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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의 19, 20일 1박 2일간의 중국 방문은 그 내용보다는 형식에 더 관심이 집중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12~15일) 나흘 만에 베이징을 찾았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중국이 트럼프 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거의 비슷하게 극진히 환대했으나 한 꺼풀 벗겨보면 대하는 마음 자세부터 서로 달랐던 게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원래 관세 전쟁 등 양국 간 대립 혹은 충돌 지점을 수습하기 위해 지난달(4월)로 잡혀 있었으나, 이란 전쟁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바람에 한달 가량 늦춰졌다. 양국 정상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처음 악수를 나누는 순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상대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의 방중은 현재 양국 관계의 근간을 이루는 러·중 선린우호협력조약 체결 25주년 기념일에 맞춰 이뤄졌다.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는 이벤트다. 러시아의 방중단도 데니스 만투로프 등 부총리 5명과 막심 레셰트니코프 경제개발부 장관 등 8명의 각료가 포함되는 등 대규모로 꾸려졌다.
rbc 등 러시아 언론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를 중심으로 러·중 정상회담의 내용을 정리한다.
◇같지만 다른 중국의 대칭적 환대 방식
베이징 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은 인물로는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영접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나섰다. 한 부주석은 중국 권력 서열 8위권. 겉보기엔 대단한 인물이 맞지만,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물러난 상태로 직책과 이름뿐이라고 한다. 반면 왕 부장은 중국 외교 정책을 일선에서 총괄하는 외교 분야 최고 실세다. 한 부주석은 미국에게 극진하게 대접한다는 모양새를 내기 위해, 왕 부장은 러시아에게 각별히 챙기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도록 선택된 인사라는 평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환영은, 둘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노력을 보여 준다"며 "공항 영접 인물이 달랐을 뿐, 공식 환영 행사에서 레드카펫 의장대 사열과 21발의 예포, 국기와 꽃을 든 어린이들의 환영 등 똑같이 환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확연히 다른 것은, 귀빈을 대하는 시 주석의 마음 가짐이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자신을 "소중한 친구"라고 부르며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 하루가 삼 년 같다는 사자성어/편집자)의 심경을 전하자, "오랜 좋은 친구”라고 화답했다. 또 20일 단독, 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푸틴 대통령이 진짜 즐기는 '차담'(茶談, 러시아어로는 Чаепитие)까지 마련했다.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을 떠난 20일 밤에도, 공항에는 중국 의장대가 동원되는 등 중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 푸틴 대통령의 주요 발언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러시아와 중국 간 주요 협력 분야에 관해 논의하고,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현재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해 포괄적인 파트너십과 전략적 상호 작용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의 제안으로 양국 국민 간 상호 비자 면제 제도가 도입된 것은 양국 간 인도주의적 교류 확대를 위한 좋은 계기가 됐다. 우리는 이를 확실하게 계속 유지할 것이다."
"양국 간 교역량은 21세기 들어 30배 이상 증가했는데, 불리한 외부 환경 속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 간의 거의 모든 무역 거래는 루블화와 위안화로 이뤄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경제 협력의 원동력은 에너지 분야인데, 중동 위기 속에서도 러시아는 믿을 수 있는 자원 공급국으로서, 중국은 책임감 있는 소비국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는 앞으로도 중국 시장에 모든 종류의 에너지를 차질 없이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나아가 희귀 핵심 원소 및 금속(희토류)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러시아와 중국, 양국 국민의 안녕과 번영이다. 이같은 확고한 신념과 토대 위에서 양국 관계는 수많은 시련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시진핑 주석의 주요 발언
“우리가 시작한 일을 계속 이어가고, 새로운 지평을 열고, 양국의 근본적인 이익과 핵심 관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서로를 확고하게 지지하며, 다양한 차원에서 긴밀한 전략적 대화와 접촉을 유지하고, 양국 간 정치적 상호 신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스크바와 베이징 간의 관계가 더욱 생산적이고 가속화된 발전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일방주의와 패권주의가 만연하고 있으나 러시아와 중국 양국 국민은 평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중동과 페르시아만 지역의 상황은 전쟁과 평화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가능한 한 빨리 적대 행위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며, 전쟁 재개는 용납할 수 없다. 특히 협상의 길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푸틴 대통령과 양국 간 선린우호협력조약 연장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우리(중국과 러시아)는 핵심 이익과 주요 사안에 대해 서로를 계속 지지할 것이다. 이같은 양국 관계는 (군사적) 동맹이나 대립도 아니며, 어떤 제3자를 겨냥한 것도 아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시 주석의 발언 중 두 개의 대목을 꼭 집어 해석을 겯들였다. "베이징과 모스크바가 군국주의 부활의 조짐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는 발언과 "일방적인 행동과 패권주의의 위험성을 우려한다'는 부분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첫번째 대목을 "일본을 겨냥한 은밀한 공세"로 해석했다. 베이징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일본이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 한다고 적극적으로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두번째 대목은 바로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스트라나.ua는 시 주석의 발언으로 판단하면, 시 주석과 트럼프 미 대통령 간의 회담에서는 서로 날카롭게 대립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러·중 공동성명:다극화된 세계와 새로운 유형의 국제 관계 수립에 관한 선언
"양측은 상호 안보를 보장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유엔 헌장의 원칙을 전면적이고 포괄적이며 상호 연관적으로 준수하는 것을 기반으로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을 완전히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양측은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한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 측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정치적·외교적 수단을 통해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자 하는 중국의 의지를 환영한다."
