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Sep 2026

트럼프, 고(故)그레이엄 전 미 의원의 가혹한 대러 제재안 서명 - 미국도 시큰둥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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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것일까? 아니면 1년 이상 끈 장기전에 관심이 사라진 것일까?

트럼프 미 대통령은 17일 고(故)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에 의해 추진된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의 정식 명칭은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 2026'이다. 러-우크라에서는 '지옥과 같은 제재(адские санкции против россии) 법안'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8월 초 미국 상원에 이어 미 하원에서도 찬성 262표, 반대 159표로 통과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체없이 법안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사진출처:페이스북@WhiteHouse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사진출처:페이스북@WhiteHouse

 

 

이 법안은 러시아산 제품에 최대 500%의 관세를, 러시아의 에너지(석유와 가스)를 구매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의 각 분야 최고위 인사에 대한 개별 제재를, 러시아 중앙은행 등 금융권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제재를 가한다.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며 러시아산 석유 등을 운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에 대한 제한 조치도 포함됐다.

이 법안의 직접 영향을 받는 국가는 러시아 외에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인 중국·인도·튀르키예(터키) 등과 가스 수입국인 유럽연합(EU) 등이다. 

당사국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7일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 법안 채택을 '비우호적인 조치'로 규정하며 "우크라이나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워싱턴의 노력을 확실히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이 법안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자 하는 현 미국 행정부의 노력에 해가 되는 것"이라며 "워싱턴에게도 경제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제재가 많을수록 제재를 가하는 국가에 더 큰 손해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9일 "중국은 유엔 제재와 국제법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인 제한 조치에 반대하며, 모든 국가와 평등및 상호 이익의 원칙에 따라 무역을 한다"며 "미국의 대러 제재법에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후속 조치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며 "중국의 국가 주권과 발전 이익, 기업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익을 확고히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외무부도 17일 성명을 통해 "(인도와 미국)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국제 에너지 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관해 (그동안) 우리는 매우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과 서방 진영에서는 제재 법안 통과에 의외로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8일 "1년 넘게 논의된 대(對)러 '지옥 같은' 제재 법안이 미국 상하 양원을 통과했지만, 반응은 예상외로 미미했다"며 "미국에서는 이 소식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않았고, 크렘린은 언급을 자제했으며, 키예프(키이우)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몇몇 고위 관리들의 공식 성명 발표에 그쳤다"고 전했다. 또 "유럽에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는)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썼다.

스트라나.ua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에 곧 서명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정작 그는 법안 통과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계속할 수단을 박탈하는 결정적인 조치'라는 거창한 당초 기대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짚었다.

미국 의사당/사진출처:유튜브
미국 의사당/사진출처:유튜브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 생전의 그레이엄 미 상원 의원/사진출처:페이스북@LindseyGrahamSC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 생전의 그레이엄 미 상원 의원/사진출처:페이스북@LindseyGrahamSC

미국과 서방, 우크라이나가 제재 법안 통과에 그렇게 환호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1년 사이에 급속도로 달라진 지정학적, 지경학적 환경 변화와 법안 문구 수정 등으로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다소 미흡하기 때문이다.

재집권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반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대러 제재 법안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어느 순간 나오기 시작했다. 미 대법원이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의 무작위 관세 부과를 위법적 행위로 판단한 이후다.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거나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다는 구실로 다양한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통과된 대러 제재 법안은 관세 부과 사유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에게든 마음대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그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이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 결정은 법원에서 다시 뒤집힐 것이다. 

실제로 이 법안의 원래 의도는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세계 시장에서 퇴출시켜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막고 미국 석유·가스 회사와 중동 동맹국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제재가 실행되면 모스크바가 세계 에너지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미국을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미국이 남미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자원을 무력으로 장악했다면, 러시아는 제재조치로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다. 

