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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해 선언한 소위 '40일 작전'이 끝나는 날이다. 그는 6월 25일 흐마라 당시 국가보안국(SBU) 국장 대행(현재 국방장관 대행)과 만난 뒤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를 압박하는 군사 작전(40일 작전) 개시를 선언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후방의 정유시설을 장거리 드론으로 타격하고, 러시아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와일드 베리스'의 물류 창고들을 파괴했다. 또 러시아의 곡물및 에너지 수출을 막기 위해 흑해와 아조프해에 대한 해상봉쇄를 시도했다.
대외적으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연합(EU), 6월 G7, 7월 나토(NATO)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해 '전쟁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나 패트리어트 방공미사일의 공동 생산 허가를 받아내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푸틴 대통령과 합의한 '앵커리지 정신'(앵커리지 미-러 정상회담에서 나온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편집자)도 잊혀졌다고 일부 서방 외신은 평가했다. 모스크바도 워싱턴을 향해 '앵커리지 정신'의 이행을 압박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40일 작전이 끝난 현재, 전반적인 평가는 어떨까?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3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 중 '40일 작전이 러시아에 미친 영향'(40 дней "влияния" на Россию)이란 코너에서 "40일 작전이 끝났지만, 모스크바는 전쟁 종식 조건에 대한 입장을 바꿀 조짐을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유 시설 공격에 의한 러시아 '주유대란'은 연료 부족 현상이 완화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고, '와일드베리스' 물류 창고 공격은 되레 러시아 측의 호된 보복 조치를 불러 우크라이나 인터넷 쇼핑몰 '로제트카'의 물류 창고, 물류 운송업체 '노바 포슈타' 네트워크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이 매체는 짚었다.


키예프(키이우)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준 것은 오데사 항 등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의 수출 항구 봉쇄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곡물 및 연료 수출 루트(경로)인 흑해와 아조프해를 봉쇄한데 대한 보복 조치였다. 그 결과, 키예프는 모스크바보다 곡물및 철광석 제품 수출을 위한 대체 루트를 찾는 데 훨씬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對)서방 외교 정책도 특별히 순조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가장 시급한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젤렌스키 대통령은 올 겨울철 대비 300기 제공 요청)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측에 약속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생산 허가 방침을 최근 사실상 철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 선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 장례식 참석차 미국 방문 중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대를 공격할 수 있도록 위성통신 시스템 '스타링크' 사용을 러시아 본토까지 확장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 스타링크 CEO는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의 만남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CEO는 오히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영토를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크와의 인터뷰(7월 24일)에서 주장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40일 작전'에 대한 평가는 이중적이다. 전쟁 발발 이듬해(2023년) 여름,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군사 지원을 받아 대대적인 반격 작전을 시작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40일 작전' 역시 군사 전략적으로는 다를 바 없다는 평가다.
일부 서방 언론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게 빼앗긴 영토보다 빼앗은 땅이 더 많다고 보도했지만, 전선에서 반격의 돌파구를 찾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도네츠크주(州) '요새 벨트' 중 하나인 코스탄티노프카(코스티안니우카)가 러시아군에 거의 함락됐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40일 작전'이 대외적인 홍보 차원에서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앵커리지 정신'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철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안을 포기했다는 설이 워싱턴 안팎에서 나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7월) 23일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서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난 뒤 "(러시아 후방 공격 성공에 고무된) 우크라이나가 '앵커리지 조건'을 받아들이기는 더욱 어렵게 되었기 때문에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도네츠크주 '요새 벨트'에 막혀 상당히 느려지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영토를 양보할 만큼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러시아 정유 시설및 물류 창고를 겨냥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은 긴 전쟁에 지친 러시아인들의 반전 여론(특히 대규모 시위)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심리 작전을 겸하고 있었지만, 러시아는 흔들리지 않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이란 충돌은 국가 유가의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러시아의 재정 적자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은 3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어느 정도 진전은 이루었지만, 전선의 전반적인 상황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군사적 수단을 통해 목표(돈바스 점령)를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객관적으로 러-우크라 양국은 서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물론 '40일 작전'의 시효가 지나갔다고 해서 전쟁의 판을 바꾸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시도가 끝났다고는 할 수 없다. 러시아 후방의 정유 시설, 물류 창고 등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은 계속 중이고, 또 계속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또 '크렘린이 9월 총선 뒤 총동원령을 발령할 것'이라는 프로파간다(선전전)로 러시아의 민심 이반을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부다노프 실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총선 뒤 러시아의 총동원령' 발령 주장에 대해 "성급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부정적인 뉘앙스(어감)다. 러시아에서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이 아예 "동원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고, 국가두마(하원)의 군사위원회 위원장도 총동원령을 부인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군이 올 겨울에 러시아 에너지 부문을 집중 공격할 경우, 많은 러시아인들이 현재의 크림반도나 돈바스 점령 지역과 마찬가지로, 전기와 난방 없이 지내야 할 수도 있다. 러시아에게도 전쟁 지속에 따른 위험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모스크바에서 온 지인은 "주변 러시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쟁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쟁 지속으로 감당해야 할 부담은 우크라이나가 더 클지도 모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총리 경질에 따른 내각(정부) 개편(우크라이나는 총리 경질시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편집자)에서 키릴 페도로프 국방장관을 해임한 뒤 심각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페도로프 전 장관의 복귀를 요구하는 '골판지 시위'(골판지에 요구 사항을 적어 거리로 나온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용어/편집자)의 기세가 최고 군지휘부(시르스키 총사령관 해임, 친·親 페도로프 장관의 드라파티 장군 임명/편집자) 교체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의 끝없는 보복 공습은 키예프 등 주요 도시들을 '한여름밤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이 요격하기 힘든 탄도 미사일과 장거리 활공폭탄(에어 폭탄) '카브', 자폭 드론인 '게란' 개량형, '반데롤리'(러시아어로 бандероль, 드론과 미사일 중간 형태/편집자)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 지역을 타격하고 있다. 방어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진 상황에서 러시아의 공습은 우크라이나의 각종 기반 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앵커리지 정신'에 입각한 평화 협상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내 여론을 더욱 거세게 만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올 겨울은 러시아군의 에너지 부문 타격으로 "가장 혹독할 것"이라는 예측도 수없이 나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마저 국민들에게 "매우 힘든 겨울"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컴 백 얼라이브' 재단의 타라스 흐무트 이사는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겨울을 나기 위해 도시를 떠날 것"을 촉구했다.
