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26

연재)전쟁을 무기로 돈을 산다?-'데칼코마니:신들의 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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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같이 위험천만한 시기에 최고급 정보를 이용한 수상한 '잭팟'(도박장에서의 대박)이 도처에서 터진다. 미국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내부 정보’를 활용한 '잭팟' 의혹이 지난 4월 사실로 일부 드러나면서다. 지난 1월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의 미국 압송 작전에 참여했던 미 특수부대원이 승부 예측 베팅(도박) 플랫폼인 '폴리마켓’에 돈을 걸어 10배 이상의 대박을 터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그러나 국제유가 폭등을 불러온 이란 전쟁 이후 각종 선물시장에서 확인된 '큰 손'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쟁과 관련한 주요 발표를 할 때마다 원유 시장에서는 ‘수상한 거래’가 반복됐다고 언론들은 전한다.
** 관련 기사:바이러시아.com 4월 26일자 

이같은 '잭팟 게임'을 일찌감치 예측하고 쓴 장편 소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안형기 작가의 '데칼코마니:신들의 화폐'(상하권 통합 개정판, 좋은 땅 출판, 660P)다. 

 

 

 

이 소설은 흥미진진하다. 한반도의 전쟁 발발 위기를 촉매재로 삼아 한-미 양국의 최고위층에서 벌어지는 카지노 자본주의, 권력이 금융시장의 핵무기 격인 파생상품으로 '잭팟'을 노리는 거대한 음모, 권력과 자본 간의 비정한 암투, 숫자놀음 속에서 피어나는 애절한 사랑이야기 등으로 이어지는 긴 서사에 눈을 쉽게 뗄 수 없다.

바이러시아 독자들을 위해 작가의 양해를 얻어 연재를 시작한다. 일독을 권한다/편집자

☜이 소설은 한반도 위기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추리 소설이며, 등장 인명·지명·기관·사건 등은 사실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 1] 

 프롤로그

“돈이 신이 된 시대, 인간은 여전히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것은 숫자가 아니었다. 행복도 아니었다. 누군가의 목숨이었고, 누군가의 권력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돈이 움직이고 있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은 권력으로 금융을 결박해 그의 욕망을 채우려 했다. 
결국, 세상은 요란하게 뒤집히기 시작했다.

세상은 언제나 데칼코마니처럼 두 얼굴을 가진다. 
빛을 향해 다가갈수록 그림자는 길어지고, 진실을 추구할수록 거짓은 더 짙게 따라붙는다. 권력은 정의의 얼굴로 사람들을 설득했고, 금융은 구원의 언어로 사람들에 다가왔다. 그러나 그들의 손에는 언제나 탐욕이 쥐어져 있었다. 

부와 권력은 늘 같은 편이었다. 
진실과 정의는 언제나 외로웠다. 
그때마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무너졌다. 

그러나 신은 그 차이를 구분하지 않았다. 
인간의 한쪽은 사랑을 갈망하고, 다른 한쪽은 욕망을 좇는다. 그 두 얼굴은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끝내 서로 맞물려 살아남았다. 

인간은 진짜 나를 찾으려 하지만, 그 길 끝에서 마주치는 것은 언제나 또 다른 나였다. 

우리는 매일 거울 앞에 선다. 하지만 그 얼굴이 진짜 자신인지 세상이 비추는 허상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바로 그 거울 속에서 시작되었다. 

돈이 신이 된 시대. 그 신의 제단 위에 세상을 올려놓으려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알프레드 프롬펠.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거머쥔 미국의 대통령이었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금융과 결탁시켰다. 

그날부터, 세상은 혼돈  속으로 빠져 들었다.

제1화. 전쟁을 파는 사람들

 

그날, 세상은 경련하듯 요동쳤다. 
그 충격은 유럽을 찢고 대서양을 건넜다. 
미국의 심장부를 흔들었고, 곧이어 아시아를 덮쳤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었다. 
거대한 전광판들은 붉고 푸른 불빛으로 번쩍였다. 숫자들은 폭풍에 휩쓸린 유리 파편처럼 산산이 흩어졌다. 
그래프는 더 이상 선이 아니었다. 그것은 비명에 가까웠다.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도쿄, 서울.
모든 시장이 같은 순간에 흔들렸다. 모든 화면이 같은 공포를 내뿜었다. 트레이더들은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렸고, 각국의 금융 방송은 쏟아지는 속보를 따라잡지 못했다.

“전부 던져!”
“잠깐, 아니야! 버텨!”
“손절해! 더 무너진다!”
“매수 대기! 반등 온다!”
“미쳤어? 지금 들어가면 죽어!” 

목소리들이 부딪히고, 갈라지고, 다시 요란한 소음 속으로 삼켜졌다. 

