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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2기의 외교 정책을 담당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의 상원 인사청문회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렸다. 전세계 외교및 안보 담당자에게는 최고의 관심사다. 트럼프 새 행정부가 지향하는 외교 정책의 근간(根幹)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청문회에서 트럼프 새 외교 정책의 윤곽이 대략적으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언론은 루비오 후보자의 대(對)북한, 대중국 성향에 주목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한 그의 발언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는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미국의 주요 외교 현안을 언급하면서 '보다 광범위한 관점에서 정책 (재)검토'를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외교 노선에서 탈피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어쩌면 당연한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 우려스러운 대목도 없지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미국의 새로운 선택과 집중의 문제로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6일 이날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트럼프 측근들의 발언'(Заявления соратников Трампа)이라는 코너에서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을 근거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의 가능성과 변수, 흐름 등을 조심스럽게 분석, 전망했다.
이 매체는 "워싱턴의 대(對)우크라 전략이 트럼프 새 정권하에서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상원 청문회에서도 또 입중됐다"며 "(러시아가 종전 방안으로 제시한) '우크라이나의 중립화와 대러 제재 완화는 궁극적으로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한 루비오 후보자의 발언이 특히 주목을 끌었다"고 전했다.
이런 대목이다.
“이(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야 한다. 모두가 현실적이되어야 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모두 양보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할 가능성은 없지만, 우크라이나가 점령 영토를 탈환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우크라이나에게 문제는 자금 부족이 아니라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엄청나게 파괴됐다. 재건하려면 몇 세대가 걸릴 것이다.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집을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는 무너지고 있으며, 복원에는 수천억 달러, 수십 년이 소요될 것이다."
주요 외신들이 주목한 것은 루비오 후보자가 청문회 모두(冒頭, 개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일체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의 주요 위협으로 꼽은 '자유주의 세계질서'와 '중국 대응'에만 시간을 할애했다.
그가 4년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치고 중국의 위협을 주로 거론했다는 사실은, 트럼프 2기 외교의 우선 순위를 가늠하게 한다. 쓸데없는 소모전에 불과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중국을 상대하는데 돈과 시간을 쓰겠다는 뜻이다.

스트라나.ua는 "유럽 단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끌어갈 수 있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러시아와 통큰 타협을 하더라도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게 그가 내린 정답"이라고 해석했다. 더욱이 존 랫클리프 CIA 국장 후보자는 나토(NATO)가 러시아와 직접 맞닥뜨리면 핵전쟁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노선은 중국과 맞상대하기 전에 러시아를 떼어내 중국을 고립화하는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루비오 후보자가 개회 연설에서 공식화한 미국 새 외교 정책 방향과 맞다.
트럼프 새 외교팀의 정책 (재)검토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초 공화당내 강경파(네오콘)가 그렸던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를 목표로 내세웠다. 특수 군사작전(전쟁)을 시작한 푸틴 대통령 체제의 전복과 러시아 연방 붕괴다. 그럴 경우,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강력한 파트너를 잃게 된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미국의 이같은 구상은 본격적인 미국 대선을 앞두고 허황된 꿈이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전략적 패배 전략을 계속 고집하기 보다는 이쯤에서 중단하는 게 현실적으로 미 국익에 부합된다는 결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방의 가혹한 대러 제재 결과, 러시아의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사실상 유럽시장에서 퇴출되면서 미국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차지했고, 유럽 각국은 국방력 강화를 위해 미국 무기를 더 많이 사갔다. 또 유럽의 미국 의존도는 급격히 높아졌고,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해온 유럽연합(EU)이 미국을 빼고 독자적으로 지정학적 게임을 할 수 있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이쯤에서 전쟁을 멈추는 게 계속하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득이 된다는 판단이 섰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대선의 결과가 바뀌었더라도(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승리)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나섰을 것이라고 미 워싱턴 포스트(WP)가 전망한 이유다. 워싱턴의 핵심 그룹(오피니언 리더)은 이미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접근 방식을 고민하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미국이 푸틴 대통령이 2024년 6월 발표한 평화협정 4대 조건(우크라이나 4개주 점령 인정, 중립화, 반나치화, 제재 해제)의 틀 내에서 모스크바와 쉬 타협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루비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러시아를 '세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재 정권의 하나'로 지목하고,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러시아가 다시 공격할 수 없도록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최전선에서의 휴전을 전제로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해제에 관해 모스크바와 대화할 자세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전쟁 발발 직전 러시아가 2022년 1월 미국(10일)과 나토(12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13일)와의 잇단 마지막 담판에서 제기한, 유럽의 새 안보지도 속에 포함된 동유럽에서의 미군(나토군) 철수 문제도 의제에 오를 가능성도 예상된다.
당연히,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에는 미국이 러시아의 무리한(?) 요구에 응해서는 안된다는 강경파가 존재하지만, 키예프(키이우)가 워싱턴의 대러 협상 전략과 그 결과에 저항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평화유지군의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 파견을 휴전 조건으로 내걸고, 군대 파견을 논의하는 프랑스와 영국도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결정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당초 트럼프 팀(정권 인수위) 내부에서도 검토 대상이었지만, 러시아가 극구 반대하고 있어 미국이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프랑스와 영국이 미국의 최종 결정에 반대하고 나서면, 미국의 대우크라 지원 중단 등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관건은 2022년 1월 초로 되돌아가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러시아와 미국과의 담판이다. 4년전과는 협상 담당자와 분위기가 달라졌지만,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미-러 간에는 유럽 안보를 보는 입장의 차이와 상호 불신이 크고 깊기 때문이다. 전쟁을 끝내는 데 따른 현실적, 지정학적 이득이 양국 간 불신의 골을 넘어설 수 있다면, 어떻게든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할 것이다. 현 상태에서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미-러 협상의 승패를 가르는 또하나의 변수로 중국의 존재를 들 수 있다. 루비오 후보자는 중국을 "가장 강력하고 위험하며, 미국이 (그동안) 직면한 적 가운데 가장 대등한 적"이라며 “21세기는 미-중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정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같은 시각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어떻게 바꿔놓을지가 관심이다.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편에 서서 전쟁의 조기 종식을 주장하며, 독자적인 평화안을 내놓았다. 그 이면에는 전쟁으로 더욱 밀착한 미-유럽 관계를 전쟁 이전으로 되돌린 뒤 유럽 각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소위 '일대일로' (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중국의 서부 진출 전략인 신실크로드) 정책을 계속한다는 구상이 숨어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면 몰라도, 트럼프 새 행정부가 중국을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적'으로 규정한 상태에서, 중국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편을 들어 러시아에 압력을 가할 수 있을까? 중국은 종전 후를 겨냥해 대러 관계를 더욱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이 러-우크라 양자 뿐만이 아니라 러-미, 러-나토(유럽), 러-중, 나아가서는 미-중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3차원, 4차원 방정식이 될 게 유력하다. 그만큼 타결로 가는 길이 험하고 멀어 보인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