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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국제여단, 국제군단 혹은 외인부대, 이하 국제군단)이 지난해 말(2025년 12월 31일) 공식 해체됐다.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직후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겠다며 서방 진영에서 달려온 국제군단 소속 외국인들(용병)은 우크라이나군의 전투 부대로 전출 혹은 재배치됐다고 한다. 다만 정보담당부대는 해체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 랜드'는 지난 11일 국제군단의 공식 해체를 확인하면서 "국제군단 소속의 4개 부대가 우크라이나군으로 편성되면서 원칙없는 재배치가 부대원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우크라이나군은 대대 규모(약 400~600명)의 국제군단 4개 부대를 지상군(우리 식으로는 육군+알파)의 편제(지휘) 하에 두고 있었다. 3개는 전투부대, 1개는 훈련부대였다. 전투부대 2개는 우크라이나군 제475돌격연대로 편입됐고, 하나는 해체됐으며, 훈련부대는 우크라이나군 제157국제훈련센터의 창설에 동원됐다고 밀리터리 랜드는 전했다.
외국인으로 구성된 국제군단의 해체는 부대 사령관의 저항과 전출 부대원들의 명령 불복종이라는 후폭풍을 낳았다. 완전 해체된 전투부대(통칭 제2 국제군단)의 사령관 안드리(안드레이) 스피바크는 군 수뇌부에 조직 개편의 재검토를 요청한 뒤 직무 정지 처분을 받고, 외딴 지역으로 전출 명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우크라이나 TV 채널 '에스프레소'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 돌격연대의 병력 부족에 외국인 전투 부대원들이 돌격연대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기존의 전투력이 상실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자신의 직무정지 처분에 불만을 품고 우크라이나 국가수사국(SBI)과 특별국방검찰청에 고소했다.
각지로 흩어진 외국인(용병)들은 새로 배치된 부대에서 우크라이나군 지휘관의 명령에 불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루 등 러시아 매체는 보안 당국을 인용, 국제군단 소속의 콜롬비아인 (용병)들은 우크라이나군 제3중기계화여단으로 배속된 첫날부터 전방으로 이동하기를 거부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들은 국제군단의 해체와 함께 자국민(콜롬비아인) 지휘관을 해임한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는 현재 세자리 숫자의 콜롬비아 용병이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들 중 러시아군에게 포로로 잡힌 콜롬비아인들은 러시아 언론에 "복무 조건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당초 약속과는 다르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국제군단의 존재는 특수부대 출신의 이근 대위가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로 간 뒤 여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서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전쟁 발발 전인 2022년 2월 중순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을 여행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정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입국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러시아 매체 rbc에따르면 국제군단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2022년 2월 24일) 개시 며칠 후 해외 자원병을 모집하기 위해 창설한 '국제 영토방위군단'이 모체다. 크게 두 개의 부대로 편성된 '국제 영토방위군단'은 우크라이나 지상군(육군)과 군정보총국(GUR)이 각각 한 파트씩 맡았는데, 서방 외신에 의해 소위 '의용군'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러시아군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처음부터 '용병'으로 불렸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자원병(의용군)은 사라지고, 돈을 주고 전투병으로 데려오는 용병으로 운영됐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은 전쟁 발발 첫해(2022년) 애국심에 불 탄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진(자원병)해서 대거 전선으로 달려갔으나, 이후 모습을 감춘 것과 다를 바 없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병력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길거리 강제동원 등 국가 폭력을 서슴치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국제군단의 해체는 그 역할이 끝났다는 게 우크라이나군의 설명이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지난해 12월 성명을 통해 "국제군단은 제 역할을 이미 다했다"며 "군 개혁의 일환으로 2025년 말까지 4개의 국제군단을 해체하고, 외국인 병사들을 우크라이나 공격 부대로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은 국제군단 내부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전투원들은 BBC에 "대부분 범죄자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공격 부대에 우리(외국인 용병)를 투입하는 것은 일종의 '징벌 부대'를 만드는 것이며, 외국인 지원자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딥 스테이'는 국제군단의 해체를 앞두고 외국인(용병)들이 우크라이나군과의 계약을 대거 해지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제군단의 해체는 병력 수급이 어려운 탓이 아니나는 분석도 있다. 한 러시아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국제군단의 해체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 매체 '리두스'(ridus.ru)에 "외국 용병들이 전쟁의 흐름을 보고 귀국하기를 원하자 우크라이나는 아예 부대를 해체하고 부대원들을 자국군의 공격 부대로 전출시키는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용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콜롬비아도 뒤늦게 자국민 보호및 귀환에 적극 나섰다.
