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5045게시일 2014-04-14 국가 러시아 △ 강제규 <쉬리> 러시아에서 선보인 첫 한국영화 러시아에서 첫 선을 보인 한국영화는 강제규 감독의 <쉬리>다. 13년 전이다. 러시아 영화애호가들은 당시 1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쉬리>를 주목했다. 세계 영화계를 풍미했던 에이젠슈타인, 베르토프, 푸도프킨, 쿨레쇼프, 타르코프스키 등으로 이어지는 화려했던 자국 영화산업이 사양기로 접어들 때 동양의 변방, 한국에서 관람객수가 100만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말 그대로 그들에게 '놀라움'이었다. 영화 <쉬리>가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보도는 한국영화산업의 현주소를 가늠케 하는 수치였다. 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이후 '러시아인들은 삼성, LG, 대우 등 한국 기업의 자국 내 활약과 선순환 고성장을 거듭하는 한국의 역동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 붕괴, 민주화 체제 변환 이행기에서 북한과 비견되는 한국 경제발전의 위상은 민주화와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러시아가 지향해야 할 본보기 중 하나가 됐다. 그들이 한국의 영화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러시아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한국영화산업을 코난 도일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와 닮았다고 분석한다. 그들은 이때 쯤 한국영화산업 특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수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산업에 대해 '할리우드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영역으로, 마치 한반도에 존재하는 비무장지대처럼 훼손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방목된 고유한 생태계를 갖고 있다'고 평했다. 이렇듯 우리의 영화산업을 예의주시하며 인터넷의 보급과 더불어 2000년 초반 김기덕, 홍상수 등 작가주의 감독들의 이름이 권위 있는 세계영화제에서 거론되고 영화 식자층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전해지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파란 대문>을 시작으로 <뫼비우스>까지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대부분 영화나 비디오를 통해 러시아에 소개됐으며 그를 위시해 홍상수,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감독의 영화들이 러시아 영화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키노티아트르 '35mm'에서 한국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자하로브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는 세계 3대 영화제인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 심사위원상 등을 석권하는 등 저력을 과시했다. 러시아도 한국영화를 주목했다. 그들은(한국영화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현재 극장가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고 전했다. △ 왜 러시아 영화 식자층은 김기덕에 열광하는가? 러시아(모스크바)에서 가장 활발하게 판권 계약을 통해 공식 유통되고 있는 한국영화는 김기덕 감독 작품이다. 파란대문을 비롯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숨>, <빈집>, <비몽>, <피에타> 등이 공식 유통망을 통해 보급됐다. 그의 최근작 <뫼비우스>도 유럽 예술영화를 배급하고 있는 'CINEMA PRESTIGE'가 판권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영화계에서 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는 김기덕 감독에 대한 러시아 영화애호가들과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이 나올 때 마다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국내보다 해외, 특히 유럽지역에서 각광받는 김기덕 표 영화의 아우라는 모스크바에서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재작년 10월 모스크바 중앙예술의 집'에서 열린 국제독립영화제 '투모로우(2morrow)' 참석차 김기덕 감독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1,000여명이 넘는 열성팬들이 영화관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필자는 한류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문학 등 순수예술분야에서 공부하는 친구들) 한류에 광적인(세종학당 등에 다니는 K-Pop 등 한국대중문화에 목맨 친구들)학생들과 친분이 있는데, 한류나 한국 등에 관심이 전혀 없거나, 하루 반나절 이상을 한류 콘텐츠로 보내는 한류 광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김기덕 감독 영화만큼은 너나할 것 없이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러시아인들에게 그의 영화가 어필하는 이유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짧은 식견으로 조심스럽게 말하건대, 김기덕 감독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을 '반추상 반구상' 영화라고 표명했듯 그의 영화는 '미술의 언어'를 통한 상징과 알레고리의 시각화, 강렬한 이미지 등을 통해 전달하는 서사, 동서양을 아우르는 보편적 주제에 있다고 하겠다. 