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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결정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고 믿는 국가 최고위 인사들이 때가 되면 점술가를 찾는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탁'을 아직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까?
우리에게도 낯익은 최고위 정치인의 점쟁이(점술가) 의존은, 웃기지만 우크라이나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2인자 예르마크 전대통령 실장이 주요 국정 현안과 인사 문제 등에서 점술가에게 자문을 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서 검찰 측(반부패특별검찰청, SAPO, 사포)은 그 내용을 샅샅이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3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 중 '예르막 법정. 점쟁이 등장'(Суд по Ермаку. Явление гадалки)이라는 코너에서 "예르마크 전 대통령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 심사가 어제(12일)부터 진행 중"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그가 점쟁이에게 의견을 구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검찰 측은 법정에서 도청된 녹음 일부를 공개했는데, 거기에는 예르마크 전실장이 베로니카 아니키예비치라는 점술가에게 국가반부패국(NABU, 나부)과 반부패특별검찰청(SAPO,사포) 수장들의 이름을 알려주고, 의견을 구하는 대목이 들어 있었다. 그는 "나는 준비가 되어 있다"며 나부의 공격에 반격을 가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점쟁이와 상의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베로니카 펜슈이(Вероника Феншуй)'로 통하는 이 점쟁이는 예르마크 전 실장에게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당신(예르마크)이든, 당신을 위해서든' 행동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예르마크 전실장은 또 보건부 장관, 대통령실 부실장, 검찰총장 등 정부 고위 인사의 인사를 할 때, 대상자들의 생년월일 등을 그녀와 공유하며 의견을 구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검찰 측은 밝혔다.

라디오 리버티에 따르면, 현재 51세 여성인 베로니카 아니키예비치는 온라인에서 점성술 컨설턴트이자 텔레그램 채널 '달 시계(Лунные часы)'의 운영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점성술 지식과 경험으로 사람들이 삶의 과정에서 확신을 얻도록 돕는다"고 적었다. 그녀는 우크라이나 헤르손국립기술대학에서 재무 분석, 관리 및 경영 부문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예르마크의 점쟁이'로 불렸다.
그녀는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예르마크 전실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모든 게 나부와 사포, (반젤렌스키 성향의 언론 우크라이나 프라우다를 소유한 올리가르히) 토마스 피알라 (회장)의 앞잡이들이 언론을 통해 말도 안 되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기 위해 벌인 특별 작전"이라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서는 "날개를 달고 후광이 비치는 (천사와 같은) 인물"이라고 썼다.

그러나 예르마크 전실장은 점쟁이나 예언자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베로니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몇 명 알고 있지만, 점쟁이와는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며 "30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는데, 베로니카도 그중의 한 명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점쟁이의 국정 운영 개입에 대해 러시아 측은 SNS를 통해 조롱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통령 대외경제특사는 엑스(X)에 예르마크 전실장이 재임시 중요 결정에 앞서 점쟁이에게 자문했다는 의혹을 공유하면서 "평화로운 점술가를 고용하는 게 좋겠다. 최고의 마법은 평화이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법령을 발표하고, 예르마크 전실장이 점쟁이와 상담하면,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취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웃었다. 또 "반부패 기관(나부와 사포)에 마법을 걸기 위해 고용된 예르마크의 '점쟁이'가 이제 자유로운 몸이 되었으니, 곧 공격 중단의 마법을 부릴 수 있을 것"이라고 텔레그램에 썼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또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반코바(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근처 농장의 저녁'이라는 풍자적인 표현으로 반박했다. 어린 시절을 우크라이나에서 보낸 니콜라이 고골의 소설 '(우크라이나 중부) 디칸카 근처 농장의 저녁'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집무실이 위치한 키예프 반코바 거리를 짜집기 한 표현이다.
'디칸카 근처 농장의 저녁'은 양봉가 판코-더-레드헤어드가 자신의 시골 생활과 풍습 등을 유머러스하게 소개하는 고골의 연작 단편소설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