유조선/사진출처:픽사베이.com
유조선/사진출처:픽사베이.com

이 법안의 공동 발의자인 리처드 블루멘탈 민주당 상원의원은 100% 관세 부과 대상국인 중국과 인도에 "석유와 가스는 다른 곳에서 사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시장 퇴출이라는 담대한 구상만큼이나 법안 자체도 세계의 지정학적 구도에 매우 위험하고 도발적이었다. 자칫하면 미-러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후에도 크렘린과 백악관 간의 접촉을 단절시킬 위험도 내포하고 있었다. 또 누구와든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해 중국 및 인도와 무역 전쟁을 촉발할 가능성도 컸다. 워싱턴이 이 법안을 그토록 오랫동안 질질 끈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이 제재 법안이 조속히 시행됐다면, 그레이엄 의원 등 주도 세력의 계획(러시아 에너지를 세계 시장에서 퇴출시키거나 점유율을 크게 줄이는 것/편집자)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었다. 중국과 인도는 물론,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관세를 두려워했고, 특히 워싱턴이 지난해 10월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한 뒤,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러시아산 에너지 제품 구매를 자제하기도 했다. 따라서 모스크바는 제재 법안에 의해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의원은 법안 통과 후에도  "러시아 정권의 자금줄을 압박해 푸틴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평화적 해결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이후 모습/사진출처:엑스(X)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이후 모습/사진출처:엑스(X)

하지만 올해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지정학적, 지경학적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또 후티 반군의 바브엘만데브 해협(홍해) 봉쇄 위협으로 세계 석유 거래량이 최근 급격히 줄었고, 국제 유가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 전쟁은 대러 제재 법안의 당초 목표를 어그러뜨리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몰고왔다. 러시아 에너지가 아니라 중동의 석유와 가스가 세계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중국, 인도 및 기타 여러 국가는 미국이 러시아 에너지에 어떤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러시아 외 다른 곳에서 에너지를 구매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 에너지마저 시장에서 사라진다면, 세계 시장은 완전히 붕괴될 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경유 가격의 상승을 크게 우려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경유 가격의 폭등은 미 공화당의 중간 선거 전망을 완전히 망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러 제재 법안에 따라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에너지 가격은 더욱 급등할 게 틀림없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미국의 강경파는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다가 모든 것을 잃은 역설적인 상황에 처했다고 할 수 있다. 대(對)러 제재 법안과 대(對)이란 공격 모두 석유및 방산 산업과 연관된 미 공화당 내 강경파의 작품이다. 이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었다. 그는 대러 제재 법안을 주도하면서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전쟁)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란을 향해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사진출처:미 중부사령부 X (엑스) 캡처
이란을 향해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사진출처:미 중부사령부 X (엑스) 캡처

물론, 대(對)러 제재와 대(對)이란 공격이 처음부터 서로 모순된 것은 아니었다. 이란과의 전쟁에서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미국 측은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처럼 이란에서도 정권의 신속한 교체와 에너지 수출망 장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착오였던 것. 그러다보니 오히려 스스로 놓은 '덫'에 빠지고 만 꼴이다.

앞으로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법안 활용법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지만,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푸틴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카드로 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왜 푸틴 대통령 개인이나 러시아 에너지 구매국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는지 설명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적들로부터 "모스크바를 위해 일한다"는 공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러시아 올리가르히(재벌) 우마르 크렘레프가 아들의 결혼식 비용을 지원했다는 스캔들이 터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약화할 수 있다.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어느 한쪽에서라도 과반수를 확보하게 되면, 이 문제(제재법안 미적용및 뇌물 스캔들)를 근거로 탄핵 절차를 시작할 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러 협상의 카드 하나를 쥐었을는지는 모르나, 국내 정치적 입지는 물론, 러-우크라 평화 협상에도 상당한 차질을 감수해야 한다. 협상의 기본은 '주고받기'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의미 있게 '줄' 약속을 할 수가 없게 된 것. 경유 가격 폭등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러-우크라를 향해 에너지 휴전을 강요하자, 크렘린은 휴전 조건을 제시했는데, 바로 대(對)러 에너지 제재 해제였다. 대러 제재 법안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가하기는커녕 기존 제재까지 해제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지난 5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 사위 쿠슈너와 회담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지난 5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 사위 쿠슈너와 회담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러-우크라와 대화를 재개한 미국이 추진하는 미-러-우크라 3자 평화 협상 재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지난 5, 6일 모스크바와 키예프를 방문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푸틴-젤렌스키 대통령을 각각 만나 3자 협상 재개 가능성을 타진했다. 쿠슈너는 "회담이 매우 성공적이었다 "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달성을 위한 일련의 행동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며 3자 협상의 재개가 생산적인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크렘린의 대외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를 우선 협상 장소로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러 제재 법안은 3자 회담의 앞날을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 작성자들이 노린 것이, 비록 부차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조속한 전쟁 종식 목표를 방해하는 것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향해 시동을 건 상태에서, 러-우크라 직접 협상이 재개된 지난해(2025년) 5월 이 법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러-우크라 평화 협상을 무산시키고,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를 추구해온 미국 내 대러 강경파의 작품이 아니었던가. 어쩌면 제재 법안의 부차적인 목표(대러 평화 협상 무산) 달성이 지금와서 훨씬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제재 법안의 내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이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의 모든 상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한다. 이 관세는 러시아산 석유 최대 수입국 5개국, 러시아산 가스 최대 수입국 5개국, 그리고 석유 제재를 가장 적극적으로 회피하는 5개국에 적용된다. 다만, 해당 국가의 가스 소비량에서 러시아산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15% 미만이고, 러시아산 가스 구매량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 관세를 면제할 수 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러시아산 상품에 대해 기존 관세에 더해 최대 500%의 관세가 부과된다. 

