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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총선과 평화안 국민투표(6일 로이터 통신)→"성공적인 협상, 좋은 일 있을 것"(6일, 시차상 7일 트럼프 미 대통령)→"미국, 올 여름 시작 전까지 전쟁 종식 원해"(7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러, 앵커리지 미-러 합의 사항 존중 요구(9일 라브로프 러 외무,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24일 5월 대선과 국민투표 실시 공식 발표(11일 파이낸셜 타임스·FT)→"우크라 협상 대표, 모스크바 갈 수도"(11일 타임스 오브 우크라이나)→우크라, "선거 실시 계획 없다" 부인(11일 젤렌스키 대통령)
4일, 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위한 미-러-우크라 3자 후속(2차)협상이 끝난 뒤 대선과 국민투표 등 우크라이나 정치 일정을 놓고 한바탕 폭풍이 몰아쳤다. 결론은 주요 외신들의 오보? 아니라고 우긴다면, 분명한 목적과 의도를 갖고 고급 정보를 흘린 우크라이나 측에 이용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 로이터 통신과 FT 등 영국 언론이 이 보도에 앞장 선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잘 알다시피, 영국은 우크라이나 측에 '전쟁 지속'을 요구하면서 군사 지원에 앞장서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지및 후원자로, 홍보(나쁘게 말하면 프로파간다)에 이용당하는 것도 흔쾌히 감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은 객관적으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특히 두 차례 아부다비 3자 협상에서 러시아 대표단을 이끈 이고리 코스튜코프 군총정보국(GRU, 정보총국) 국장을 보좌하는 제1 부국장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가 6일 모스크바에서 총격을 당해 죽다가 살아났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배후에 있다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중간 수사 발표는 3자 협상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3자 협상 차기 회의를 앞두고 러시아는 이 사건을 대(對)우크라 압력 카드로 활용할 게 분명하다. 알렉세예프 부국장 총격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쏠릴 무렵, 우크라이나 정치 일정이 보도됐다. 총격 사건에 대한 관심은 쑥 들어갔다. 이틀 후인 8일 사건 범인들이 줄줄이 체포됐지만, 서방 외신에선 기대만큼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선거 등 정치 일정에 관한 로이터 통신의 첫 보도가 나오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튿날(7일) 마치 이를 확인하듯 "미국이 평화 협상 타결에 사실상 시한을 두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의 미-우크라 평화 협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3자 협상 테이블에서 오간 내용에 대한 정보가 거의 유출되지 않는 상태에서 협상 진전에 관한 아주 간단한 귀띔도 언론에게는 귀가 솔깃한 정보다. 앞뒤 가리지 않고 덥석 물 가능성이 높다. 객관적인 정황과도 배치되지 않았다. 11월 중간 선거로 시간에 쫓기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타결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았다. 타결되면 중간선거에 플러스(+), 실패할 경우 마이너스(-)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같은 약점을 러시아든, 우크라이나든 최대로 활용할 게 자명하다.
