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Jun 2026

좀 수상한 전황 분석? '요새 벨트' 공략 러시아군 vs 땅 뺏기에 성공한 우크라군 - 누가 유리?

#1
러시아가 202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점령 영토를 우크라이나에게 빼앗기고 있다. (17일 미 전쟁연구소 자료를 분석한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2
우크라이나는 탄약, 무기, 인력 부족으로 대규모 공격 작전을 펴 영토를 탈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일 미 국방부 정보국 보고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서로 다른 전황(戰況) 평가에 독자들은 늘 헷갈린다. 아군의 사기를 올리고 적군의 기를 꺾기 위해 일부 전과를 부풀리거나 혹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전쟁 속에 태생적으로 숨어 있는 '프로파간다(선전전)'의 일환이다.

언론도 여기에 동참한다.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를 노리는 유럽 대륙(EU와 NATO)의 정책 방향과 '러시아는 무너지고 있다'는 우크라이나의 프로파간다를 앞장서 홍보하는 매체도 있다.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 게 아니라 양쪽을 공정하게 바라봐야 하는 '전쟁 저널리즘'에 대한 기본 자세가 요구되는 이유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 전문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가 최근 30일간 탈환한 영토 면적은 약 189㎢라고 보도했다. 비록 넓지는 않더라도 러시아군이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군에게 점령 영토를 빼앗기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우크라이나의 순 영토 탈환(빼앗은 영토 - 빼앗긴 영토)은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미국 CNN 방송도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영토 탈환을 이어가며, 러시아군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반면에 올해 들어 러시아가 점령한 땅은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0.04%인 약 220㎢에 그쳤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러시아군이 여름철 대공세 전에 숨 고르기를 한 탓', 또는 '전쟁이 바야흐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으로 그 이유를 댔다. 어떤 식으로 해석하든, 러시아가 올해 들어 전선에서 우크라이나에게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미 국방정보국(DIA)의 자료를 인용한 미 국방부의 전황 분석 보고서는 조금 다르다. 우크라이나가 올해 들어 4월까지 제한적인 반격 작전을 통해 400㎢의 영토를 탈환해 2023년 이후 처음으로 빼앗긴 땅보다 차지한 땅이 더 많다(이코노미스트 보도와 합쳐 계산하면 대충 400㎢ - 220㎢ = 180㎢이 된다/편집자)고 지적하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의 한계를 분명하게 짚었다. 

뉴스1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국방부 보고서는 18일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전략 및 작전상 우위를,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의 지원 덕분에 전술 및 정찰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가 병력과 포병및 포대, 그리고 미사일과 드론, (활공) 폭탄(KAB) 등 탄약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병력과 군사 장비(무기), 탄약의 부족으로 대규모 반격 작전을 통해 잃어버린 영토를 탈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러시아군은 점진적으로 전진을 계속하고 있으며,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지속적으로 성공을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예측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최대 약점으로는 병력 문제가 거론됐다. 공식 추산에 따르면 20만 명의 병사가 부대를 탈영했으며, 200만 명의 남성이 동원및 징집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병력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키예프(키이우)는 '드론 강화 전략'에 더 힘을 써야 할 판이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 무기다. 우크라이나가 현 상태를 위지하기 위해서라도 드론을 활용하는 방어 작전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으로 들린다.
 

우크라이나의 길거리 강제 동원에 대한 주민들의 항의도 거칠다. 르보프(르비우)에서 동원 징집관의 미니 버스로 끌려간 동원 대상자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풀려난 뒤에도 주민들이 미니 버스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텔레그램 영상 캡처


더욱이 석유및 가스 등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기지 파괴를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도 아직까지는 러시아 경제나 전쟁 자금 조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이 보고서는 평가했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이 20일 한 방송에서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공격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 러시아가 현전선에서의 휴전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기대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또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공격이 러시아의 핵심 군사 기반 시설에 대해 의미있는 작전상, 혹은 전략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타격 빈도나 집중력을 갖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러시아 본토 깊숙이 1,750km 지점까지 타격하는(러시아 우랄 지방에 대한 드론 공격을 뜻하는 듯/편집자) 등 장거리 드론 공격 능력은 계속 향상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최근 들려오고 있는 소식은 미국 연구 기관들의 분석과 어떻게 다를까? 
스트라나.ua는 19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 중 '전황'(Ситуация на фронте) 코너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 매체 '딥 스테이트'는 최근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주(州) 전략 요충지인 포크로프스크와 인근의 미르노그라드를 완전히 점령한 군사 지도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특수군사작전 총사령관)은 지난해 12월 두 도시의 점령을 발표한 바 있다. 러-우크라 양국의 점령 발표 사이에는 무려 5개월 가까운 시차가 발생한 것이다.
 
