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PRESS)이라고 적힌 방탄조끼를 착용한 기자가 카메라 앞에서 현장 리포트를 시작했다. 어느 순간 기자가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황급히 엎드린다. 기자의 바로 뒤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화면이 흔들리며 잔해물이 날아드는 모습이 잡혔다.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 상황(이란 전쟁)을 리포터하던 러시아 국영매체 러시아 투데이(RT)의 종군 기자가 겪은 생생한 전쟁 현장이다. 기자들 뒤로 떨어진 것은 이스라엘군의 폭탄(미사일)이었다.
이란 전쟁의 불똥이 튄 레바논은 지금까지 사망자 1천 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남부에 은거하고 있는 친(親)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근거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제한적인 지상 공격이 지난 9일 시작되면서부터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스티브 스위니 RT 특파원(종군 기자)와 카메라맨은 19일 레바논 남부 지역을 때린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미사일 파편이 그들의 다리를 관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니 기자는 "이스라엘이 공격하기 전에 아무런 경고도 없었으며, 촬영 당시 비행기 소리만 들었다"며 "우리가 살아남은 건 천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최근 며칠간 이 지역을 겨냥해 작전을 벌여왔다며 "분명히 경고를 보냈고, 경고 후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 공습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언론인 200명이 살해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늘 사건도 우연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기자들에 대한 이번 공격도 그 정황상 고의적이며,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이튿날(20일) 러시아 외무부는 오데드 요세프 주러 이스라엘 대사를 외무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세프 대사는 언론의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국제 언론인 권익보호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의 지난달(2월)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2025년) 전 세계에서 살해된 기자와 미디어 종사자는 모두 12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들 중 3분의 2는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됐다고 CPJ가 지적했다.
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Axios)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리타니 강 남쪽의 레바논에 있는 헤즈볼라의 군사 기지를 파괴하기 위해 공습과 지상작전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본부를 베이루트에 두고 있는 헤즈볼라는 현재 레바논 남부 지역를 장악하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중동 지역 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왔으나, 실제로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중간에 끼여 이번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