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Jul 2026

젤렌스키 지원 유럽의 3각 편대가 흔들린다-스타머 총리 퇴임, 마크롱 메르츠도 인기 급락

스타머가 가고 버넘이 왔다'.
지난 17일 영국 노동당 특별 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임된 앤디 버넘이 20일 찰스 3세 국왕으로부터 새 정부 구성을 요청을 받았다. 그리고 전통에 따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에서 취임 연설을 했다. 그는 2016년 6월의 역사적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로 사임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부터 따지면 7번째 총리다. 지난 10년 간 영국에서 총리가 6번이나 바뀐 것이다. 전임 키이 스타머 전 총리도 2024년 7월 총선 승리로 집권했으니 재임 기간은 거의 평균에 가깝다. 

영국의 총리 교체를 계기로 내년(2027년) 유럽 주요 국가들의 선거(총선과 대선) 이후, 유럽연합(EU)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이노스미(inosmi).ru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독일 일간지 디 벨트는 19일 "2027년에는 프랑스와 ​​폴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많은 유럽 국가에서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라며 "국방비 지출 증가가 이미 사회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디 벨트는 "이 모든 일이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전략적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기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몇 달은 키예프(키이우)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며, 겨울이 오기 전에 동맹국들이 내리는 결정 또한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 신문은 "마크롱 대통령과 스타머 전 총리는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에 우크라이나의 안보 지원을 위한 유럽 주도의 국제 연합체 '의지의 연합'을 출범시켰다"며 "이 체제를 공고히 하려고 했으나, 폴란드와 불가리아는 멀어지고, 독일은 합동 훈련 참여마저 주저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동맹 체제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선거 캠페인(운동)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범위가 제한되기 전에, 적어도 올해 말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벨트는 지적했다. 

 

유럽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위한 협정에 서명하는 정상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여했다/사진출처:텔레그램@V_Zelenskiy_official

가장 우려되는 것은 '마크롱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점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13일 '의지의 연합' 35개국 대표들을 모아 유럽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과 우크라이나 배치 다국적군 합동 훈련 실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어 14일에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 30개국 정상들과 함께 파리 상젤리제 거리에서 열린 프랑스 혁명기념일 군사 퍼레이드의 단상에 올랐다. '의지의 연합' 참여 국가들의 대표 500명은 프랑스 군대와 함께 샹젤리제 거리를 행진했다. 

그러나 파리의 군사 퍼레이드 행사에서 나타난 '의지의 연합' 국가들의 일사분란한 행동 뒤에는 회원국간에 심각한 의견 불일치가 숨어 있다는 빠뜨려서는 안된다.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총리는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폴란드는 유럽의 미사일 방어 체제에서 빠졌다. 

프랑스 내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의 이같은 리더십이 어느 정도 계속될지 의문을 표시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의 정적이자 친(親)러시아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내년(2027년) 4월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에 올랐고,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그녀가 이끄는 국민연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삭감하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반대한다. 르펜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모든 구상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의 유럽 안보 및 국방 정책 전문가인 야나 코브조바는 디 벨트에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가 중 한 명"이라며 "그와 같은 지도자들은 머지않아 정치 무대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으니, 키예프는 어려운 시기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 벨트는 "스타머 전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물러난 후, 메르츠 독일 총리가 유럽 동맹국들을 모아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썼다. 

그런 면에서 2년에 걸쳐 우크라이나에 900억 유로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한 EU의 결정은 시기적절했다는 평가다. 향후 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독일 등 10개국이 파리에서 서명한 유럽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 협정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을 본 딴 유럽의 '스카이 쉴드 이니셔티브'(ESSI)와 같은 프로젝트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유럽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이 당장 우크라이나가 이번 겨울을 나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코브조바는 "그러나 (미국의 동의를 얻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미국산 패트리어트 미사일 생산및 배치에 필요한 수년간의 공백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노스미에 따르면 폴란드 매체 인테리아(Interia)도 프랑스 혁명기념일 군사 퍼레이드 소식을 전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군사 퍼레이드가 아니라 선거로 결정될 것"이라고 15일 주장했다. 머지않아 우크라이나가 직면할 가장 큰 어려움은,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이 아니라 유럽 국가 유권자들의 변덕(우크라이나 지지 철회)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사진출처:튀르키예 hurimg.com 스트라나.ua