- 러시아 중앙은행, 스베르방크, VTB, 가스프롬방크, 기타 러시아 국영 은행 및 그 자회사 등 금융 부분에 제재를 가한다. 이들 은행과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하는 외국 은행 또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 관할권 내에 있는 러시아 국영 및 국가 관련 기업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시민및 기업의 러시아 신규 투자를 금지하며, 미국 시민과 금융기관의 러시아 정부 채권 구매를 금한다.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운송 및 제재 회피에 사용되는 이른바 '비밀 선박단'(그림자 함대)과 그 소유주, 운영자, 보험사, 선장 및 기타 중개인에 대한 제재가 부과된다. 제재 대상 선박이 이용하는 외국 항구에도 제한이 가해진다. 

-기계 공작류, 니트로셀룰로오스, 광섬유, 센서 및 기타 군수품을 포함해 러시아 군수 산업체에 장비, 기술 및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외국 기업 및 개인에 대해 제재한다. 

-푸틴 대통령과 총리, 주요 장관, 군 수뇌부, 연방보안국(FSB), 해외정보국(SVR), 국가방위군 사령관 및 기타 러시아 고위 관리들을 제재한다. 여기에는 미국 관할권 내 자산 동결 및 미국 입국 금지가 포함된다. 

-러시아군을 지원하는 러시아 국방, 에너지, 운송 부문 기업의 임원 및 주요 소유주뿐 아니라 전쟁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거나 러시아 당국과의 관계를 통해 계속해서 이익을 얻는 러시아 올리가르히도 제재한다. 

- 부패, 자금 세탁 및 제재 회피, 사이버 공격, 우크라이나 핵심 기반 시설 훼손,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에 대한 행위, 우크라이나 아동 강제 추방에 연루된 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가 적용된다. 

-이 제재 조치는 미국이 의존하는 러시아산 우라늄의 수입을 사실상 배제한다. 해당 우라늄은 기존의 미국 법률에 따라 판매되어야 한다. 러시아 로사톰과 그 자회사, 그리고 지배주주에 대한 개인 제재도 가능하다. 

-(러시아와 브릭스가 구상, 추진 중인)국제 금융 메시징 시스템이 러시아 은행에 대한 제한을 우회하는 데 사용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 

- 이 법은 러시아에 대해 5년간 적용된다. 러시아가 자유롭고 독립적인 우크라이나 정부가 수용한 평화 협정에 서명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 행동을 중단하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후 30일 이내에 제재 부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은 제재를 부과하지 않을 권리를 보유하지만, 그 경우 30일 이내에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대통령이 제재를 부과하든 부과하지 않든, 의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 

이 법안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푸틴 대통령 개인에 대한 제재 여부다. 
스트라나.ua는 18일 "푸틴 대통령이 제재 대상 목록에서 첫번째로 명시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제재를 부과할지 여부가 관심"이라고 보도했다.