영화가 종합예술이지만 언어보다는 시각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쉽게 감각에 호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그의 영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마치 스스로에게 묻는 듯한 어조의) 구원이나, 속죄양 등 한국의 관객들에게는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이라 일컬어지는 종교적인 주제는 국교가 기독교 정교인 러시아인들에게 삶의 양태처럼 쉽게 반응한다. 시각을 자극하며 자국 감독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다. 러시아인들은 타르코프스키의 작품들을 통해 향유했던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주제들과 영상미를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조우하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다. 물론 그들 역시 김기덕 감독 작품의 패악적이고 자학적인, 폭력적인 이미지 앞에서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 이질감은 이내 낯선 동양적 코드, 아시아적 신비주의 혹은 자본주의적 퇴폐성이라고 받아들이고는 외지를 여행하는 듯한 낯선 경험으로 전이되는 진행과정을 체험한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러시아 감독인 ‘전함포템킨’의 세르게이 아이젠슈타인이 변질된 사회주의 체제에의 의구심과 기독교 영성을 기반으로 한 구원의 가능성을 물어보는 감독이었다면 김기덕은 자본주의 체제의 퇴폐성과 기독교적이고 형이상학적 주제를 기반으로 구원과 속죄양 등 신과 인간의 관계, 인간의 본질과 심연을 파헤치는 주제의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자신의 예술론에서 예술의 본질에 대해, 선과 악에 인류 공동체에 대해 묻곤 했다. 이러한 질문은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피에타>는 타르코프스키이 작품 <희생>과 닮은 점이 많다. 특회 회화이미지를 통해 구원의 가능성을 묻는 주제적 측면이 그렇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은 전후반부 바흐의 '마태 수난곡 중 '자비를 베푸소서'가 이어진다. '자비를 베푸소서.. 피에타가 아닌가. 러시아 관영 통신 리아노보스티지는 201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이 황금사자상을 수여했을 때 '한국영화감독들이 국제영화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들의 숫자를 세기엔 한손이 모자라다. 김기덕은 이 가운데 매우 중요한 감독이다. 그는 저예산 영화를 주로 제작하며 파격적인 영상을 통해 작가주의 감독으로 평가받다가 한국 관객과 배우들을 위해 대중적인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텔레비전 배우나 보이스밴드의 팝 아이돌 스타를 자신의 영화 주연 배우로 캐스팅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익숙함 속에서 날것의 이미지를 끄집어내는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러시아 전문가들의 시선 한국영화의 선전에 반해 러시아 기자들과 언론매체, 영화비평가들의 시선은 이러한 대중적 호응과 달리 고집스럽게도 한국영화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러시아 영화평론가 블라디미르 자하로브의 '왜 우리는 한국영화를 주목해야 하는가(Зачем нам нужно корейское кино)'에 따르면 러시아 영화 비평가들은 지금까지 한국영화와 북한영화를 구별하지 않았다. 단순히 까레이스키 필름(Корейский кино)이라고 불렀다. 영화산업의 새로운 괴짜들(한국영화)는 종종 중국영화와 구분되지 않고 아시아영화의 한 축에서 거론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에 따르면 가끔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소식이나 뉴스가 전파를 타고 러시아 신문에 소개될 때가 있다. 영화감독이나 배우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었을 때다. 또 한국의 영화가 박스오피스를 기록했을 때도 종종 러시아 신문에 기사가 실리곤 한다. 러시아 언론들이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이지 않다. 그들이 한국영화에 관심을 가질 때는 가령 서구 신화나 이야기, 전설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경우다. 두 번째는 한국영화 스릴러물 특유의 잔악성이 영화 전반에 투영돼 있을 때다. 이러한 면에서 러시아 영화 비평가들로 하여금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게 한 감독은 홍상수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영화예술 관점에서 볼 때 한국영화에 대한 러시아 비평가들의 평가는 극히 객관적이지 못하며 다분히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는 '우리는 한국영화산업과 영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연구할 가치가 있다. 그들의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한국어를 공부해야한다든지, 불교에 조예가 깊을 필요는 없다. 한국영화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감상하기 위해서, 우리는 단지 그들의 영화예술과 영화산업을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21세기 세계 영화 지표를 새롭게 쓰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 참고 * 참고 자료 - 네이버캐스트: 영화감독 김기덕 - 타르코프스키 감독 영화 사이트: http://klub-nostalgia.ucoz.com/forum/4-512-1 - 러 영화 및 문화 비평가 사이트: http://archives.colta.ru/docs/31682 * 사진출처 #1. 피에타 공식 영화 사이트 <피에타> 포스터 #2. 타르코프스키 영화 사이트 <희생> 포스터 #3. 러 영화 및 문화 비평가 사이트
최승현 통신원
출처 :한국문화국제교류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