대형 화면에서는 지수가 꺼져 가는 심장처럼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가 다시 튀어 올랐다. 
그리고 또다시 무너졌다.
총성은 없었다. 폭발도 없었다.

그러나 무언가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숫자로 밀려오는 재앙이었다. 
전쟁보다 빨랐고, 전쟁보다 더 잔인했다.

그 순간 누군가의 평생이 무너지고 있었다. 
한 가족의 집이, 한 사람의 노후가, 어느 청년의 미래가, 어느 노인의 작은 희망이 화면 속 숫자와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대한민국, 서울.
모니터 앞에 한 40대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석고처럼 굳어 있었다. 눈빛은 흔들렸고, 마우스를 잡은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버틸 수 있다고 믿었다. 
한 번만 더 반등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번 고비만 넘기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그는 스스로를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화면 속 잔고는 빠르게 비어 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것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매도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팔아야 했다. 버티면 더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인간은 때때로 무너지는 순간에도 마지막 환영을 붙든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조금만 더 버티면 기적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는 지금 그 환영을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모니터 속 숫자는 냉정했다. 그것은 그의 믿음을 비웃듯 다시 한 번 아래로 꺾였다. 
“아…” 
그의 입술이 힘없이 벌어졌다. 
그 짧은 탄식 속에는 집 한 채가 있었고, 아이의 학비가 있었고, 아내에게 끝내 말하지 못한 빚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남은 인생이 있었다. 

그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목 안쪽에서 짐승 같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으윽…”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의 파멸은 너무나 조용했다. 
그래서 더 잔인했다. 

같은 시각, 일본 도쿄의 한 뉴스룸. 
젊은 여기자가 방금 도착한 정부 브리핑 자료 앞에서 멈춰 섰다. 자료는 너무 빨리 도착했다. 문장은 지나치게 정교했다. 아직 재난이 완전히 벌어지기도 전에, 누군가는 이미 그 재난의 보도를 준비해 둔 것처럼 보였다. 

눈앞의 문장 하나가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같은 문장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또 읽었다. 
유리벽 밖에서는 편집자들이 고함을 치고 있었다. 

전화벨은 쉬지 않고 울렸고, 방송용 모니터에서는 세계 각국의 증시 속보가 미친 듯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재난보다 보도가 먼저 도착해 있다.’ 
그녀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이건 너무 완벽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이상했다. 

세상에서 진짜 재난은 언제나 혼란스럽게 온다. 누구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누구도 정확한 문장을 갖고 있지 못한다. 
그런데 이 자료는 달랐다. 마치 누군가가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그 결론에 맞춰 세계가 무너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브리핑 자료의 첫 문장을 조용히 소리 내어 읽었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은 특정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그녀는 거기서 멈췄다. 
군사적 긴장.
그 단어가 너무 빨리 등장했다. 아직 누구도 그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 이 자료는 이미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누군가 시장의 공포에 이름표를 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공포에 이름이 붙는 순간, 사람들은 그 공포를 믿기 시작한다. 

다음 날, 미국 오하이오의 조용한 교외 마을. 
은퇴한 공장 노동자는 낡은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연금을 모두 쏟아 넣은 계좌를 망연자실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40년 동안 성실히 일했다. 위험한 기계 옆에서 땀을 흘렸고, 허리가 굽도록 잔업을 했다. 작은 집 하나와 조용한 노후를 위해 평생을 아끼며 살았다. 

그는 믿어 왔다. 
개미처럼 성실하게 일하고, 조심스럽게 저축하면, 적어도 노후만큼은 버틸 수 있으리라고. 

그러나 화면 속 숫자들은 계속 무너지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손실이 아니었다. 그의 삶이 갉아 먹히는 소리였다. 

부엌 쪽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그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안경을 다시 고쳐 썼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앞의 파멸이 착각이기라도 한 것처럼. 
“조금만…”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그 말은 위로라기보다 변명에 가까웠다. 

아내가 다가왔다.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아내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아니…” 
그녀는 입술을 떨었다. 
“이건 떨어진 게 아니라 무너졌잖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내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린 이제 어떻게 살아?”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러기에 내가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그는 말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새로고침. 다시 새로고침. 
또 새로고침. 
마치 사라진 숫자들이 다시 돌아오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나 숫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더 작아졌고, 더 차가워졌고, 더 잔인해졌다. 
그날, 그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돈은 종이에 적힌 숫자가 아니었다. 존엄이었고  생명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공황이 아니었다. 우연도 아니었다. 시장의 변덕도 아니었고, 인간들의 일시적인 광기도 아니었다. 처음부터 설계된 거대한 혼돈이었다. 
누군가 이 모든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바로 그날, 세상을 내려다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전 세계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에도 그의 방은 기묘할 정도로 조용했다. 
무거운 적막이 공기마저 짓누르고 있었다. 그곳은 마치 지구의 모든 공포와 완전히 분리된 또 하나의 밀실 같았다. 그의 곁에는 손도 대지 않은 위스키 한 잔이 놓여 있었다. 얼음은 이미 녹아 있었다. 벽면 전체를 차지한 화면에는 세계 주요 지수가 떠 있었다. 

