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Feb 2026

우크라의 대미 안보보장 기간, 서방 외신 20년 vs 러-우크라 매체 30년. 누가 맞아?

설 연휴 기간에 국내의 대표적인 뉴스 통신사 연합뉴스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뮌헨 안보회의(통칭 뮌헨 안보 포럼) 발언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미국은 지금까지 15년간 안전보장을 제안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존엄을 유지하면서 협정을 체결하려면 최소 20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 등 외신들이 전했다.》 국내 주요 매체들은 연합뉴스를 바탕으로 미국의 안보 보장 기한은 최소 20년이라고 썼다. 

희한하게도 전쟁 당사자인 러-우크라 언론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측에 요구하는 보장 기간은 최소 20년이 아니라 30년이라고 보도했다. 무려 10년이나 차이가 난다. 누가 맞을까?
러시아 언론 매체 가제타루는 14일 "두 달만 주세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총선 실시 조건 제시 ("Дайте нам два месяца": Зеленский поставил условие для проведения выборов на Украине)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뮌헨 (안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며 그의 발언을 옮겼다. 가제타루는 '압력과 타협'(Давление и компромиссы)이라는 소제목 아래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6년까지 러시아와의 갈등이 종식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난 후,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가능한 합의의 틀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썼다. 이어 "키예프(키이우)가 워싱턴으로부터 15년 안보 보장 제안을 받았지만, Киев получил от Вашингтона предложение о гарантиях безопасности сроком на 15 лет, 이 기간은 불충분한 것으로 (그는) 여긴다" однако считает такой период недостаточным 며 "그의 생각에는 최소 30년의 보장을 필요하다" По его мнению, Украине необходимы обязательства как минимум на 30 лет 고 전했다. 

가제타루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뮌헨 안보 회의에서 대통령 선거는 휴전이 2개월 간 준수될 경우에만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키예프는 미-러-우크라 3자 평화 협상 과정에서 정기적으로 양보를 요구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3자 협상이 앞으로 '진지하고 실질적이며 유익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하면서 "때로는 참석자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평화 협정이 체결되기 전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후 안보 보장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뮌헨안보회의에서 연설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도 14일 '돈바스, 선거, 안보 보장: 젤렌스키 대통령의 뮌헨 안보 회의 주요 발언'(Донбасс, выборы, гарантии безопасности. Главные заявления Зеленского на Мюнхенской конференции)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뮌헨 안보 회의 연설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어떤 합의에 앞서 안보 보장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같은 보장은 '언제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핵심 우려에 대한 답을 제시할 것"이라며 "우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스트라나.ua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뮌헨에서 한 발언들을 정리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 15년 안보 보장 제안을 받았지만 Украина получила от США предложение о 15-летних гарантиях безопасности, 최소 30년을 원하고 있다" но хочет минимум 30 лет고 썼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가 철수한 도네츠크 지역에) 자유경제구역의 설치를 제안했고, 우리는 그 제안을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그곳은 20만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사는 우리의 영토로, 그냥 도망칠 수는 없다. 전쟁 첫날에도 도망치지 않았는데, 왜 오늘 도망쳐야 하느냐"라고 되물었다. 

연합뉴스 기사와 비교하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강요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불만도 드러냈다는 대목과 미-러-우크라 3자회담이 진지하고 실질적이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발언, 우크라이나인들이 (미-러 양국이 우크라이나군 철수를 요구하는) 도네츠크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양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부분 등이 부합된다. 그런데, 왜 안보보장 기간이 최소 20년, 30년으로 차이가 날까? 가디언지가 우크라이나어 연설을 영어로 잘못 번역했거나, 연합뉴스가 기사 작성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러-우크라 언론 매체가 오보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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