우크라이나에게 미국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민주당 주도의 미국 상하 양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우크라 압력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는 바이든 전임 대통령 시절에 버금가는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만 하다. 우크라이나에게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게 중간선거를 앞둔 현재, 최선의 선택이다. 아쉽게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11일 언론들의 정치 일정 보도를 부인함으로써 '쇼'(?)는 끝났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2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젤렌스키 (대통령)의 새 임기 계획과 부다노프 (대통령 실장)의 변수'(Планы Зеленского на новый срок и фактор Буданова)라는 코너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11일) 대선과 (평화안에 대한) 국민 투표 실시를 (전쟁 발발 4주년을 맞는) 오는 24일 발표할 것이라는 FT 보도를 직접 부인했다"며 "그는 휴전이 선언된 후에야 선거가 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주(州) 철군을 휴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선거 실시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이 매체는 내다봤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FT의 취재 과정에 연루돼 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짚었다. FT 보도 내용이 11일 아침부터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뒤늦게 저녁에야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는 것.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가 2월 24일 선거를 공식 발표하는 연설을 한다는 걸, 나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트라나.ua는 "대통령 측이 직접 언론에 정보를 흘려 여론과 언론의 반응을 살핀 후, 공식적으로는 부인했다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5월 15일이라는 날짜는, 3자 협상에 참가한 다비드 아라하미야 집권여당 '인민의 종' 대표가 지난 10일 최고라다(의회)의 한 회의에서 밝힌 것이라는 주장(친여 성향의 골로스당 소속 야로슬라프 젤레즈냐크 의원)도 나왔다. "따라서 젤렌스키 정권은 5월 15일이라는 날짜를 분명히 알고 있었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FT에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스트라나.ua는 추측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치 일정 보도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강조한 것은 전후 안보 보장과 휴전이다. 세간의 모든 관심을 우크라이나가 미국(안보 보장)과 러시아(휴전)에 요구하는 두 가지 쟁점을 더욱 부각시키는 쪽으로 돌리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서방 언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협상 의지를 보여주는 부대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협상의 걸림돌은 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 직접 언급한 게 지난달(1월) 14일이었다. 미국의 중간 선거까지는 더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화를 돋구지 말아야 하는 우크라이나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다보면, 중간선거로 미 의회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과시적인 경제, 군사, 정치적 전술이 모스크바와 충돌하고, 미-러 관계가 악화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러시아에 양보 압력을 강화할 전망이 높아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가까운 정치학자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이 정치적 기술적 측면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선거를 치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며 "누군가는 대선과 국민투표 준비에 대한 멋진 프리젠테이션을 만들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 방향으로 실질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선거와 국민투표는 평화 협정이 체결될 때만 가능하며, 협상의 핵심 주제가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 군대의 철수로 남아 있는 한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시간은 미-러-우크라 중 누구 편일까? 미국은 일단 아니다. 우크라이나 선거 일정의 보도 소동도 시간에 쫓기는 미국의 객관적인 정황이 그 토대가 됐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 행정부는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에게 5월 15일까지 두 차례의 투표를 모두 실시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보장을 잃을 수 있다고 협박했다.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평화 협상에 쓸 시간과 정치적 여력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선거를 조속히 치러야 할 객관적인 필요성도 있다. 지난 2019년 당선된 젤렌스키 대통령과 의회 의원들은 법정 임기인 5년을 훌쩍 넘긴 상태다. 계엄령을 이유로 현직에 머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법적 정통성에 문제를 삼고, 평화 협정 체결은 합법적인 국가 수반(대선이 치러지지 않을 경우, 의회 의장/편집자)의 몫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러시아도 언제까지 장기 소모전을 계속할 여건은 분명히 아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이 9일 "우크라이나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앵커리지에서 (미-러 간에) 합의된 사항들이 존중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강하게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라는 뜻인데, 러시아도 미 중간선거 결과가 몰고올 후폭풍을 모를 리가 없다. 게다가 미국은 러시아 석유 산업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고, 공해상에서 러시아 '그림자 함대' 소속의 유조선을 나포하고, 인도 등 제 3국에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막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러시아는 압박감을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전쟁 비용 부담도 가중될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러시아는 미국에게 12조 달러(약 1경7천600조 원) 규모의 양자 경제 협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對)미 협상을 담당하는 드미트리예프 대통령 특사의 이름을 딴 소위 '드미트리예프 패키지'다. 전쟁 이후 달러 기반의 대외 교역을 축소해온 러시아가 모든 교역을 달러 기반으로 되돌리겠다는 과감한 제안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게 미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다. 이같은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 짓고, 전쟁 종식이라는 신속한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또 다른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러시아가 합의를 서두르는 데에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 그동안 '전시(戰時) 호황'을 누리던 러시아 경제가 마침내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영국 일간 가디언(6일자)을 통해 전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러시아의 작년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6%, 0.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2년 초 전쟁 발발과 함께 배럴당 90달러에 달했던 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은 작년 말 50달러 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전쟁 초기 러시아 예산의 40%를 책임지던 에너지 관련 세수는 작년 3분기 기준 25%까지 급감했다.