하락, 반등, 폭락, 급등, 다시 폭락. 
공포와 탐욕의 그래프가 완벽한 리듬으로 치솟았다가 무너지고 있었다. 

인간은 공포 앞에서 팔고, 탐욕 앞에서 산다. 
그는 그 리듬을 알고 있었다. 
뒤쪽에서 차갑고 침착한 여성의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생각보다 빨리 반응하고 있습니다.” 
남자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당연하지.” 
그의 시선은 여전히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여성은 한 걸음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얇은 태블릿이 들려 있었다. 
“아시아 시장은 이미 공포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유럽 쪽도 따라붙고 있고요. 다만 아직 완전한 붕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더 밀어.” 
남자가 낮게 말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운명을 벼랑 끝으로 조금 더 밀어 넣는 시간에 가까웠다.

여성은 태블릿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무너질 겁니다.” 
남자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지.” 
“하지만 그들은 또다시 희망을 살 거야.” 
“네…?” 

그제야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도, 흥분도 없었다. 오히려 이상할 만큼 평온했다. 
“공포 다음에는 반드시 희망이 필요해. 그래야 다시 들어오니까.” 

여성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수많은 부자를 보았다. 수많은 권력자를 보았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달랐다. 
그는 돈만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시장은 시장이 아니었다. 인간의 두려움과 욕망을 동시에 조종할 수 있는 거대한 신경망이었다. 
그는 그 신경망을 완전히 장악했다. 

다음 날 저녁. 
대형 TV 화면에서는 CNN 긴급 대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앵커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패널들은 서로의 말을 끊으며 위기의 규모를 설명하려 애썼다. 
“오늘도 공포지수가 시장을 덮쳤습니다.” 
“정말 심각합니다. 이건 단순한 조정이 아닙니다.” 
“일부 세력들이 시장 전체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혼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군사적 긴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이 나오자 남자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군사적 긴장. 
드디어 그 단어가 화면에 올라왔다. 그가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여성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아요.” 
남자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럼, 다시 뒤집어야지.” 
여성이 물었다. 
“그다음은요?” 
그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화면 속 앵커의 목소리가 방 안을 메웠다. 
세계 경제, 군사적 긴장, 동아시아, 한반도, 시장 불안, 안전자산, 공포. 
그 단어들이 차례로 흘러나왔다. 마치 누군가가 준비해 둔 악보처럼. 

이윽고 남자가 낮게 말했다. 
“그다음은…” 
그는 손가락으로 위스키 잔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쓸었다. 
“판을 완전히 뒤엎어 버리는 거지.” 
여성의 눈빛이 깊어졌다. 
“어떻게요?” 
“단 한 방이면 돼.” 
“한 방…?” 
그가 낮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말했다. 
“핵폭탄.”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 말은 협박도, 허세도 아니었다. 
이미 마음속에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끝낸 자의 확신이었다. 
그녀는 그 섬뜩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 이제 곧…”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거대한 아마겟돈이 세상을 집어삼키겠군요.” 

남자는 다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런 아마겟돈이 아니야.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말이지.”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곧 해석이 나오겠지. 이유 없는 무덤은 있을 수 없는 법이니까.”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에서 여성은 숫자들과 함께 쏟아지는 사람들의 비명을 듣는 듯했다. 
무너진 계좌, 사라진 연금, 깨진 가정,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절망. 그 모든 것이 화면 속 작은 숫자 하나로 표시되고 있었다. 

남자의 입가에 다시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미소는 재앙의 전조처럼 어둠 속으로 번져 나갔다. 

세상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목격한 것은 금융시장의 이유 없는 폭락이나 변덕스러운 급등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 막 시작된 대재앙의 서막이었다. 세상이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기괴한 혼돈, 거대한 공포였다. 그리고 그 공포 뒤에는 전쟁을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곧 권력의 얼굴로 무대 위에 올라설 것이다. 정의의 가면을 쓰고, 구원의 언어를 들고, 누군가의 파멸을 누군가의 선택이라고 믿게 만들기 위해.

그날 밤, 백악관의 창문 너머로 은은한 조명이 흘러들었다. 
미국 대통령 알프레드 프롬펠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거울 속의 그는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누구를 향한 조롱인지, 경고인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제 세계의 하루는 그의 입에서 시작되어, 그의 손끝에서 끝나게 될 것이다. 

그때 책상 위 붉은 전화기에 불이 들어왔다. 수화기 너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반도에서 먼저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입가에는 섬뜩한 미소가 스쳤다. 
“좋아. 드디어 판이 열리는군.” 

☞2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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