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Mar 2026

우크라 수상드론에 반파된 러시아 LNG 운반선의 운명, 지중해 해상에서 표류하고 있는데..

이스라엘군의 이란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공격→이란의 카타르 라스 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 폭격→국제 가스의 가격 급등 우려로 이어지는 가운데, 지중해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비밀 파괴 음모)로 반파된 러시아 LNG 운반선이 지중해에서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에 취약한 전 세계 에너지의 생산 및 유통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LNG 선박의 파괴는, 실려있던 가스가 해양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 크다. 자칫 대형 폭발로 이어질 경우, 주변에 어떤 피해를 줄 지도 모른다. 지중해 인근 국가들이 통제 불능 상태로 지중해를 표류하는 선박을 예의주시하는 까닭이다.

러시아 국영 매체 러시아 투데이(RT)에 따르면 피에르프란체스코 데밀리토 이탈리아 비상사태부 대변인은 러시아 LNG 운반선 '아르크틱 메타가즈'(Арктик Метагаз, Arctic Metagaz)호가 통제 불능 상태에서 해류의 영향을 받아 남쪽, 리비아 방향으로 표류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리비아 영해에서 41해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가 아르크틱 메타가즈호를 본격적으로 추적한 것은 지난 13일쯤부터다. 이탈리아 정부는 람페두사섬 해안에서 정체불명의 선박이 목격되자 긴급 비상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탈리아 언론들도 속보를 내보냈다. 국영 라이(RAI) TV는 해상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LNG 운반용 탱크가 확인된다고 전했다. 현지 일간지 일 메사제로는 이 선박이 지난 3일 우크라이나의 수상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 LNG 선박 '아틱 메타가즈'호라고 주장했다. 
 

지중해에 떠도는 러시아 가스 운반선/사진출처:SNS 영상 캡처

그로부터 닷새 후(18일) 지중해 반대편에 있는 리비아가 아틱 메타가즈호의 접근에 해상 경계태세를 격상했다. 러시아 매체 로시스카야 가제타(RGRU)에 따르면 리비아 현지 매체 '리비아 옵서버'는 이날 아틱 메타가즈호가 순전히 바람과 해류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 리비아 해양 항만 당국이 가스 폭발이나 누출, 또는 선체 손상의 위험을 들어 모든 선박에 안전거리를 유지할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또 리비아의 지중해 해안에 있는 부리 및 알-주르프 유전의 석유 시추 플랫폼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가 발령됐다. 여차하면 예인선들이 다가오는 이 선박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기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도 했다. 리비아는 지중해 해양 국가들과 협력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다. 

RGRU에 따르면 아틱 메타가즈호는 지난 3일(현지시간) 몰타 영해 인근 지중해에서 우크라이나의 수상드론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 교통부는 이튿날(4일) 정부 공식 메신저 '맥스'(MAX)를 통해 이를 발표하면서 "승무원들은 모두 구조됐다"고 밝혔다. 교통부는 또 "이 선박은 모든 국제 규정에 따라 통관된 화물을 싣고 무르만스크 항에서 출항해 항해하던 중 리비아 해안에서 출격한 (우크라이나) 수상 드론에 피격됐다"며 "명백한 테러행위"라고 규탄했다. 러시아의 요청을 받은 몰타 구조대가 긴급 구조 작전에 나서 리비아의 구조 책임 구역에서 구명 보트를 타고 구조를 기다리던 러시아 국적의 승무원 30명 전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러시아 LNG 운반선 아틱 메타가즈호/러시아 TV 채널1 영상 캡처

아틱 메타가스호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다. 길이 277m, 폭 43.44m로 8천만㎥의 액화가스를 실을 수 있다. 2003년 건조된 이 선박은 흑해 연안 소치에 기항지를 둔 러시아 선적이다. 2024년부터 미국과 영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이 선박은 지난 3일 선상에 화재가 발생했다며 조난 신호를 보냈다. 선박에서는 여러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
해상 교통 추적 시스템에 따르면 이 선박은 러시아 무르만스크 항을 떠나 이집트 사이드 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민간 가스업체 노바텍(Novatek)이 미국의 제재 대상인 '아틱 LNG 2' 프로젝트의 가스를 운반중이었던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이 선박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언론은 LNG 선박 공격에 우크라이나 군정보총국(GUR)이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에서 활동 중인 GUR 특수부대는 영국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은 앞서 '그림자 함대' 소속의 러시아산 석유 운반선(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지난 1월에는 유조선 나포를 겨냥한 특수부대의 훈련 센터가 개소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수상드론에 피격된 아틱 메타가즈호/사진출처:SNS

현실적인 문제는 피격 그 이후다. 러시아 국영 TV 채널 '채널1'은 지난 4일 불타고 있는 아틱 메타가즈호의 영상을 보여줬다. 밤에 촬영된 이 영상을 보면 배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고 갑판 위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화재 진압 후 촬영된 사진에는 선박 왼쪽에 우크라이나 수중 드론과의 충돌로 생긴 거대한 구멍이 선명하고, 새까맣게 타버린 선채가 확인된다. 선박은 배는 물 위에 떠 있지만, "가스로 가득 찬 시한폭탄"으로 여겨졌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선박이 버려졌을 당시, 벙커 탱크에는 중유 450톤, 경유 250톤, 그리고 상당량의 천연가스가 남아 있었다. 

전문가들은 "선박이 심각한 손상을 입고 크게 기울어졌으며 선내에서는 주기적으로 폭발음이 들렸고, 가스 누출로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폭발로 약해진 선체가 3.4~4m의 파도를 파도의 충격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탈리아·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 9개 회원국이 집행위원회에 공동 서한을 보내 '아틱 메타가즈'호 표류 사태에 대한 EU 차원의 긴급 대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EU가 섣불리 손을 대기 힘든 것은 EU의 대(對)러 제재 때문이다. 자칫하면 제제의 실효성과 억지력을 훼손할 수 있다. 

세계자연기금(WWF)도 최고 경계 수준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섭씨 영하 162도로 액화 저장되는 LNG는 누출 시 해양 생물에 치명적인 극저온 효과를 일으키고, 육지 생물에도 극도로 위험한 가스 구름을 형성하며, LNG의 주성분인 메탄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급격히 끌어올릴 수도 있다. 대형 폭발로 이어질 경우, 환경 재앙마저 우려된다. 러시아측은 "국제법상 표류 선박의 처리와 환경 재앙 방지 책임은 연안 국가에 있다"며 책임을 EU쪽으로 돌렸다. 2주일 넘게 지중해를 떠도는 '가스 시한폭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오늘도 리비아를 향해 느리게 남하하는 중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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