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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 군사작전에 따른 러시아의 물류망 손실이 122억 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 만족한다"(9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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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는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지만, 나치 독일의 런던 폭격은 오히려 영국의 항전 결의만 다지게 만들었다."(9일, 영국 선데이타임스 칼럼 중에서)
러시아 본토를 장거리 드론으로 공격하는 우크라이나의 '40일 군사작전'에 대한 평가는 이중적이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는 짙다고나 할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포클라드 국가보안국(SBU) 국장 대행과 군사 작전을 논의하는 모습/젤렌스키_오피셜 텔레그램 캡처
젤렌스키 대통령이 9일 우크라이나 전시 통합 TV 뉴스 프로그램(러시아어로는 Телемарафон Единые новости·텔레마라폰 에디니 노보스티, 우크라이나어로는 Єдинi новини·에디니 노비니, 통칭 텔레톤/편집자)에 출연해 "40일 작전에 따른 러시아의 물류망 손실이 122억 달러에 달한다"며 "그들도(러시아)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전을 주도한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도 지난 4일 "40일 작전은 러시아 군사 기구의 핵심 요소들을 동시에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러시아 최대 인터넷 쇼핑몰 업체인) 와일드베리스'의 물류 창고를 공격한 것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7월) 중순부터 공격 목표를 러시아 정유 시설에서 와일드베리스 물류창고로 바꿨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페름 등 러시아 전역의 와일드베리스 물류 창고 최소 20여곳을 타격해 창고 가동률은 약 10% 줄었고, 불에 타 사라진 상품의 손실이 최대 4,800억 루블(약 8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현지 분석가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대형 창고가 거의 남지 않았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창고가 하나씩 파괴되고 있다”고 전했다.
와일드베리스에 입점해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중소업체 수만 곳이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와일드베리스의 월 이용자는 약 8천100만명에 달한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비대칭형 공격에 곧바로 '이에는 이, 귀에는 귀'라는 원칙으로 대응해 왔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에너지 수출 항만을 공격하면,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를 타격하고,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면 곧바로 수도 키예프(키이우) 등 주요 에너지 시설을 때렸다. 와일드베리스 물류창고 공격에 러시아군은 키예프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의 슈퍼마켓에 상품을 제공하는 물류 창고를 겨냥해 미사일·드론을 날렸다.
안타깝게도 키예프와 주변 지역의 슈퍼마켓에서 상품이 비어 있는 선반대 사진(영상)이 최근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0일 키예프와 주변 지역에서 식료품 체인인 포지(Fozzy)와 노부스(Novus)의 물류 창고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진열대가 빈 슈퍼마켓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실포(Silpo)와 포라(Fora) 매장에서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물론, 설탕과 밀가루 등 생필품까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며 '적의 공격으로 물류 기반 시설이 파괴돼 일부 품목의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판까지 등장했다.
일부 식료품의 경우,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물류망 선제 공격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이 아니었으면 싶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에게 객관적으로 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는 그들(러시아)에게 승리를 안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들이 사이버 공격, 미사일 압박, 협박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스스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싸움 중에 '그만하자'고 하는 쪽이 불리한 건 분명하다.
실제로 '40일 군사작전'이 우크라이나의 발등을 찍었다는 분석도 서방 진영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후방 공격이 오히려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9일 키예프는 이번 공습 작전으로 러시아의 사기 저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오히려 푸틴 대통령에게 전선 확대의 명분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칼럼(마크 갈레오티)을 실었다. 칼럼은 우크라이나의 공습이 러시아 경제를 마비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근거 없는 것으로 보이고, 중동 위기(이란 전쟁과 호르무스 해협 봉쇄)로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수입은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우크라이나가 정유시설 공격에서 와일드베리스 유통 창고 타격으로 작전을 바꾼 것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미사일 비축량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봤다. 러시아는 그 틈을 타 에너지 시설을 복구했고, 주유소 앞의 긴 줄은 이미 줄어들거나 사라졌다고 칼럼은 썼다.
뉴스1에 따르면 러시아 중부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산업도시 니즈네캄스크가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받아 13명이 숨지고 75명이 다쳤다고 공화국 정부가 10일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측은 9일 밤~10일 새벽 니즈네캄스크의 타네코 정유공장을 타격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니즈네캄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200㎞ 이상 떨어진 주요 석유화학 도시다.
물론, 이번 작전은 전쟁의 현실을 러시아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정치·홍보적인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의 공습은 언론의 머리 뉴스로 올라가며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칼럼은 지적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달(7월)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응답한 러시아인은 역대 최저치인 50%로 떨어졌다. 작년(2025년) 같은 기간보다 19%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문제는 러시아인들 사이에서는 푸틴 대통령보다는 가해자 격인 우크라이나를 향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스크바는 올해 상반기에 민간인 사망자가 250명, 부상자가 1,596명 발생했다고 집계했는데, 전년(2025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물론,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피해는 훨씬 더 심하다.
러시아 국영 언론이 최근 사상자 관련 자료의 공개를 시도하는 것은 '러시아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시도로 칼럼은 해석했다. 그러면서 "공습을 통해 적의 제압하려는 시도는 파괴적인 타격을 가해야만 효과가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과 런던을 예로 들었다. 우크라이나는 핵폭탄 투하와 같은 방식으로 러시아의 항복(?)을 받아낼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 부족 사태는 러시아의 요구대로 전쟁이 종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태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8일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타격을 통해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지만, 방공 미사일 부족으로 되레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이 임박한 것으로 보는 푸틴 대통령이 현 단계에서 타협에 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서방 측에게는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방공 미사일을 시급히 제공하거나 △돈바스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라는 러시아의 요구에 동의하거나 △우크라이나가 혹독한 겨울 또 나더라도 내년에도 전쟁을 계속하는 것 등 3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5일 국가안보회의에서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 공급량을 줄인 것은 더욱 순응적인 우크라이나를 만들기 위한 서방(미국)의 의도라고 불평한 것은 선택지 중 2안에 대한 불안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방공 미사일 부족은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러시아 석유시설이나 민간 유통망 공격에서 군사및 방산업체 타격으로 전환하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트라나.ua는 10일 독일 일간지 디 벨트(Die Welt)를 인용, 우크라이나군은 장거리 공격 목표를 바꿔 러시아 석유 산업 시설 대신, 미사일과 핵심 부품 생산에 관여하는 군수산업 기업들을 타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디 벨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특정 러시아 군수산업 기업들에 대한 특별 작전을 지시했다고 발표한 것을 근거로, 장거리 공격 전략의 변경을 예측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파악한 특정 기업들에 대한 공격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공습은 상당 부분 석유 시설과 유통망 등을 겨냥한 것으로, 러시아 경제를 뒤흔드는 게 주된 목표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방공 시스템 부족으로 러시아군의 보복 공격이 우크라이나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주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발사대뿐만 아니라 러시아 미사일·드론 생산 및 공급망을 파괴하는 게 우선 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빌트의 자체 분석이다.
우크라이나에게 더 나쁜 소식은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 총괄해온 책임자인 찰스 콘스탄자 중장의 직무정지다. 미 ABC 뉴스는 8일 2024년 4월부터 미 육군 제5군단을 이끌어 온 코스탄자 사령관이 토머스 펠티 소장으로 교체된다고 전했다. 상원의 인준을 받은 펠티 소장은 오는 10월 지휘권을 이양받을 계획인데, 콘스탄자 군단장이 2개월 전에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그의 사임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고위 장성 20여명의 해임 혹은 직무정지 조치의 일환이라고 한다.
미국은 또 독일 비스바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조율해온 안보지원그룹(SAGU)의 리더 자리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