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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지난달(6월) 19일 기준금리를 연 14.25%로 0.25%포인트(p) 낮춘 이후 중앙은행과 금융권·기업가 협회 사이에 금리 논쟁이 치열하다. 직접적인 원인은 시장 예상치인 0.50%p의 절반인 0.25%p의 금리 인하 조치. 근본적인 원인은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다.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금리인하 발표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 조정 회의) 참석자 다수가 통화정책을 추가로 완화할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열흘 뒤인 지난달 29일, 알렉세이 자보트킨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다음 기준금리의 결정 회의(7월 24일)를 앞두고 거시경제 전망을 수정할 때 연료 시장 상황을 고려할 것"이라며 '연료대란' 문제를 정식으로 꺼집어냈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을 동원해 러시아 본토의 주요 정유 공장과 연료 저장시설들을 계속 때리면서 러시아 '연료 대란'이 본격 시작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많은 지역에서 일반 자동차용 휘발유및 경유의 판매 제한 조치가 시행됐고, 주유소의 대기 차량 줄도 길어졌다. 러시아 에너지 당국은 연료난 타개를 위해 이웃 국가인 벨라루스와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은 물론, 인도 등으로부터 부족한 연료의 해상 수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이같은 통화정책 방침은 곧바로 금융권과 기업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은행 격인 스베르방크의 게르만 그레프 행장은 이튿날(5월 30일) "현재와 같은 높은 금리에서는 러시아 경제가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연례 주주 총회에 나선 그래프 행장은 "기준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뺀 실질금리는 약 10% 수준으로, 이는 경기 과열을 냉각시키기 위해 단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리"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레프 행장은 푸틴 정권 1·2기인 2000~2007년 경제개발통상부 장관을 지낸 뒤 스베르방크를 맡은 대표적인 경제 전문가다. 그는 "금융당국(중앙은행)이 경기를 너무 심하게 냉각(하강)시켰으며, 이제는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우리에게 에너지 문제(연료대란) 등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비(非)거시경제적 요인들이 여럿 있지만, 금융시장 바깥에서 발생하는 1회성 요인들에 대해 통화정책 수단(금리 조정)으로 맞서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반박했다. 연료 시장의 흐름을 차기 금리 조정시 감안하겠다는 중앙은행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양측의 논쟁은 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중앙은행 주최 금융 콩그레스(포럼)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중앙은행 측은 이날 금융정책에 관한 내부 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국민과 기업이 휘발유를 중요한 '가격 지표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어, 휘발유의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회의 참석자들도 물가에 영향을 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연료난을 꼽았다"고 밝혔다. 연료 시장의 현재 흐름은 물론, 연료 가격의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2차 영향까지 향후 금리 결정 때 고려하기로 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금리 인상은 아니더라도 동결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그레프 행장이 나섰다. 그는 "고금리는 경제에 매우 심각한 침체 부담을 주고 있다"며 "투자가 14% 이상 감소하는 현재 상태에서는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금융정책, 즉 금리를 인하해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rbc에 따르면 그레프 행장은 '경제의 과도한 냉각(하강)'이라는 자신의 기존 평가를 중앙은행과의 위험 접근 방식상 차이로 설명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한 국가의 경제 정책에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통화정책에 대한) 중앙은행과의 입장 차이는 '위험 평가'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경제가 하강하고 있지만 과도한 것은 아니다'며 인플레이션과 경기 하강 위험을 균형 상태로 보지만, 나는 '4분기 연속 투자 감소 등 여러 경제 지표상 위험의 비대칭성이 명백해지고 있으며, 러시아 경제는 이미 그 지점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번 침체에 빠지면,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경기 하강이나 과도한 하강으로의 추락을 막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인플레이션 위험보다 경기 하강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고금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기업들을 대표하는 러시아 산업·기업가 연합(우리의 한경련 격)의 알렉산드르 쇼힌 회장은 꾸준히 금리 인하를 요구했으며, 지난달(6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14.5%에서 13.5%로 1%p 인하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장치권도 가세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초 인플레이션 흐름의 완화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금리에 영향을 미칠 '연료대란'에 대해서는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연방평의회(상원) 의장이 1일 본회의에서 "연료 부족 사태는 해결될 것이며, 이를 너무 과장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레프 행장은 이날 금융 콩그레스에서 GDP 경제 성장률을 2~3%P 올리는 수 있는 방안으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주장했다. 그는 스베르방크 전문가들의 기업 분석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에서 최고의 실적을 낸 기업과 최저 실적 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는 최대 5배에 달한다"며 "기업의 50%라도 생산성 순위의 10%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면, 연간 GDP가 약 2~3%P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같은 산업 내에서도 국제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과 생산성이 5배나 떨어지는 기업들도 있다"며 "이는 △만성적인 투자 부족 △경영진의 능력 △노동과 자본 등 각종 자원의 흐름을 막는 구조적 장벽 등 세 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기업들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노동 생산성이 먼저 꼽힌다.
막심 레셰트니코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지난 5월 "경제 발전은 이제 노동 생산성에 달려 있다"며 "내부의 효율성과 부문 간 인력 이동을 통해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에 따르면, 러시아의 노동 생산성은 2025년 0.7% 증가했으나 2026년에는 오히려 떨어질(0.5%로 마이너스 0.1%P)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25년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노동 생산성(시간당 GDP) 기준으로 세계 60위권에 머문다. 러시아의 노동 생산성(시간당 43.2달러)은 세계 평균(시간당 23.3달러)에 비하면 거의 두 배나 높지만, 상위권 국가인 아일랜드(시간당 165달러), 룩셈부르크(시간당 160달러), 노르웨이(시간당 126달러)보다는 훨씬 낮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