더욱 구조적인 문제는 '인구 절벽'이다. 러시아 인구는 2019년 1억4천550만 명에서 2024년 1억4천350만명으로 약 200만명 감소했다. 전쟁 사망과 해외 이민, 저출산이 겹친 결과다. 최소 수십만 명이 전쟁터로 자원 입대하면서 일할 사람이 모자란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온지 오래다. 벨기에 브뤼셀의 싱크탱크 브뤼겔의 마렉 다브로브스키 박사는 가디언에 "전쟁에 따른 기업 환경도 문제지만, 극심한 노동력 부족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렘린은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법인세를 20%에서 25%로, 부가가치세를 20%에서 22%로 인상하는 등 '증세 카드'를 꺼냈다. 고금리와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 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뒤따르는 건 여론 악화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응답한 러시아인은 39%로, 전쟁 초기인 2022년(29%)보다 10%포인트 증가했다. 물론, 러시아가 앞으로 1년, 2년간은 전쟁을 계속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반론도 있다. 러시아 경제 분석가 블라디슬라프 이노젬체프 박사는 "푸틴 정권은 중앙은행에 돈을 찍어내라고 독려하고, 세금을 계속 올리며 국유 부동산을 팔 것"이라며 "그렇게 2026년, 더 나아가 2027년까지는 전쟁을 치를 자금이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중간선거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끌고 싶어하는 우크라이나에게도 현실적인 고민이 적지 않다. 러시아군의 에너지 기반 시설 공습이 혹한의 날씨와 겹쳐 우크라이나에 정전및 난방 중단사태로 이어지고,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비탈리 김 니콜라예프 주지사 등 주요 인사들도 "영토보다는 사람이 먼저"라는 말로 평화협상의 타결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전쟁 승리까지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디겠다는 전쟁에 대한 사회 여론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공공연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전장에서도 도네츠크주의 '요새 벨트'가 무너질 위기를 처했다. 포크로프스크와 미르노그라드, 굴랴이 폴레 등 우크라이나 동부의 핵심 요충지 3곳이 함락 직전에 있다는 게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10일자)의 객관적인 평가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굴랴이 폴레를, 그 전날(27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미르노그라드의 점령을 발표했다. 한 달 전인 11월 30일에는 포크로프스크를 점령했다고 러시아군은 주장했다. 이 발표 후에도 우크라이나군은 마지막 순간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았는데, NYT가 그마저 끝나간다고 판단한 것이다.
NYT에 따르면 굴랴이 폴레를 사수 중인 우크라이나군 드미트리 필라토프 대위는 "마을의 95%가 적의 통제하에 있으며, 우리는 건물 몇 채만 겨우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굴랴이 폴레가 함락될 경우, 우크라이나군은 엄폐물이 거의 없는 평야 지대에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 방어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치열한 공방전을 치른 포크로프스크의 전세도 완전히 기운 상태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1년 반 동안 포크로프스크를 점령하기 위해 하루 평균 70m씩 전진하는 소모전 전략을 펼쳐왔다. 그 결과, 도시가 곧 러시아군의 손에 넘어갈 처지다. 러시아군이 포크로프스크에 드론 운용과 병력 주둔, 군수 물자 보급을 위한 기반 시설을 확보하면, 또 다른 요새 도시인 코스탄티노프카(코스탄티니우카)도 위험해진다. 이미 이 도시도 러시아 드론의 사정권에 들어갔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딜(영토와 평화 간의 거래)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도 이같은 전세와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도 미국과 우크라이나에게 '우크라이나가 더 큰 피를 흘리기 전에 지금 영토를 내주고 협상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NYT는 내다봤다. 문제는 미-러와 충돌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이다. 그는 '휴전 후 선거'라는 주장으로, '도네츠크주 철군 후 휴전, 이후 선거 실시'라는 러시아 입장에 맞서고, 미국에게는 '현 전선에서 휴전 및 전후 안보 보장 문서 조인'을 요구해 '도네츠크주 철군 뒤 안보 보장 문서 조인'을 주장하는 미국과 각각 대립하고 있다. 미-러-우크라 간의 이같은 차이를 여하히 좁히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은 속도를 낼 수도, 끝없는 '말 장난'속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아직 날짜와 장소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차기 미-러-우크라 3자 협상의 테이블에 오를 주요 의제도 이 문제의 조율 방안이 될 것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