이를 타개하는 우크라이나의 마지막 카드는 역시 '휴전'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 "겨울이 오기 전에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도록(휴전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보좌관인 포돌랴크는 "러시아에 세 가지 휴전 옵션을 제시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는데, △공습 중단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전선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 후 평화 협상 개시 방안이다. 이를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에도 열려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판이 바뀌었다고 주장면서 왜 자꾸 휴전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조롱하는 댓글도 눈에 띈다.
미국의 평가는 어떨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일 "키예프와 모스크바 모두 아직 자신들의 '레드 라인'(마지막 양보선)을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은 몇 주 안에 양측 간의 협상 재개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후방 공격에 힘입어 종전보다 입지가 개선된 상황에서 평화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러시아는 여전히 "협상은 '앵커리지 정신'의 틀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앞으로 큰 변수가 있다면, 휴전보다 전쟁의 지속을 주장해온 미·유럽 강경 세력의 쇠퇴다. 서방 언론은 이미 유럽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던 주요 인사들이 정치 무대에서 퇴진하고 있다고 적극 보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반(反)러-친(親)우크라의 상징인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돌연사로 구심점이 사라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일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온 '의지의 연합'은 스타머 영국 총리의 퇴진에 이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2027년 5월)가 끝나면 해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신문은 스타머 총리의 후임자인 버넘 총리는 외교 정책 경험이 부족하고, 마크롱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오히려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해제, 프랑스의 나토 의장국 탈퇴, 모스크바의 요구에 따른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 체결을 주장했던 마린 르펜이 다음 프랑스 대통령으로 유력해졌다고 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화시키고 유럽의 세력 균형을 바꿀 수 있는 '지도력 공백' 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안보지원그룹(SAGU)의 리더 자리를 포기하면, 메르츠 독일 총리가 뒤를 이을 후보로 거론됐지만, 그의 국내 입지 또한 불안정하다고 텔레그래프지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 독일 일간지 빌트는 메르츠 총리가 오는 9월 지방선거 이후 총리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집권 여당 기독민주연합(CDU) 지도부 내에서 메르츠 총리가 올해 크리스마스까지 재임할 것이라고 믿는 이는 거의 없다는 것. 독일의 CDU 소속 주지사들은 국가와 당의 이익을 위해 메르츠 총리의 사임을 제안하는 시나리오를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주된 이유로는 메르츠 총리 정부와 CDU의 지지율 하락이 꼽힌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작센안할트주에서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의 지지율은 41%인데 반해 CDU은 24%에 그쳤다. 또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는 AfD가 36%, 사민당(SPD)이 29%, CDU은 9%의 지지율을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AfD가 전국 지지율에서 집권여당인 CDU/CSU 블록을 27% 대 21%로 앞섰다고 보도했다. 메르츠 총리의 국정 운영에 만족하는 독일인은 15%에 불과하다.
올해가 이렇게 또 지나가고 내년 상반기가 되면 키예프는 유럽에서 여러 핵심 동맹국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모스크바 역시 이를 기대하고 전선에서의 휴전을 거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 정치 전문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은 1년 안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안보지원그룹(SAGU)의 지도 체제를 유럽의 나토 회원국으로 넘길 계획이다. 독일의 비스바덴에서 출범한 SAGU 체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공급을 조율하고, △우크라이나 군대를 훈련시키며, △물류 지원 역할을 담당한다. 미 국방부는 "SAGU가 원래 임시 기구로 시작됐다"며 "유럽 국가로의 권한 이양은 나토내 부담 재분배 및 새로운 미국 국방 전략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일각에서는 SAGU 지휘 체제 교체가 오히려 키예프에 △미국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고 △우크라이나로의 군사 물자 수송을 용이하게 하는 이점을 안겨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위험 요소도 없지 않은데, 나토 특유의 관료적 절차에 의해 실제 이행이 늘어진다든가, 미국의 위성 정찰및 표적 설정, 대형 수송기를 동원하는 물류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가 유럽에는 없다는 점 등이다.
스트라나.ua는 "러-우크라 두 나라는 이제 극도로 위험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상황이 키예프와 모스크바로 하여금 전쟁을 신속히 종식시키기 위한 타협안을 모색하도록 압박하는 게 맞다"고 짚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급박한, 누군가에게는 느긋한 '시간 싸움'으로 가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더 유리할지는 아직 모른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