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Apr 2026

전쟁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잭팟 게임'을 그린 장편 소설, '데칼코마니:신들의 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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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디지털 시대에는 그런 일이 더욱 흔해졌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상상 가능했던 것들이 이제는 실제로 보고 듣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전쟁과 돈의 어긋난 조합이 대표적이다. 전쟁과 같이 위험천만한 격변기에 최고급 정보를 이용한 수상한 '잭팟'(도박장에서의 대박)이 도처에서 터지니, 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소문'으로만 떠돌던 ‘내부 정보’를 활용한 '잭팟' 의혹이 최근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1월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의 미국 압송 작전에 참여했던 미 특수부대원이 승부 예측 베팅(도박) 플랫폼인 '폴리마켓’에 돈을 걸어 10배 이상의 대박을 터뜨린 혐의로 기소되면서다. 폴리마켓은 원래 선거와 스포츠 등 승패를 다투는 이벤트에 돈을 거는 베팅 사이트인데, 최근에는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미국의 군사작전과 관련한 상품도 등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군 특수부대 소속 개넌 켄 밴 다이크(38) 부사관(상사)은 마두로 대통령이 권좌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데 베팅해 40만 9천 달러가 넘는 큰 돈을 벌었다고 미 CNN 방송이 23일 보도했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위한 미국의 '앱솔루트 리졸브 작전'에 관한 정보를 입수한 뒤 지난해(2025년) 12월 27일부터 작전 개시 하루 전인 1월 2일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폴리마켓'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에 3만 2천 달러를 걸었다. 직접 '앱솔루트 리졸브 작전'에 참여했으니 명백한 내부자 거래다. 그는 또 자금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해외에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거치는 등 돈세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밴 다이크 사건은 미 법무부가 미래 예측 시장에서 내부자 거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잘 모르는 일이지만 흥미롭다”며 “그가 마두로 (대통령) 체포에 돈을 걸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안타깝게도 요즘은 온 세상이 카지노 도박장이 된 것 같다”며 “유럽을 비롯해 모든 곳에서 도박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조선/사진출처:sepocye.com
유조선/사진출처:sepocye.com

밴 다이크 사건은 국제유가 폭등을 불러온 이란 전쟁 이후 각종 선물시장에서 확인된 '큰 손'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과 관련한 주요 발표를 할 때마다 ‘수상한 거래’가 반복됐다고 한다. 

먼저, 지난달(3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전력 인프라에 대한 공격 연기를 발표하기 불과 15분 전에 5억 달러 규모의 원유 선물 거래가 이뤄졌다. 이란과 2주일 간의 휴전 발표가 난 지난 7일에는 9억 5천만 달러, 17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항해 허용 발표 20분 전에는 7억 6천만 달러 규모의 거래가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무기한 휴전 연장’을 발표한 21일에도 4억 3천만 달러의 선물이 거래됐다. 

위의 4차례의 주요 발표 이후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결정적인 순간에 물량을 대거 팔아치운 ‘누군가’는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민주당은 내부정보의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백악관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원죄'가 있다. 지난해(2025년) 4월 2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로 전세계 주식시장이 7일 연속 곤두박질치던 같은 달 9일 오전 9시 37분(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지금이 매수하기 매우 좋은 시점”이란 글을 올렸다. 그리고 이날 오후 1시 38분(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 부과한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다시 글을 썼다. 주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당시 주가 폭등에 따른 수익의 상당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월가의 ‘큰 손’들이 챙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쟁의 잭팟 게임을 그린 소설 데칼코마니:신들의 화폐
전쟁의 잭팟 게임을 그린 소설 데칼코마니:신들의 화폐

이같은 미 백악관발(發) '잭팟 게임'을 일찌감치 예측하고 쓴 장편 소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안형기 작가의 '데칼코마니:신들의 화폐'(상하권 통합 개정판, 좋은 땅 출판, 660P)다. 작가가 2019년에 쓴 '파생'이란 소설을 시대 변화에 맞춰 개작하고, 또 개정판을 새로 냈다.

소설은 흥미진진하다. 배경도 베네수엘라나 이란과 같이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이다. 앞으로 마두로 대통령의 압송과 이란 공습과 같은 미군의 군사작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한반도다. 한반도의 전쟁 발발 위기를 촉매재로 삼아 한-미 양국의 최고위층에서 벌어지는 카지노 자본주의, 권력이 금융시장의 핵무기 격인 파생상품으로 '잭팟'을 노리는 거대한 음모, 권력과 자본 간의 비정한 암투, 숫자놀음 속에서 피어나는 애절한 사랑이야기 등으로 이어지는 긴 서사에 눈을 쉽게 뗄 수 없다.

소설 '파생'이 세상에 나올 때만 해도 상상 가능한 꿈같은 이야기, 상상 가능한 영화 소재거리로 치부됐는데, 이제는 아니다. 지정학적 위기, 특히 전쟁을 활용한 투자 잭팟 터뜨리기는 현실화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욱 흥민진진하다.

바이러시아 buyrussia21@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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