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Sep 2026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 절대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 최근의 전장 우세설도 한 여름밤의 꿈?

우크라이나의 전쟁 판도가 또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외신을 타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패트리어트 요격(방공) 미사일이 바닥나면서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당국은 대(對)국민 사기 저하를 막기 위해 날아온 러시아의 탄도 미사일 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독일 일간 디 벨트도 이날 미국과 유럽을 향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제공 요청은 '절박함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비축량이 고갈되고, 패트리어트 체계(미사일 발사대에서 발사가 가능한/편집자)의 요격 미사일인 PAC-3의 생산 허가권을 가진 미국의 록히드 마틴사(社)가 기밀 정보의 유출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내 미사일 생산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우크라이나의 절박함이 해소될 전망은 낮다고 디 벨트는 짚었다.

영-독 두 매체의 이같은 보도는 지난 5일과 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를 겨냥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당시, 러시아군의 탄도미사일이 단 한 발도 요격되지 못했다는 현실에 근거한다. FT는 "요격 미사일 부족 현상이 심각한 우크라이나 공군은 더 이상 러시아 발사 미사일 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요격에 실패한 미사일의 전체 규모 공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안보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5일 키예프를 향해 탄도미사일 24기, 대함미사일 4기, 드론 115대를 발사했다. 이 중 드론 98대는 격추됐으나, 미사일은 단 한 발도 요격되지 않았다고 한다. 8일에는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6기가 키예프 내 표적을 때렸고, 3명이 사망했다. 

러시아의 공습및 요격 결과를 공식 발표해온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12일 "더 이상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 수를 매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우크라이나 공군 홈페이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위협적이다.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GUR)의 바딤 스키비츠키 부국장(대변인)은 "러시아군이 7월 한달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의 수는 사상 최대인 198발이었다"며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생산 규모는 월 약 60기로, 7월에는 최소 65기를 생산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생산및 공격에 대한 직접적인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에게 더욱 큰 고민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요격 미사일을 확보할 가능성이 없다는데 있다. 
디 벨트는 "미 레이시온사(社)가 생산하는 패트리어트 체계의 PAC-2 요격 미사일은 독일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독일은 이미 생산 허가를 받았으며, 2024년 11월 착공한 슈로벤하우젠 공장은 올 가을에 완공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독일에서 생산된 PAC-2 미사일의 도입이 자국의 방공망 강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믿고 있지만, 독일과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주문한 최대 1,000기의 미사일(연 생산 규모는 240기/편집자)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고 이 매체는 밝혔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도 비공개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이 미사일을 인도받으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인정했다. 디 벨트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키예프 이전이나 생산 허가가 지연될 경우, 트럼프 미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 편이라는 인상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7월) 말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 장례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을 때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미국 자체의 방공 미사일 부족이라는 언론 보도(FT, 8월 5일자)가 나왔다.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 중에 열린 미-우크라 정상회담/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7월) 초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해당 미사일 생산 허가를 내주겠다고 약속을 이후 사실상 뒤집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8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의 생산 허가를 최종적으로 우크라이나에게 부여하기를 거부했다"며 "해당 무기가 제 3국으로 흘러들어가 미국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유럽 국가들도 자국의 미사일 비축량 고갈을 우려해 미사일 이전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 포스트(WP)가 6일 보도했다.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불타는 키예프(위)와 물류창고 공격으로 빈 선단을 드러낸 슈퍼마켓/우크라 비상사태부, 스트라나.ua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의 부족으로 러시아군에게 사실상 미사일 제공권을 내준 우크라이나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수록 러시아의 공습 위협에 더욱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초여름부터 러시아 에너지 시설에 대한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 최악의 연료난을 일으키면서 전황을 호전시켰다는 서방 외신의 분석은 '한 여름밤의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가 다가오는 겨울에 우크라이나의 전력·가스·난방·상수도 기반시설을 상대로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가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질 것은 뻔하다. 벌써부터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그같은 시나리오가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으려면 패트리어트 체계용 PAC-3 요격미사일이 최소 300발 필요하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우크라이나)는 미국산 요격 미사일(PAC-3)을 필요량의 1%밖에 받지 못했다"며 "지난해(2025년)에 비하면 2.5배나 적었는데, 러시아는 매달 전해 대비 두 배나 많은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에게 소요량의 5%를 제공(판매)한다면, 우리는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고, 10%라면 러시아의 모든 탄도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불리한 현재 전황을 방어하는 한 요인으로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의 부족을 계속 들고 나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희석시키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방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주지 않으니 난들 어떡하냐는 논리 구성이다.