로시스카야 가제타(RGru)에 따르면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에 고용된 자국민(용병)의 안전 확보에 나섰고, 콜롬비아 의회도 용병 모집을 금지한 국제 협약의 가입을 승인했다. 러시아 보안군 소식통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콜롬비아 용병 약 750명이 전사했다고 주장할 정도로 인명 손실이 큰 데 대한 콜롬비아의 대응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국제군단 소속 부대원들의 손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 초기에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온 부대원들이 러시아군의 포로가 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부대 주둔지를 겨냥한 러시아군의 폭격 소식이 언론을 달궜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한 전직 요원은 외국 부대원의 사상자가 지금(2025년 12월)까지 약 1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은 지난 2024년 10월 우크라이나군에는 약 1만8,000명의 외국인 용병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1만명 사상 주장이 사실이라면 절반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는 말이다.
초기만 해도 외국인 자원병(의용군)들은 주로 미국과 영국, 폴란드, 캐나다 등 서방 국가에서 나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2023년 2월 서방 용병들의우크라이나군 참여가 전쟁의 향방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며 국제군단의 존재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외교 공관을 통해 콜롬비아와 같은 남미 등지에서 용병들을 대거 데려오면서 러시아도 외국 용병의 주둔지를 공격하는 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 국방부가 이후 정기적으로 외국 용병의 규모와 사상자를 국가별 분류해 발표한 이유다.
이근 대위로 상징되는 한국의용군 문제도 전쟁 첫해(2022년) 6월 러시아 국방부가 처음으로 발표한 외국 용병의 규모및 사망자 보고서를 계기로 불거졌다. 보고서는 "한국인은 모두 13명이 우크라이나에 입국해 4명이 사망하고 8명이 출국했으며, 1명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인 용병 총 6,956명이 우크라이나에 입국했으며, 이 중 1,956명이 사망, 1,779명이 출국하고 현지에 남아 있는 용병은 3,221명"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측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러 온 외국 용병이 2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했었다.
우리 외교 당국은 러시아 국방부의 '한국 의용군 존재' 발표에 부정적으로 반응했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태극기로 덮은 관이 매장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사실 여부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외교 당국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한국 의용군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또 현지에서 사망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어쩌면 이근 대위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홍보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움직인 것이고, 진짜 한국 의용군은 이름없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사망한 것인지도 모른다.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 3개월 뒤인 9월에는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주장한 Kaeng 씨의 참전 인터뷰가 스웨덴 방송에서 방영됐다. 그는 얼굴을 가린 채 영어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알렸다. 한쪽 발목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는 'Kaeng'씨는 파편 등으로 대여섯 군데 찢겨져 치료를 받은 허벅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측) 드론들이 밤낮 없이 날아와 폭격했다"며 “동료가 팔을 잃는 걸 두 번이나 보고, 발도 잃은 친구도, 즉사한 친구도 있다. 바로 눈앞에서 (몽뚱아리가) '찹스테이크'처럼 썰려 나갔다”고 전쟁의 참혹함을 전했다.
이후 2024년 3월에는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2년간 '한국인 용병' 15명이 우크라이나 전투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5명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6월 발표와 비교하면 사망자가 한 명 더 나왔다. 그러나 한국인의 신원은 별도로 우리 측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88개국 총 1만3천387명의 외국 용병이 우크라이나군 측에 가담했으며 이 가운데 5천962명이 사망했다. 국가별로는 폴란드 출신이 2천960명(1천497명 사망)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인도 1천113명(491명 사망)이나 됐다.
