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Sep 2026

일양약품,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 러시아 시장 공략 끝내 좌절

일양약품이 12년 가까이 추진해온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라도티닙 радотиниб)의 러시아 진출을 포기했다. 일양약품은 러시아 제약사 R-pharm(알팜, 러시아어로는 Р-фарм 에르-팜)과 체결한 '라도티닙' 원료 공급 및 기술수출 계약이 지난 7일 종료됐다고 9일 공시했다.

일양약품과 에르-팜 사의 긴밀한 협력 관계는 신종 코로나(코로나19) 시절, 우리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사였지만, 현지에서는 끝내 슈펙트의 품목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일양약품은 러시아 내 품목 허가가 지연되고 에르-팜사도 사업 추진을 중단하면서 계약을 더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날 설명했다. 4년 6개월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에르-팜사는 전쟁 3년 차인 2024년 6월 이메일로 '슈펙트' 프로젝트를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팜사는 실제로 현지 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임상시험을 요구받았으나 이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양약품이 2014년 에르-팜사와 '슈펙트 기술 수출·공급 계약'을 맺었지만 12년간 한번도 제품 공급을 하지 못한 이유다. 

슈펙트는 2012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18호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처음에는 기존 치료에 실패했거나 약을 견디기 어려운 환자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고, 2015년 10월에는 만성골수성백혈병 1차 치료제로 허가 범위가 넓어졌다. 2016년 2월부터 1차 치료제로 판매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양사의 협력 관계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끈 계기는 신종 코로나 시기에 성사된 '슈펙트'의 '약물 재창출' 임상 시험이다.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서 '슈펙트'의 가능성을 확인한 일양약품은 신종 코로나 환자가 적은 국내에서는 임상 시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러시아로 눈을 돌렸고, 에르-팜사가 흔쾌히 응한 것이다. 이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폭발했다.
그러나 2021년 3월 코로나 치료제 임상 3상은 실패로 끝났다.

2020년 5월 에르-팜사의 '라도티닙' 임상시험에 관한 러시아 매체 보도/캡처
일양약품은 2014년 12월 에르-팜사와 1,300만 달러의 수출 계약(계약금 300만 달러와 단계별 기술료인 마일스톤 1,000만 달러)을 맺었다. 당시 환율(달러당 1,117.60원)로 계산하면 약 145억2,880만원이다. 일양약품은 에르-팜사로부터 계약금 300만 달러 중 100만 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1,200만 달러는 현지에서 사업화 절차를 밟으면서 받을 돈이었다. 하지만 이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추가로 받은 돈은 없었다. 

일양약품은 “실제 제품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이번 계약 종료로 인한 재무적 손실은 없다”고 공시했다.

바이러시아 buyrussia21@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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