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May 2026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고? 푸틴 대통령이 전승절 기자회견에서 왜 이런 말을..

관련기사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 진짜? 푸틴 대통령은 9일 승전 기념식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를 기대해 왔다"면서 "이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지만, 상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분명히 이 분쟁을 원하지 않으며, (중재에 나선 데 대해) 우리는 감사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문맥으로만 보면, 전쟁이 진짜 끝나가고 있다고 믿는 게 아니라, 러-우크라·서방 간의 길고 긴 대립 과정이 미국의 협상 중재를 통해 서서히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말했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서방의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고.

미국의 대(對)우크라 지원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유럽이 그 몫까지 떠안고 가려는 시도, 예를 들면 2년에 걸쳐 900억 유로 규모의 차관 제공과 같은 지원에 대한 불만 표시이자, 당사자인 우리(러-우크라)가 해결할 테니 가만히 좀 있어달라는 의사 표명이라고 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전쟁 발발 첫 해(2022년) 3월의 러-우크라 이스탄불 합의에 대한 기억을 꺼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2년 봄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가 이스탄불에서 '강제로' 문서(러-우크라 이스탄불 합의안/편집자)에 서명할 수는 없으니, 키예프(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을 철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철군 후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에게 '합의안이 공정하지 않으니 서명하면 안된다'며 '도와줄테니 계속 싸우라'고 했다. 그들은 몇 달 안에 러시아가 붕괴될 것으로 예상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했으나, 그 계획은 실패했고, 이 늪에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쟁은 그렇게 4년을 끌었고, 전선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교착상태에 빠졌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집권 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으나 미-러-우크라 3자 평화협상도 스위스 대좌를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전승절 기념 기자회견/현지 매체 텔레그램
푸틴 대통령의 전승절 기념 기자회견/현지 매체 텔레그램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분쟁은 종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이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정치·경제적으로 허덕이고 있을 때, 우크라이나 전선을 돌파하거나 도네츠크주(州)의 남은 땅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 다른 하나는 미국과의 '알래스카 정신'으로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승전 기념일 열병식에 '무기 퍼레이드'가 빠진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테러 위협 때문이 아니라 적을 최종적으로 패배시키는데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테러 위협'을 주된 이유로 든 지난 4월 말의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 발언을 뒤집은 것.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경고했듯이, 러시아가 최후의 일격을 가할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4일 예레반에서 열린 유럽 정치 공동체 정상회의/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4일 예레반에서 열린 유럽 정치 공동체 정상회의/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4일 예레반에서 열린 유럽 정치 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군이 올여름 대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고 미 블룸버그 통신이 6일 보도했다. 그는 파트너들에게 겨울이 오기 전에 방공 시스템과 요격 미사일의 신속한 공급을 촉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에 앞서 AP 통신은 지난 3월, 4월에는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GUR)이 러시아가 가을까지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비축 물자를 모으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합참 의장격)겸 특수군사작전 총사령관이 지난달(4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모든 방향으로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4일 보수 성향의 셀럼 뉴스 채널(Salem News Channel)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잃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나토(NATO)에 무기를 팔고, 나토가 그것을 (우크라이나에) 넘겨주는데, 기술이 뛰어나든 아니든 우크라이나인들은 싸울 능력이 있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무기를 제공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더 싸울 능력이 없다는 주장으로, 미국이 전쟁에서 핵심 키를 쥐고 있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 담당 보좌관/사진출처:크렘린.ru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 담당 보좌관/사진출처:크렘린.ru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중재하는 러-우크라 평화 협상은 여전히 개최 여부가 가물가물하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담당 보좌관은 9일 "미-러-우크라 3자 평화 협상은 언제 재개될지 불확실하다"며 "누구도 협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으며 차기 협상에 대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협상에 앞서 양측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측은 다음 라운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러 간 '알래스카 정신'에 따른 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주(州) 철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세 차례에 걸친 미-러-우크라 3자 평화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주에서 철군할 경우, 즉각 나토 5조를 원용한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방안에 서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압박을 가해 도네츠크주 철군이라는 걸림돌을 치워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차기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우샤코프 보좌관이 이 문제를 거론한 이유다.

7일 미국을 방문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 3자회담 수석 대표)가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쿠슈너 등과 이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확실시된다. 우크라이나는 당초 부활절(4월 12일) 이후 미국 대표단이 키예프를 방문해줄 것을 희망했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 이유로 미국의 이란 전쟁 대응이 아니라 돈바스 철군 거부와 같은 우크라이나 측의 강경한 협상 태도를 든다. 우메로프 서기가 최근 미국으로 날아간 것은, 미국의 입장 변화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이날 기자회견에서 긴밀한 미-러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도 눈에 띄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9~11일 휴전을 제안한 것은, 키예프 주재 미 대사관의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의 '붉은 광장' 열병식 공격 시 우크라이나 도심의 '의사결정 센터(대통령 벙커와 의회, 국방부, 군총참모부/편집자)'에 대한 보복 공격을 발표한 뒤, 러시아 외무부는 키예프 주재 외교 공관들에게 미리 그 곳을 떠날 것을 통고했다.

그리고 러시아 측은 가장 중요한 파트너들인 미국과 중국, 인도 등과 9일을 전후한 '위험한 비상 사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기자들에게 "모스크바와 워싱턴이 접촉을 강화했으며, 특히 우크라이나의 (열병식) 위협 이후 러시아가 보복을 다짐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간의 추가 휴전(당초 8, 9일에서 8~10일로, 또 8~11일 나흘간으로 연장)을 제안했고, 러시아가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과의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피초 총리/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과의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피초 총리/사진출처:크렘린.ru

유럽연합(EU) 정상들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의 모스크바 방문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은 간명하게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구체적인 메시지는 없다. 그(젤렌스키 대통령)가 나와 단독 협상(정상회담)을 할 의향이 있다는 이야기를 다시 들었다. 우리(러시아)는 이 제안을 거절한 적이 없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모스크바로 오면 된다. 하지만 분쟁을 끝내기 위한 정상회담은 최종 합의가 이뤄진 후 제3국에서 만날 수 있다."

피초 총리도 10일 귀국행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이를 확인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든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협상에 관심이 있다면 전화로 러시아 측에 연락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EU 측의 비판을 의식한 듯 "국가 정상급 대화 없이는 이 분쟁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답변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회담에 관심이 있다면 전화로 러시아 대통령에게 연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성사와 함께 예고한 러-우크라 간 1,000명 씩의 포로 교환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지난 5일 우크라이나에 포로 교환을 제안하면서 포로로 잡혀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 500명의 명단을 보냈다"면서 "그러나 우크라이나로부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최근 EU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러시아와의 직접 협상 구상에 대해서는 모스크바가 선호하는 협상가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들었다. 그는 "유럽에 대해서도 협상의 문을 닫은 적이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협상가로) 슈뢰더 전 총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예레반 방문 이후 아르메니아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 "아르메니아가 EU에 가입하려면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뜻을 먼저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르메니아 국민들이 지지한다면,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와 '이성적으로 이혼'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도 유럽으로의 통합(EU 가입) 이슈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그는 지적하기도 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