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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로 러시아 드론 지원 시설(중계기)을 철거하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제거)하겠다"(19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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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고전하는 러시아가 최우방국 벨라루스에게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새로운 전선을 열어달라고 압박해왔다"(23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러-우크라와 함께 1991년 소련 해체에 앞장선 벨라루스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촉발할 원인을 놓고 사실상 같은 편인 젤렌스키 대통령과 WSJ 보도가 '서로 다른 듯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후통첩'성 협박이 공갈포에 지나지 않는다면, WSJ의 보도 역시 하나마나 한 소리에 불과해 보인다. 거꾸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진짜 벨라루스에 있다는 러시아 드론 지원 시설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적 방안을 동원한다면, 벨라루스는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드론 공급을 막는다는 이유로 유럽 곳곳에 산재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생산 공장을 직접 폭격한다면, 공격받은 유럽 국가가, 또 집단 방위를 규정한 나토(NATO)의 5조 규약을 적용받는 회원국들이 가만히 있을까?
러시아의 가장 확실한 동맹국인 벨라루스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할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후통첩 시한이 26일이니, 그때까지 기다려보면 그가 늘 해온 공갈포인지 아닌지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그의 최후통첩 나흘 후(23일)에 나온 WSJ의 보도는 순수하게 취재를 바탕으로 한 기사일까? 아니면 무력 충돌 직전으로 치달은 벨라루스-우크라 관계의 다른 한 면을 보여주고자 의도한 기사일까?
WSJ의 기사를 보면,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당시,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로의 진격로를 열어줬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든지 참전할 수 있는 국가이고 △이제는 러시아로부터 새로운 전선을 열어달라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으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드론 지원 시설을 제거하더라도, 그것은 자위권 차원이라는 점을 미리 해명하는 듯한 느낌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도 24일 WSJ 기사의 '논리적 불일치'를 예리하게 짚었다.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벨라루스 (드론 시설)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격 위협은 오히려 러시아의 확전 의지를 도와주는 격"이라는 논리에서다. 우크라이나군이 벨라루스 내 드론 중계 기지를 공격한다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새 전선을 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금까지 어떤 스탠스(입장)를 유지하고 있을까?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곧 만나 양국 정부 간에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항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24일 발표했다. 그는 이날 장기 해외 순방 계획을 알리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그는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언급을 아예 피했다. 일부러 무시한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다만, 러시아 측에서 우크라이나가 벨라루스를 공격한다면 (현지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다며 치명적인 보복 가능성을 열어놨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 모스크바 주재 외국 대사들을 외무부 산하 외교아카데미로 초청해 우크라이나 위기(전쟁)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벨라루스 영토가 공격을 받으면,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군사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지난해 3월부터 발효된 러-벨라루스 간 안보보장 협정 제 6조를 언급했다. 제 6조는 "어느 일방이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 재래식 무기 등의 공격을 받아 주권이나 영토 보전에 심각한 위협이 가해질 경우 핵무기 사용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차하면 우크라이나를 향해 벨라루스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정작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5월) 21일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며 "민스크는 키예프(키이우)가 먼저 공격할 경우에만 참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지난 15일에는 아랍권 매체 알 아라비야와 가진 인터뷰에서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한때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격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서도 사과의 뜻을 표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보면 이같은 발언의 진정성을 쉽게 엿볼 수 있다. 그는 지난 1년 간 민스크를 찾은 미국의 고위급 인사들과 관계 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 특히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벨라루스에 수감된 국내외 정치범들을 석방하기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또 지난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한 뒤 그 내용을 모두 공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통화에서 '벨라루스가 전쟁에 더 깊이 개입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경고한 발언까지 그는 숨기지 않았다.
그의 이같은 행보를 근거로 전문가들도 "벨라루스가 전쟁터에 뛰어드는 것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전략적 목표와 배치된다"며 "그의 목표는 서방과 관계 개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친(親)여 성향의 벨라루스 자유민주당 대표 올레그 가이두케비치는 19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후통첩성 발언이 나온 직후 "우크라이나가 벨라루스와 유럽을 전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민스크에 최후통첩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결코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의 하나, 우크라이나가 공언한 대로 벨라루스의 드론 중계 기지를 때리고, 이에 벨라루스가 보복(러시아군의 전술 핵무기 사용)한다면, 결과적으로는 WSJ이 주장한 새로운 전선이 열리는 셈인데, 러시아의 압박에 의해 초래된 사태 진전은 분명히 아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자초한 일이다.
진짜 웃기는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후통첩 시한을 이틀 앞둔 24일 벨라루스의 드론 중계 기지가 운영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해당 중계기들은 지난 22일부터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해체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에 의하면 문제의 드론 시설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 내 두 개 지역에 설치된 통신 중계소다.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겨냥한 러시아군 드론의 항법과 유도 기능을 돕는 시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스크는 지금까지 그러한 시설의 존재및 운영에 대해, 또 시설이 무력화되었다는 사실도 확인하지 않았다.
스트라나.ua는 "해당 장비가 실제로 그곳에 있었는지, 그리고 작동을 멈췄는지 알 수 없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최후통첩성 발언을 자신의 승리로 포장할 수 있을 것"으로 일찌감치 내다봤다.
확인 가능한 것은 벨라루스 국경 인근에 러시아가 드론 발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사실 정도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라디오 리버티는 지난 12일 위성 사진을 근거로 러시아의 브랸스크, 오룔, 스몰렌스크주(州)에는 드론 발사대와 유사한 구조물이 최소 5개 이상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벨라루스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스몰렌스크주 샤탈로보(벨라루스 국경에서 불과 46㎞)다.
또 벨라루스에서 200㎞ 떨어진 오룔주 침불로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폭 드론 발사 시설이 있다. 2024년 착공된 이 시설은 올 봄에 규모를 거의 두 배로 확장했다고 한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군도 벨라루스와의 국경을 따라 원형 방어선을 구축한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24일 기자회견에 앞서 우크라이나의 텔레그램 채널 '미콜라이브 바네크'가 이틀 전(22일)에 "우크라이나군은 벨라루스에 배치된 러시아 드론 중계 장비를 지난 봄에 파괴했으며, 그것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말~5월 초 러시아 드론들이 우크라이나 지토미르주(州) 등지로 날아들기 시작했는데, 이 드론들이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제공한 기술 장비(중계기)로 조종된다는 걸 알고 조용히 파괴했다는 것이다.
드론 중계 시설을 둘러싼 벨라루스-우크라 대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후통첩→텔레그램 채널의 파괴 주장→운영 중단 발표 순으로 진행된 셈인데, 스트라나.ua가 지난 19일 예측한 시나리오 그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SJ은 뒤늦게 러시아와 유럽의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자금 지원 중단을 내세우며 벨라루스를 수개월 동안 압박해 왔다고 주장했다. 관리들은 "러시아가 벨라루스 영토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감행하고, 전선을 서쪽으로 확장하며, 돈바스(도네츠크주 요새 벨트)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러시아 전직 정보 장교는 WSJ에 "민스크의 전쟁 참전 압박은 보리스 그리즐로프 주벨라루스 러시아 대사가 도맡았다"고도 했다. WSJ 보도가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을까 궁금해지는 이유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