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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북한군 병사 2명의 한국행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문제가 맞물리면서 향후 한러 관계의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평가를 자제하고 있지만,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거듭 선을 긋고 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25일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키이우에 대한 한국의 군사 지원은 필연적으로 한러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측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이러한 입장을 계속 유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루덴코 차관의 발언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공망 지원을 거부해왔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논평 과정에서 나왔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도적·비살상 지원을 지속하면서도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루덴코 차관은 한러 관계 복원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는 러시아와의 정치적 대화 정상화와 무역·경제 협력 복원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서방의 대러 제재 정책에 참여하는 상황에서는 양국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메시지는 우크라이나에 생포됐던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 사실이 공개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했다. 이후 한국 대통령실은 포로 이송 사실을 비공개로 유지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며 우크라이나에 공식 설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러시아 언론도 이번 사안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러시아 매체 VFocus Mail은 바실리 카신 러시아 고등경제대학교(HSE) 유럽·국제종합연구센터 소장의 말을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포로 이송 공개가 북한에 남아 있는 포로 가족들의 안전 문제와 서울의 외교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사람들의 안전보다 정치적 효과를 우선시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번 사건이 향후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민감한 문제를 협의하는 데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비판을 내놓지 않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24일 관련 질문에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포로 문제는 러시아 국방부와 정보기관의 소관이라고 설명하면서 정보기관 채널을 통한 접촉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공개된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놓고 보면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자체보다는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여부가 향후 한러 관계를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지원을 하지 않는 기존 방침을 유지할 경우 한러 관계 역시 현재의 제한적인 대화와 경색 국면이 당분간 병존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한국의 지원이 군사 분야로 확대될 경우 러시아의 대응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3월에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경우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러 관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의 대러 제재 동참과 러시아·북한 간 군사협력 확대가 맞물리며 크게 경색된 상태다.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RIAC)는 지난 8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의 한러 관계를 평가하면서 현재 양국 관계를 ‘관리된 동결(управляемая заморозка)’ 상태로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은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문제가 직접 맞닿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안보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워졌고, 러시아 역시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군사·안보 협력 수준을 한러 관계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루덴코 차관이 한국과의 정치 대화 정상화와 무역·경제 협력 복원 가능성을 함께 언급했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당장 한러 관계의 추가 악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향후 한러 관계의 흐름은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 자체보다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수준, 러북 군사협력의 확대 여부, 대러 제재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승현 기자 buyrussia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