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Feb 2026

미-러 -우크라 3자 평화 협상 앞두고 우크라 점령 면적 신경전도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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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미-러-우크라 3자 후속(2차) 협상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1월 한달간 뺏고 빼앗긴 영토의 크기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전과가 평화 협상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는 데다, 전시 중 일상화한 프로파간다(선전)전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 새해 첫달부터 치열한 프로파간다전을 판독하는 기준은 전쟁 저널리즘(이진희 저 우크라이나전 3년째 전쟁 저널리즘)인데, 궁극적으로는 독자의 몫이다. 

최전선 시찰에 나선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합참 의장격)/현지 매체 영상 캡처 
최전선 시찰에 나선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합참 의장격)/현지 매체 영상 캡처 

 

선공을 편 측은 역시 러시아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은 지난달(1월) 27일 최전선을 방문해 "러시아군은 1월 초부터 17개 마을을 점령해 500㎢가 넘는 땅을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그가 점령했다는 마을의 상실을 부인했고, 2일에는 우크라이나 군사정보 매체로 부터 반박 자료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 중 '전황'(Ситуация на фронте) 코너에서 현지 군사정보 매체 '딥 스테이트'를 인용, "러시아군이 1월 한달간 우크라이나 영토 245㎢를 점령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이나 11월에 점령한 면적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게라시모프 참모장이 주장한 점령 영토 면적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딥 스테이트는 1월 중 러시아군이 포크로프스크와 굴랴이 폴레, 코스티아노프카(코스티아니우카), 리만,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주 일대에서 점령지를 넓혔다고 밝혔다. 또 슬로뱐스크를 향해 러시아군이 가장 빠른 속도로 진격했다고도 했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 면적 월별 추이. 1월 막대 그래프가 지난해 11월, 12월의 절반 수준이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 면적 월별 추이. 1월 막대 그래프가 지난해 11월, 12월의 절반 수준이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그렇다면 서방 외신들은 러-우크라 간의 점령 면적 다툼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의 전황 분석을 인용한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 1월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약 481㎢로 러시아 측 주장에 근접했다. 전월(2025년 12월, 244㎢)의 배에 이르는 면적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장 빠른 진격이라고 AFP는 분석했다. 

미 전쟁연구소의 전황 지도/사진 출처:understandingwar.org
미 전쟁연구소의 전황 지도/사진 출처:understandingwar.org

이에 따라 방대한 천연자원이 매장된 우크라이나 광업 중심지 도네츠크주(州)의 약 83%가 러시아군의 통제 하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월 중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진격 속도는 둔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부터 구축된 요새화(통칭 요새화 벨트)가 러시아군의 진격을 무디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 통신은 현재의 러시아군 진격 속도라면, 도네츠크주 전역을 장악하려면 18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요새화 벨트'를 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러시아군의 대가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의 발표가 나온 그즈음(1월 27일), 만 4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국 군 사상자가 200만명에 육박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CSIS는 러시아군 사상자는 지금까지 총 120만명으로 추정했다.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를 모두 합친 수치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32만5천명 가량으로 파악됐다. 다만, 부상자 수는 데이터 부족과 치료 후 전선으로 복귀하는 병사들이 많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특히 CSIS는 작년(2025년) 한 해 동안 러시아군 사상자가 약 41만5천 명, 월 평균 3만5천 명 수준에 이르렀다고 집계했다. 

우크라이나군 부상병 이송 장면/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군 부상병 이송 장면/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러시아군 야전 병원의 모습/영상 캡처
러시아군 야전 병원의 모습/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군의 피해(사상자) 규모는 지금까지 모두 60만명 수준으로, 사망자는 10만∼14만명으로 CSIS는 추정했다. 러시아군의 피해가 우크라이나군의 2배 가량 되는 것은 전쟁의 성격상 어쩔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전사(戰史)에 따르면, 공격 부대의 전투력은 방어 부대보다 3배 가량 강해야 승리할 수 있고, 피해도 3대1 비율로 난다고 했다.  CSIS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전쟁에서도 이렇게 많은 사상자를 낸 강대국은 없었다"고 러시아를 지목했다. 

연구를 진행한 CSIS의 국방 전문가 세스 존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제조업이 위축되고 지난해 경제성장률도 0.6%로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가 여전히 핵무기와 대규모 군대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군사, 경제, 과학기술 측면에서 더 이상 강대국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러-우크라 간에 점령 영토의 규모를 놓고 끊임없이 투닥거리는 것은, 점령의 기준에 따른 집계의 간극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주 토레스크시(市)를 예로 들어보자.
러시아군이 토레츠크 점령을 발표한 것은 1년 전인 2025년 2월 7일이다.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매체 '딥 스테이트'는 지난 2일에야 토레츠크가 러시아군에 완전히 점령됐다고 발표했다. 무려 1년이라는 시간적 격차가 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도시 점령 발표 이후에도 시가전이 수개월 동안 계속됐다는 게 딥 스테이트의 진단이다. 토레스크 점령 여부를 놓고 지난해 봄과 가을, 러-우크라 군사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충돌했으며, 가을에는 사실상 완전히 함락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딥 스트이트는 최근까지 토레스크 북서부의 일부 인구 밀집 지역을 회색 지대(전투지대)로 남겨 놓았다가 2일 이마저도 러시아의 통제 하에 들어갔다고 전황 지도상에 표시했다. 각 시점에 따라 토레츠크 전체의 땅을 러시아의 점령지로 볼 것인지, 일부를 미점령지로 남겨놓을 것인지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서방 외신은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이 커 진격 속도가 더딘 것으로 보고, 러시아군 측은 도네츠크주 요새화 벨트를 제외한 다른 지역(자포로제,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하르코프주)으로 진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토 싸움이 미-러-우크라 평화협상의 쟁점이 된 돈바스 지역에 국한되는 사안은 더 이상 아닌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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