"미국의 '골든 돔' 프로젝트는 전략적 공격 무기와 전략적 방어 무기 간에 요구되는 전략적 안정 유지의 핵심 원칙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 나아가 우주 공간에서의 분쟁 위험을 증가시키고 우주를 무력 충돌의 장으로 만들 것이다."
"각 주권 국가의 발전 경로 및 모델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방적인 접근 방식, 패권주의, 그리고 어떤 형태의 강압적 정책도 용납될 수 없다."
◇러·중 비자 면제 제도 연장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상회의가 끝난 뒤 중국이 러시아 국민에 대한 무비자 입국 허용 기간을 2027년 말까지 연장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국민은 최대 30일 동안 무비자로 중국에 입국할 수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비자 면제조치가 양국간에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며 "중국과의 비자 면제 협정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시진핑 주석의 티 파티(차담·茶談)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과 문서 서명식 등이 끝난 뒤 두 정상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차를 마시며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과 미·이란 갈등 등에 대해 논의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양국 정상간 회담에서 차를 함께 마시는 것은 꼭 필요한 자리"라며 "두 정상이 차를 마시며 가장 민감한 문제를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앵커리지 정신이 아니라 베이징 정신?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 담당 보좌관은 러시아 TV 채널 '채널-1'과의 인터뷰에서 (미-러 정상 간의) '앵커리지 정신'은 잊고 '베이징 정신'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이냐는 질문에 "베이징 정신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답했다. 그는 "''베이징 정신'이라는 건 분명히 있다"며 " '앵커리지 정신'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표현을 써본 적이 없다"면서.
◇그래도 남긴 숙제
뉴시스는 21일 "중·러 양국 정상이 온갖 수사와 공동성명, 40개에 이르는 각종 문서의 서명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협력과 경쟁을 이어갈 양국의 핵심적인 전략적 이해관계는 아직 미완(未完)의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숙원인 동해출해권(東海出海權, 중국이 러시아 연해주와 북한 때문에 동해로 나가는 길이 막힌 상황에서 바다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편집자)과 중·러 간의 ‘빅 프로젝트’인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건설이다.
양국의 공동 성명은 “양측은 1991년 5월 16일자 ‘중소국경 동부 구간에 관한 중화인민공화국과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합(소련) 간 협정’ 제9조에 따라 두만강 해상 접근권 문제에 대해 북한과 3자 협의를 계속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2년 전(2024년 5월) 푸틴 대통령의 방중 당시 공동성명에 담은 문구(건설적인 대화 진행)와 비교하면 한 발 더 나아갔지만 여전히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
또 러시아의 숙원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의 주관사인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지난해 9월 연간 수송용량 500억㎥의 가스관 건설에 관한 MOU를 체결했으나, 이번 회담에서도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오늘(20일) 회담에서 '시베리아의 힘-2'와 관련한 주요한 합의들이 있다"며 "일부 세부 사항에 대해선 추가로 협의해야 하지만 전반적인 합의는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확한 사업 실행 시점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합의가 없다"면서 "그러나 이 정도도 상당히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가스전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길이 2,000㎞ 이상의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건설해 2019년 12월부터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는 곧바로 연 500억㎥를 수송할 수 있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건설에 관해 중국 측과 협의를 시작했는데,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시베리아힘-1, 2'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발트해 해저 가스관 '노르트(노드) 스트림-1, 2의 중국판'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21년 9월 완공된 '노드 스트림-2' 가스관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이고, 우크라이나 측의 '사보타주'(비밀 폭파 음모)로 해저 가스관 자체가 부분적으로 파괴됐다. 이에따라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을 조기에 완공해 '노드-스트림' 가스관을 대체할 수 있기를 바랬다. 공급 용량도 연간 500억~550억㎥로 비슷하다.
반면, 양국 간 교역 증가에 따라 물류 동맥 격인 철도와 도로 건설에는 중·러 양국 모두 적극적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은 양국 국경을 가로지르는 두 번째 시베리아 철도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두 나라의 철도가 만나는 기존 노선은 궤간(軌間)이 서로 달라 접촉 지점에서 화물을 다시 싣고 내려야 해 많이 불편하다. 러시아는 1,520㎜ 광궤, 중국은 1,435㎜ 표준 궤간이기 때문이다.
새 철도는 2030년까지 중국의 궤간(표준 궤관)으로 건설돼 연간 1,100만 톤의 화물 추가 운송이 기대된다. 중·러 양국의 무역 규모는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50% 이상 증가해 연간 2천억 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중·러 공동 성명은 또 “양측은 헤이허-블라고베셴스크 대교와 같은 국경 통과 다리의 건설에 협력을 강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헤이허~블라고베셴스크를 잇는 다리는 길이 1,080m로, 착공 3년 만인 2019년 완공돼 지역내 양국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