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장기 체류를 준비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다.
“РВП를 받은 뒤에 바로 ВНЖ를 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ВНЖ를 받으면 1년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말이 사실인가?”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ВНЖ를 받는 것만으로 군 복무 의무가 생기지는 않는다. 이 문제는 러시아 체류 자격 제도를 이해하면 비교적 명확하게 정리된다. 러시아에서 외국인이 장기 체류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РВП(임시 거주 허가), 두 번째 단계는 ВНЖ(영주 거주 허가), 마지막 단계는 러시아 시민권 취득이다.
먼저 РВП(Разрешение на временное проживание)는 외국인이 러시아에서 장기 체류를 시작할 때 받는 첫 번째 거주 허가다. 보통 여권에 도장 형태로 발급되며 유효 기간은 3년이다. 다만 연장이 불가능하고, 발급받은 지역에서만 거주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다. РВП를 받은 외국인은 별도의 취업 허가 없이 합법적으로 러시아에서 일할 수 있으며, 매년 거주 및 소득에 대한 신고를 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인 ВНЖ(Вид на жительство)는 흔히 ‘영주권’으로 불리는 체류 자격이다. ВНЖ를 취득하면 러시아 전역에서 자유롭게 거주하고 일할 수 있으며 지역 제한이 사라진다. 과거에는 유효기간이 5년이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무기한 체류 허가 형태로 발급된다. 다만 РВП와 마찬가지로 매년 거주 신고는 계속해야 한다. 일반적인 절차는 입국 → РВП 취득 → 약 1년 거주 → ВНЖ 신청 순서로 진행된다. 즉, 대부분의 외국인은 РВП를 받은 뒤 일정 기간 거주한 후 ВНЖ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러시아 배우자와 결혼한 경우 등 일부 상황에서는 절차가 단축되거나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 예를들면, 러시아 배우자 사이에서 2세가 태어나, 아이가 시민권을 받으면, 영주권으로 직행이다. 또한, 결혼후에는 1년 후에 영주권 신청을 바로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부분은 군 복무 의무다. 일부 커뮤니티나 인터넷에서는 “ВНЖ를 받으면 군대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러시아에서 군 복무 의무는 러시아 시민에게만 적용된다. 외국인은 РВП나 ВНЖ를 가지고 있어도 군 복무 대상이 아니다. 군 복무 문제가 언급되는 이유는 시민권 취득 이후의 상황 때문이다. 러시아 남성이 시민권을 취득하면 일반적으로 징병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징병 연령은 보통 18세에서 30세 사이이며, 이 연령을 넘긴 경우에는 실제로 군 복무 대상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단순히 ВНЖ를 취득했다는 이유만으로 군 복무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혼선의 배경에는 2025년 11월 5일 러시아 대통령령 제821호가 있다. 그러나 이 칙령을 자세히 보면, 모든 외국인 영주권 신청자에게 1년 군복무를 의무화한 규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령은 제목 그대로 러시아 시민권 취득과 영주권 발급에 관한 ‘임시 절차’를 정한 것으로, 법문 자체도 대상 범위를 ‘특정 범주의 외국인 및 무국적자’로 한정하고 있다.
핵심은 이 제도가 일반 영주권 제도가 아니라, SVO와 관련해 러시아 군과 계약복무를 했거나 복무 중인 외국인들을 위한 특례 절차라는 점이다. 실제 법령 요약과 해설에서도 제821호는 SVO 참가 외국인에 대한 시민권·영주권 간소화 조치로 설명된다. 따라서 이 칙령은 “영주권을 받으려면 반드시 1년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는 일반 규정이라기보다, 군 계약복무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영주권과 시민권 취득의 길을 열어주는 특례 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 일반 원칙은 별개다. 러시아의 연방법 115-ФЗ 제15조는 외국인은 징집 대상이 아니며, 다만 계약에 의한 군복무는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즉, 영주권이 있어서 자동으로 군복무 의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계약복무와 연결된 경우에 한해 제821호상의 특례가 작동한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정리하면, 러시아 체류 자격은 РВП → ВНЖ → 시민권의 단계로 이어지며, ВНЖ 취득 자체는 군 복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군 복무 의무는 러시아 시민에게만 적용되며, 외국인이 장기 체류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잘못 알려진 정보다. 러시아에서 장기 체류를 준비하는 경우 이러한 제도적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체류 자격과 군 복무 문제는 인터넷 정보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법적 기준과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승현 에디터 buyrussia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