동시에 그는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CNN 인터뷰에서 그는 전쟁 종식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역시 미국 측의 평화 의지 부족으로 전쟁 종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논리다.

CNN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세한 설명은 피했지만, 자신의 '평화 제안'에 미국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푸틴 (대통령)은 지금 당장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고, 그에게 가해지는 압력도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위해 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철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일축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안보 보장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2025년 8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트럼프-푸틴 대통령 정상회담/러시아 매체 영상 캡처



종합하면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알래스카 앵커러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합의한 '전쟁 종식안'(통칭 앵커리지 정신, 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 철군이 핵심/편집자)을 파기하고, 우크라이나 평화안(최전선에서의 휴전)을 러시아가 수락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미국이 거부했으니, 또 '내 탓'이 아니라는 논리다. 

물론, 여기에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후방 장거리 공격으로 평화 협상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 넣었다고 주장한 것도 부분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쟁 저널리즘'(우크라이나전 3년째 전쟁 저널리즘, 이진희 저 맑은 샘 2024년 10월 발간)의 기준에 맞춰보면 우크라이나 전황은 시시각각으로 바뀌지만,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었다.

축구 경기로 치환하면, 우크라이나팀은 계속 수세에 몰려 수비에 치중하다가 기습 공격으로 상대(러시아팀)의 골문을 노렸지만, 실패하는 상황이다. 러시아팀은 우크라이나팀의 기습 공격(예를 들면 쿠르스크주 기습 점령, 러시아 에너지 시설및 수출 항만 공격, 러시아 후방 물류망 공격 등)을 적절하게 대응해 실점 위기를 넘겨왔다.

반대로 러시아팀은 우크라이나의 골문을 더욱 자주 위협하고 있다. 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미사일 공습을 강화하고, 최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주 '요새 벨트'를 조금씩 허물고 있다. 

독일 일간 빌트의 군사 전문가인 율리안 뢰프케는 지난 6일 엑스(X)에 "올여름 우크라이나군에 나타났던 '조심스러운 낙관론'은 사라졌고, 전선의 주도권은 여전히 ​​러시아군에 있다"고 썼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들과 만난 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군 물류망 공격으로 러시아군의 공세가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며 "진격 속도가 늦춰졌을 뿐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으며 마지막 남은 우크라이나 '요새 벨트'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뱐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짜임새 있는 러시아군의 공격은 '숲 지대를 하나씩, 마을을 하나씩, 다리를 하나씩' 파괴하고 점령하며 최전선의 우크라이나군 보급망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썼다.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공격으로, 러시아 인터넷 쇼핑몰 와일드베리스 창고가 불타는 모습/텔레그램 영상 캡처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국 AP 통신은 11일 현지 방공 전문가를 인용, "우크라이나 미사일·드론이 러시아 방공망을 뚫는 데 성공하는 비율은 5~9%에 불과하다"며 "러시아 내 목표물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많은 드론을 발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AP 통신에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일정한 임계점을 넘어서면 효과가 있지만, 그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여부는 흥미로운 질문"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뿐만 아니라 유럽의 재정 지원 지속 여부에도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장거리 공격에 드는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은 현지 언론에서 지적된 바 있다. 
이에 앞서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주영 우크라이나 대사)는 우크라이나군의 전황 우세설이 나돌던 지난달(7월) 초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지 기고에서 러시아가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러시아 후방 장거리 공격도 결국 '역습'의 하나일 뿐, 패퇴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러시아군의 더욱 가혹한 보복을 불러 우크라이나의 민간 기반시설이 파괴되고 민간인 사상자만 늘어났다.

우크라이나는 또 '요새 벨트' 방어를 위해 '길거리 강제 동원'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인기 여가수인 올랴 폴랴코바가 '우크라이나는 강제수용소'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길거리 강제 동원'을 비판했다.
최전선에서도 콘스탄티노프카(콘스티안니우카)가 거의 함락되고, 남은 슬로뱐스크, 크라마토르스크로 러시아의 '카브' 폭탄(에어 폭탄, 활공폭탄)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은 거의 매일 슬로뱐스크, 크라마토르스크로 진격하는 러시아군의 동향을 전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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