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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러시아로 이어지는 '러시아 악마화' 공식이 2024년 루마니아 대선 과정에서 또 적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루마니아 헌법재판소는 2024년 대선 1차 투표에 러시아가 틱톡 계정을 통해 개입했으며, 그 결과 1위를 차지한 친러 극우 성향의 캘린 게오르제스쿠 후보의 선거(대선) 결과를 무효화했으나, 조사 결과 러시아의 개입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이다. 루마니아 대선은 이후 게오르제스쿠 후보가 빠진 상태(출마 금지)에서 1차 재선거, 2차 결선 투표가 진행됐고, 친서방 성향의 니쿠쇼르 단 전 부쿠레슈티 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를 지켜본 밴스 미 부통령은 유럽의 민주주의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가 루마니아 대선 개입에 고리 역할을 한 소셜 미디어(SNS) 틱톡의 경영진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한 조사 보고서에서 루마니아 당국이 주장하는 2024년 12월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은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의 조사 보고서에 담겨 있는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미 하원 보고서는 "EU 집행위원회에 제출된 틱톡 내부 문서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설을) 반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틱톡은 게오르게스쿠 후보의 선거 운동과 연관된 2만 5천 개의 계정에서 (러시아측이 활용한) 조직적인 네트워크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오히려 "대선 기간 SNS에 대해 가장 공격적으로 검열이 이뤄졌으며, 러시아를 비난하는 캠페인이 루마니아 내 정당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냈다. 또 집권 국민자유당이 기득권층이 선호하는 후보가 집권하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러시아의 대선 개입) 루머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유럽 지도부의 선거 개입을 주장해온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CEO)는 이날 엑스(X)에 보고서 내용을 공유하며 "프랑스 당국이 텔레그램을 상대로 압력을 가한 정황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EU 집행위원회가 유럽 6개국에서 최소 8건의 선거에 개입한 사실을 미 하원이 폭로했다"며 "프랑스 보안 당국은 이들 국가 중 두 곳에서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도록 텔레그램에게 강요한 시도와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EU 집행위원회가 이들 국가에서 정치적 반대파를 검열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두로프 CEO는 지난해(2025년) 봄 프랑스 정보기관 수장인 니콜라 레르네르가 루마니아 대선을 앞두고 루마니아 극우주의자들의 텔레그램 접속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하지만 루마니아 대선 과정을 보면, 절차적 정당성을 찾기가 힘들다. 우선 친러 성향의 게오르제스쿠 후보는 대선 1차 투표에서 승리했지만, 루마니아 헌법재판소는 결과를 무효화하고, 그의 재선 출마를 금지했다. 당시 게오르게스쿠 후보는 나토(NATO)를 비판하고 푸틴 대통령의 애국심을 칭송하는 발언 등으로 친러시아 정치인으로 EU 지도부로부터 경원시됐다.
루마니아 최고국방위원회(SRI)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루마니아 시민 보그단 페시르는 틱톡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인풀루언스)들에게 돈을 주고 게오르제스쿠 후보에 대한 홍보를 요청했는데, 이를 러시아의 선거 개입으로 몰아갔다. 그의 선거 운동이 틱톡을 통해 주로 진행된데 대한 공격이었다. 게오르제스쿠는 결국 재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당한 뒤 '헌정 질서의 파괴 시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게오르제스쿠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이듬해(2025년) 5월의 재선거에서 니쿠쇼르 단 전 부쿠레슈티 시장이 당선됐다.

그해(2025년) 가을에는 알렉스 플로렌차 루마니아 검찰총장이 게오르제스쿠 후보에 대한 수사 내용을 발표했다. 플로렌차 총장은 "러시아는 2022년부터 루마니아를 상대로 '하이브리드 작전'을 벌여왔다"며 "모스크바와 연계된 4개 회사가 컴퓨터 '봇'과 가짜 계정을 이용해 1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대선 관련 정보를 유포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약 2,000개의 페이스북 계정과 2만개의 '봇'이 (게우르제스쿠 후보의) 콘텐츠와 언론 매체 기사, 정부 기관 사이트의 데이터 등을 뿌렸다는 것이다. 당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 대변인은 이를 부인하면서 "워싱턴이 러시아를 대선(힐러리 후보와 트럼프 후보 간의 대선/편집자) 개입, 정세 불안정 시도 등으로 비난했던 것을 기억하느냐"고 물으며 "그러다가 그들 스스로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했다. 루마니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