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an 2026

러시아CIS토크)트럼프 2기 시대의 미-러 관계, New Reset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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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발간하는 월간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5년 4월호(2025년 4월 1일자, https://ruscis.hufs.ac.kr)에서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진하는 러시아와의 관계 재정립이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고, 또 의미를 갖고 있는지 분석했다. 김다예씨(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 국제관계학과 박사 수료)가 쓴 '트럼프 2.0 시대 미-러 관계, New Reset?'이다. 소개한다/편집자  

**본 칼럼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학과와 바이러시아(www.buyrussia21.com)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낙동강 오리알'이 된 우크라이나 

지난 2월 28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하 트럼프)-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하 젤렌스키)의 백악관 회담 이후 국제 정세는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연일 러시아-우크라이나(이하 러-우) 전쟁의 예견된 결말과 트럼프의 독선, 우크라이나가 기어코 맞이하고야 말 비극적 결말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작금의 국제 정세가 한국인에게 더욱 와닿는 것은, 이것이 흡사 한국전쟁 휴전 당시의 한반도 상황을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영토 및 안보 주권을 주체적으로 지켜내지 못한 우리의 아픈 역사는 2억 만리 우크라이나의 현재와 오버랩 된다.

트럼프 2기 미국의 러-우 전쟁 접근법과 대러 정책은 2009년부터 대략 2013년까지 지속된 오바마 전 미 행정부의 '리셋'(Reset) 정책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적극적인 종전 행보와 유화적인 대러 제스처를 '뉴 리셋'(New Reset)의 전제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관련해 미-우 정상회담의 의의와 향후 러-우 종전 협상을 향한 여정에서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이슈를 짚어본다.

미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이는 젤렌스키-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은 밴스 부통령/러시아 매체 영상 캡처
미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이는 젤렌스키-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은 밴스 부통령/러시아 매체 영상 캡처

◇나토(NATO)는 잊어라

미-우 정상회담의 파행은 예견된 일이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와의 회담을 앞두고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정전 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안전 보장 가능성까지 원천 차단했다. 젤렌스키는 "나토 가입을 조건으로 기꺼이 대통령직을 내려놓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지만, 이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냉엄한 현실과 유리된 것으로 사실상 대외적인 호소력을 갖기 힘들다.

트럼프가 강조한 대로 "우크라이나에는 전략적 카드가 없다". 트럼프는 러시아를 전쟁의 직접적인 촉발자로 비난하기를 중단했고, 2월 27일 이스탄불에서의 미-러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는 전쟁 발발의 책임을 러시아에 돌리고 크렘린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상 조건을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시사한다. 트럼프는 오로지 평화 협정의 체결이라는 결과와 미국이 얻어낼 성과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을 궁지로 내몬 트럼프의 러시아 껴안기

트럼프는 유럽이 감지하는 러시아로부터 위협을 명백히 '남의 일'로 간주하고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뿐 아니라 EU 국가들로 구성된 평화유지군의 우크라이나 내 배치에 대한 지원도 사실상 거부한 상태다. 유럽 국가들은 더 이상 나토의 상호 방위 조약에 기대를 걸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방비 지출 확대 및 군사력 확충을 계획하며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EU는 무엇보다 러-우 평화협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트럼프가 유럽의 외부 위협 인식을 인정하고, 충분한 안전 보장 장치를 마련해 주지 않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제안한 광물 협정과 대러 관계 정상화를 통해 미국은 중국 견제와 자원 확보라는 지정학적, 지경학적 이득을 모두 챙길 생각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자국 영토에서의 희토류 공동 개발과 북극에서의 경제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심지어 러시아 점령 우크라이나 영토 내 주요 광물에 대한 접근 권한을 미국에 제안했다는 '비확인설'도 들려온다. 확실히 러시아는 트럼프식 거래 외교에서 매력적인 파트너임이 분명하다.

출처:러시아 매체 rbc
출처:러시아 매체 rbc

◇뉴 리셋은 가능한가

비록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과 미 의회의 강력 반대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갔지만, 트럼프는 1기 대선 후보 시절 러시아를 활용한 대중 견제를 미국의 주요 외교 전략으로 채택할 것임을 암시한 바 있다. 이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실용적 현실주의 외교를 수용한 것으로, 미-러 관계의 획기적 발전에 대한 예측을 낳았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중-러 전략적 3각 관계에서 앞선 1기에서 실패했던 대외 정책 방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간의 거래는 과연 냉전 종식 이후 미-러 화해의 상징과도 같았던 리셋의 재연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2009년 리셋은 2008년 러시아-조지아(그루지야) 전쟁 이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미-러 관계의 활로를 찾고 이란 및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 러시아의 협력을 확보할 목적으로 설계된 오바마 전 미 행정부의 전략이었다. 구 소련 지역을 둘러싼 미-러 간 전략적 경쟁이 양국 관계를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 갔다는 점에서 리셋 1.0과 현재는 닮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리셋 2.0을 위한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2017년 푸틴-트럼프 대통령 정상회담/사진출처:크렘린.ru
2017년 푸틴-트럼프 대통령 정상회담/사진출처:크렘린.ru

지금까지 드러난 트럼프식 러-우 전쟁 해법을 고려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 인식에 관해 암묵적인 공감을 형성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처럼 전향적인 미국의 대러 접근법을 향후 나토가 동진함으로써 러시아를 자극하거나 미-러 관계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화해의 제스처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오바마 (미 대통령)-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의 리셋과 달라질 점은 EU 및 나토에 대한 러시아와 미국의 태도이다.

2009년 리셋 당시 러시아는 유럽을 대상으로 보편적·포괄적 '범유럽 공동 안보 구상'을 제안한 바 있다. 조지아 전쟁 직후였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평화적 방식으로 유럽 안보질서 재확립을 주장하고 그 안에서 러시아의 동등한 지위와 안보적 이해관계를 보장받고자 했다. 오바마의 리셋 정책은 자연스럽게 러-나토 관계의 안정화를 동반하여 러시아와 서방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케 하는 듯 보였으나, 동유럽 MD 배치 문제와 나토 확장 이슈는 다시 양국 관계에 파열음을 냈다. 그러나 가치 외교보다 실리 외교를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 유화 정책은 나토와 유럽의 안보 의제로부터 자유로울 것이고, 앞선 시기의 리셋과 다른 형태의 협력적 우호 관계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미-러 관계 개선의 한반도 함의

사실 미국의 대러 포용 전략이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심화한 러-중 전략적 제휴에 주목할 만한 균열을 내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트럼프식 실용외교가 미-중-러 전략적 3각 관계에서 러시아에 유리한 입지를 제공하고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리멸렬했던 3년 전쟁 끝에 과연 시간은 푸틴의 편을 들어줄 것인가?

트럼프-푸틴의 뉴 리셋 가능성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의 관점에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트럼프는 1기에서 못다 이룬 북핵 해결을 위해 미-북 협상에 다시 착수할 공산이 크다. 이번엔 러-북 유착 관계를 대신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이 높아진 지금 우리는 러-우 종전 협상과 미-러 관계 정상화에 뒤이어 펼쳐질 수 있는 한반도에서의 미-러 협력 시나리오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극 대비해야 할 것이다.

바이러시아 buyrussia21@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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