스트라나.ua는 "함락이 아직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해당 지역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우크라이나군의 발언은 도시 함락을 확인하기 전에 나오는 수사"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방어군 소속의 제7공수군단 대변인 블라디미르 폴레보이는 "우리 병력은 포크로프스크 북쪽 곳곳에 분산돼 있고, 전력 보충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포위망에 갇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군 부대가 계속 침투하고 있으며, 우리가 그 곳에 계속 머무르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자랑하는 도네츠크주 '요새 벨트'의 또다른 도시인 콘스탄티노프카(콘스티안티노우카)에도 러시아군이 진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러시아군의 도네츠크주 공세를 보여주는 미 뉴욕 타임스(NYT) 지도. 도네츠크 요새 도시인 콘스탄티노우카와 크라마토르스크를 향해 러시아군이 진격하고 있다/캡처


스트라나.ua는 전날(18일) 전황 코너에서 "콘스탄티노프카의 상황도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유명 종군 기자 콘스탄틴 마쇼베츠는 "코스탄티노프카의 남부, 남동부, 동부 지역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러시아 선봉 부대는 동시에 도시의 여러 지역으로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고 알렸다. 그러나 러시아 주력군은 여전히 도시 외곽에 주둔하고 있다고 한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주장대로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러시아군은 콘스탄티노프카에서 세력을 확장하며 새로운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에 화염에 휩싸이고 무너진 콘스탄티노프카의 모습. 4월 7일 공개된 항공 영상이다/영상 캡처 

'딥 스테이트'는 한달 전(4월 23일)에 이미 "우크라이나군이 코스탄티노프카를 사수하는 데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장 심각한 것은 보병 병력의 부족"이라고 전했다. 또 "주로 드론에 의해 도시 전선의 방어가 유지되고 있지만, 러시아군의 '끝도 없는' 병력이 콘스탄티노프카의 방어선을 '천천히 무너뜨리고' 있으며, 건물들을 조직적으로 파괴해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알렸다. 또 다른 요새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에도 러시아군이 곧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제56독립기계화보병여단 대변인 올가 코센코는 지난 10일 "러시아군은 크라마토르스크 방향에서 공세를 강화해 이달 말까지 도시 외곽에 도달한다는 임무를 수행중"이라며 "적의 진격이 매우 저조하지만, 진지 강화 활동은 활발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이달 초 크라마토르스크에 대규모 폭격을 단행해 5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이달 초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건물과 자동차가 불타는 크라마토르스크 모습/사진출처:도네츠크주 비상사태국 영상

도네츠크주에 구축된 우크라이나군 '요새 벨트'는 이미 함락된 포크로프스크에서 콘스탄티노프카, 크라마토르스크를 거쳐 슬로뱐스크로 이어진다. 우크라이나 종군기자 마쇼베츠는 "러시아군의 여름 공세가 크라마토르스크-슬로뱐스크 전선과 남부 자포로제(자포리자) 방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트라나.ua의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군은 소위 우크라이나군 '요새 벨트'를 무너뜨리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 바람에 러시아가 군사전략상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부 지역에서 점령 영토를 우크라이나군에게 내주었을지는 모르나, 우크라이나의 '요새 벨트'가 무너지는 순간,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의 완전 장악과 함께 '특수군사작전 완료(전쟁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요새 벨트는 우크라이나가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등 동부지역 내전) 발발 후 10년 이상 견고한 방어 진지를 구축해온 곳이다. 미-러-우크라 3자 평화협상에서 미국과 러시아로부터 도네츠크주 철군 압박이 강해지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그냥 내줄 수 없다'고 거세게 저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 '삼국지' 시절, 공격 부대가 견고한 성 하나를 함락시키기 위해 수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몇 개월씩 매달리듯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요새 도시 공략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4월 한 달 간 러시아군이 3만 5천 명 이상의 사상자(전사자와 중상자)를 냈다고 주장한 것도 따지고 보면, 러시아군이 '요새 벨트' 공략에 매달린 결과라고 봐야 한다. 쓰러지는 시체를 넘고 넘어 성(요새 도시)를 점령하는 게 바로 전쟁이다.

스트라나.ua는 또 "전시 중에 발표되는 모든 사상자 수는 어느 정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모든 전쟁에서 적의 사상자는 항상 과장되고 아군의 손실은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의 '요새 벨트' 공략에는 드론 전문 부대인 '루비콘'의 활약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군 장교인 로만 파훌리치는 19일 루비콘 부대의 활동을 담은 영상 100여개를 분석한 뒤 페이스북에 "루비콘 부대가 운영하는 드론들은 24시간 내내 작동하며,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인 '류티'를 포함해 호넷, FP 등 정찰 및 공격 드론에 대한 요격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 드론에는 주간용 카메라와 열화상용 카메라, 두 대의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야간이라고 안심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열화상 카메라는 사람의 체온으로 위치를 추적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러시아 드론이 2대 1조로 움직인다"며 "한 대가 먼저 공격한 뒤, 나머지 한 대는 상황을 지켜보다가 손상된 장비를 완전히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손상된 장비를 후방으로 견인해 수리하거나 수리용 부품으로 재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
이같은 지적은 러시아군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상대적인 드론 전력 우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로 들린다. 파울리치는 "러시아는 드론 부대를 계속 증강하고 있다"며 "앞으로 4~6개월 안에 머리 위로 끊임없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러시아 드론으로 가득한 전투 지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