 7,900억 흐리브냐의 외부 자금 조달이 필요한데, 당시 환율로는 660억 달러에 달했다. 마르첸코 재무장관은 의회 심의 당시, 최소 450억 달러 이상의 외부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설명했다.
설사 450억 달러라고 하더라도 EU의 재정 지원액 150억 유로와 비 EU 국가들의 지원, IMF 차관 등을 모두 합쳐도 최소 100억 ~150억 달러가 부족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이를 국내에서 메우기 위해서는 비상 조치가 필요한데, 바로 큰 폭의 흐리브냐 평가절하다. 달러당 60흐리브냐(현재 43~44흐리브냐)로 평가절하하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닐 수도 있다고 스트라나.ua는 우려했다.

재정적자를 메우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 국가가 지급하는 급여나 연금의 동결 또는 삭감을 포함해 비군사적 지출(주로 사회보장비용)을 크게 줄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사회 전반에, 또 국민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럽게 만들 수 있다.
바이러시아 buyrussia21@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