대러 제재 법안 115조/출처:스트라나.ua
대러 제재 법안 115조/출처:스트라나.ua

법안 115조는 "대통령은 외국인에 대한 제재 조항의 적용, 개인에 대한 제한 또는 이 조항에 따른 의무를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고위 관리들에 대한 제재 부과를 피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은 '면제 승인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서면 증명서'와 '이를 입증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 법안은 입법까지 1년 이상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2025년) 5월 하순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중재 하에 직접 평화협상을 가질 때였다. 양국은 1차 회담 후 2차 회담의 속개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1차 회담에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조건을 담은 각서를 교환하기로 했는데, 우크라이나는 회담 전에 각서를 넘겨 달라고 요청했고, 러시아는 이를 거부했다. 먼저 주면 언론에 유출되고 결과적으로 협상에 방해가 되니, 회의석상에서 직접 넘겨주겠다고 했다. 중재자인 미 백악관은 러-우크라 2차 직접 협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즈음(5월 21일) 고(故)그레이엄 미 상원의원이 민주당 리처드 블루멘탈 의원과 함께 "러시아가 향후 며칠 내에 우크라이나 휴전과 관련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할 경우 5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를 입법하기 위해 이미 상원의원 81명의 지지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구상은 랜드 폴 의원 등 친(親)트럼프 의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의 상품에 500%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폴 의원은 "그레이엄의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적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며 "솔직히 말해서 무모한 짓"이라고 직격했다. 러시아 상품을 구매하는 이스라엘과 대만,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도 제재 대상에 포함되고, 독일과 스페인, 벨기에를 포함한 많은 유럽연합(EU) 국가가 러시아산 액화가스를 수입하고 있으며, 미국은 러시아의 우라늄을 직접 구매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미 의원들 간에 법안에 대한 찬반이 오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처음으로 2025년 10월 22일 대(對)러시아 제재를 전격 발표했다. 두달 전(8월 15일) 앵커리지에서 만났고, 며칠 전(10월 16일)에는 전화 통화를 통해 푸틴 대통령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2번째 정상회담을 갖기로 발표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선택이었다. 당시 백악관 주변에서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푸틴은 변한 게 없다'라고 판단한 끝에 제재의 칼을 빼 들었다"고 보도했다.

뒤이어 유럽연합(EU)이 이튿날(23일) 러시아에 대한 19번째 제재안을 승인했다.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 장례식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 장례식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미국과 EU의 대(對)러 추가 제재로 그레이엄 의원의 가혹한 제재안은 수면 하로 들어갔다. 다시 살아난 계기는 우습지만, 그레이엄 의원의 갑작스런 사망(2026년 7월 11일)이었다. 

사흘 뒤(14일) 미 상원은 그레이엄 의원이 추진해온 대러 제재안을 수정한 공화·민주 양당의 합의안을 공개했다. 러시아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5개국에 미국이 최대 10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당초안에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국 모두에게 최대 50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지만, 관세율을 낮추고 상위 수입국으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수정한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부과및 면제 권한을 완전히 자신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하면서 수정안은 또 벽에 부딪쳤다. 민주당 측은 이를 허용할 경우, 우방국과 적국 모두에게 경제적 타격을 가하려는 백악관에 합법적인 관세 무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원은 그레이엄 의원의 장례식(7월 28일) 직후 수정안을 상정하기로 하는 (표결) 절차에 관한 법을 가까스로 가결했다. 이후 8월 초 수정안은 상원을 통과했다.

미 하원으로 넘어간 제재 법안은 민주당의 반대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폴리티코 9월 1일)가 나와 또 한번 미 정가가 술렁거렸다.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이 분열되어 있고,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관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보름 여만에 미 하원은 대러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대한 민주당의 우려는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가스를 구매하는 EU 국가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러시아와 유럽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한 가장 확실한 기반인 '에너지 거래'가 끊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미-러 관계에서도 이 법안은 '다모클레스의 검'과 같은 공포를 안겨준다. 현재의 에너지 시장 상황에서는 제재 법안이 모스크바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세계 에너지 시장이 정상화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워싱턴은 법안에 따라 러시아와 에너지 수입국에 대한 제재를 실행에 옮기고, 이에 반발한 크렘린은 전 세계 반(反)미 세력과의 결속을 다질 것이다.

그 결과, 러시아와 서방(혹은 나토) 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높아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가끔 운을 뗀 '종전후 미-러 경제 협력 프로젝트'는 물건너 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후 공들여 구축해 온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전략과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 계획이 무너질 것이라는 뜻이다.

이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란과의 전쟁 못지않게 심각할 수 있다. 물론, 전쟁만큼 빠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법안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정치 분석가들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서 '제재'라는 또 다른 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과 힘을 보여줌으로써 푸틴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싶을 지 모른다. 하지만 이란과의 최근 평화 협상에서 보듯이, 그의 힘 과시가 과연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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