발표 중 관심을 끈 대목은 공식적으로 외인부대를 운용하는 프랑스인의 참전 여부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자국 출신 용병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356명이 와 147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두달 전(2024년 1월)에도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코프(하르키우)에 있는 국제군단의 임시 주둔지를 폭격했으며, 폭파된 건물에는 프랑스인들이 많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러시아 몇몇 매체는 2023년 중반 쯤, 프랑스인 100명이 월 500 유로를 받거나, 최전선 전투에 참여하는 경우 월 3,000 유로를 받기로 하고 우크라이나에 용병으로 들어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들이 러-우크라로 편을 갈라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다는 영국 더 타임스 보도다.
더 타임스는 2024년 1월 "우크라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24일 기준, 프랑스 외인부대에는 우크라이나인 710명과 러시아인 450명이 복무하고 있었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외인부대에 계속 머물 것을 지시한 상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나갔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외인부대 출신의 '프랑크'를 소개하면서 "국제군단에서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 전우들을 만났다"는 그의 발언을 전했다. 그는 "러시아 측에도 '외인부대'의 전우들이 있다"며 "이전에는 나의 전우였지만, 지금은 적이기 때문에 전선에서 만나면 서로 총을 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제군단은 출범 1년(2023년 3월)만에 미 뉴욕타임스(NYT)에 의해 그 허상이 벗겨지기도 했다. NYT는 국제군단에 대한 집중 취재를 통해 "국제군단은 전쟁 초기에 발표된 것보다 그 수가 훨씬 적다"며 "당초에는 우크라이나 측이 2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약 1,500명의 전사만 남았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또 부대원 중 일부만 전투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고, 나머지 많은 사람들은 쓸데없이 스캔들만 일으켰다고 했다.
이런 식이다.
미 육군 출신 존 마킨타이르 일병은 국제군단에서 불성실한 행위로 쫒겨난 뒤 고향으로 가지 않고 러시아로 망명했다. 그는 러시아 국영 TV에 나와 모스크바에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버지니아 출신의 퇴역 해병대 중령은 군사 기술의 불법 수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자, 우크라이나로 갔다. 그런 범죄자가 어떻게 국제군단에 편성됐느냐고 질문에 한 소식통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는 주되 인력은 파견하지 않는 '이중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무기들을 운용하기 위해 미 예비역들을 제한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NYT의 집중 취재 이전에도 강도와 성폭행,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실형을 받은 폴란드 출신의 사샤 카푸신스키가 국제군단에서 지휘관으로 활동하다 들통나기도 했다. 키예프(키이우) 인디펜던트지는 2022년 8월 국제군단 지휘관 중 일부가 무기 및 물품 절도, 성희롱, 폭행, 무모한 병력 파견 등에 연루되어 있다고 폭로하며, 대표적인 인물로 카푸신스키를 지목했다. 카푸신스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국제군단에 입대해 대령 견장을 달고 지휘관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국제군단 참가 신청자들의 신원을 조회하는 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사자의 범죄 전력을 살펴볼 여유나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국제군단과 유사한 러시아의 외국인 용병 모집도 국제적으로 논란을 불렀다.
미국 포브스지는 2024년 5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기 위해 21개국 이상에서 용병을 모집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국가로 친러 성향의 세르비아와 인도, 네팔, 쿠바, 아프리카 국가들을 꼽았다. 또 이주 노동자로 러시아에 온 중앙아시아 출신들을 꼬드겨 용병으로 데려간다고도 했다.
특히 인도와 네팔에서는 유학 혹은 직업 연수 명목으로 러시아로 데려간 인신매매 조직이 적발되기도 했다. 인도 외무부는 파문이 확산되자 러시아군과 부당하게 계약을 맺은 자국민이 계약이 끝나기 전에 귀국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러시아에 정식으로 요청했고, 네팔 측도 비슷한 요구를 내놨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