튀르키예(터키)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대(對)우크라 지원금 1,400억 유로가 정상적으로 집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스위스 일간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는 18일 "나토 정상들이 공동선언문에서 '2026년에 우크라이나에 700억 유로를 지원하고, 2027년에도 최소한 동등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회원국 간 부담이 불공평해 이행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정상회의에 앞서 2027년 지원에는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도됐고, 체코는 자금 배분 계획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올해 첫 4개월(1월~4월) 간 우크라이나에 약 100억 유로의 군사 원조를 제공했다. 독일과 영국이 ​​최다 지원국이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한 꺼풀을 벗겨 보면, 본격적인 분쟁(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덴마크는 GDP의 약 2.7~3%에 해당하는 자금을 우크라이나에 넘긴 반면, 프랑스는 GDP의 약 0.3~0.4%에 그쳤다. 지원 비율로는 프랑스가 덴마크보다 약 7~8배 적다. 프랑스가 EU 국가 중에서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025년 기준 프랑스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사상 최고치인 115.6%에 달했고, 올해에는 120%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유럽 국가들의 대(對)우크라 지원 규모를 연간 단위로 환산하면, 올해 12개월 간 우크라 원조 규모는 당초 계획된 400억 유로가 아닌 약 300억 유로에 그칠 것으로 킬 연구소는 예상했다. 

또한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약 4년 여간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약 4천억 유로의 지원금 중 2026년 4월 말까지 실제로 지급된 금액은 약 1,800억 유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토의 대(對)우크라 지원 목표가 달성되려면, 유럽 동맹국들이 훨씬 더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게 NZZ의 주장이다. 

 

메르츠 독일 총리/사진출처:페북@MerzCDU

메르츠 총리를 둘러싼 독일의 정치 환경도 녹록지 않다. 독일의 해외 파병은 연방의회의 승인이 필요한데, 이미 상당한 규모의 병력이 리투아니아 주둔한 여단에 배치되어 있어 추가 파병이 쉽지 않다. 

특히 연정을 구성 중인 친유럽 및 중도 정당들에 대한 국민 지지가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지난 5월 독일 일간 빌트가 인용한 사회학 연구소(INSA)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독일대안당(AfD)이 29%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뒤를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연합(CDU)/기독사회연합(CSU)이 따르고 있다. 지지율 22%로, AfD에 7%포인트 뒤지고 있다. 

스트라나.ua는 지난달(6월) 20일 스타머 총리, 마크롱 대통령, 메르츠 총리의 국내 정치적 여건을 거론하며, 러시아에서는 세 정상이 모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레임덕' 상태인데, 그들과 무엇을 논의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 나온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봄 임기가 끝나는데, 그의 후계자들은 ​​지지율이 저조하며, 누가 출마할지도 불확실하다. 반면 친러시아의 '국민전선'은 계속 지지율을 높여가고 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유럽 국가들의 관심사는 이민과 사회경제적 문제에 쏠려 있다. 사회 경제적 문제는 우크라이나 지원 및 러시아와의 대립 문제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특히 대(對)우크라 지원과 군사비 증액은 유럽인들에게 추가적인 지출을 요구한다. 유럽식 경제 모델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군수산업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사회적 필요와 경제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정치 세력의 지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유럽의 주요 정상들은 이같은 바닥 민심을 외면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는 키예프에 대한 추가 지원과 군사비 증액에 머뭇거리게 된다. 

정부에 대한 낮은 지지율로 유럽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병하거나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핵 전쟁 위험'이 수반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 병력을 투입하려면 매우 강력한 대중적 지지 기반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셈이다. EU에서 '러시아와의 전쟁 준비'나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 파병'에 대한 모든 논의는 현재로서는 선전전에 불과하고, 군사비 증액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얻기 위한 홍보로 봐야 한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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