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Aug 2026

연재)한반도 테마의 '잭팟' 추리 소설 '데칼코마니-신들의 화폐'-제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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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를 촉매재로 삼아 한-미 양국의 최고위층에서 벌어지는 카지노 자본주의, 권력이 금융시장의 핵무기 격인 파생상품으로 '잭팟'을 노리는 거대한 음모를 담은 본격 추리 소설 '데칼코마니-신들의 화폐'를 작가의 양해를 얻어 연재한다. 

☜이 소설은 한반도 위기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추리 소설이며, 등장 인명·지명·기관·사건 등은 사실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 1]에서 계속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 2] 

2화. 백악관의 여자
 

그날 밤, 백악관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하루 종일 지구촌을 주무르던 수많은 손들이 사라진 그곳에는, 야릇한 적막과 차가운 고요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거대한 권력의 심장부는 세상의 소란을 모두 삼켜 버린 듯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때 짙은 회색의 최고급 승용차 한 대가 백악관 정문을 통과해 들어왔다. 한화로 무려 150억 원에 달하는 롤스로이스 스웹테일이었다.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차. 그것은 부의 상징이자 오만의 결정체였다. 

미국 백악관/사진출처:위키피디아
미국 백악관/사진출처:위키피디아

 

 

신분 확인을 마친 차는 곧장 지하로 내려갔다. 경호원들이 짧게 고개를 숙였고, 차 문이 조용히 열렸다.
사십 대 중반의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균형 잡힌 실루엣, 흐트러짐 없는 자세, 한 치의 낭비도 없는 걸음. 금빛 머리칼이 에메랄드색 재킷 위로 흘러내리며 조명 아래에서 번쩍였다. 

빼어난 미모에는 지적인 기품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오래 전에 감정의 문을 닫아건 사람처럼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그녀는 백악관 출입이 익숙한 듯 당당한 걸음으로 대통령 집무실로 이어지는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이 열렸다. 
흑갈색 머리, 독수리 같은 눈매, 육중한 체격의 남자가 양팔을 활짝 벌리고 서 있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 알프레드 프롬펠이었다. 부와 명성을 모두 거머쥔 남자. 그리고 마침내 권력의 정점까지 점령한 남자. 그는 이제 세계의 질서를 자신의 손끝에서 마음껏 재단하고 있었다. 

“어서 오시오. 환영하오. 오늘은 더욱 아름답소. 하하하.”
그는 과장된 웃음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는 건조한 미소로 짧게 응답했다.

“네, 안녕하세요. 각하.”
그녀의 이름은 제인 칼로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백악관을 찾는 여자였다. 

대통령 집무실은 황금빛 가구들이 기름진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값비싼 대리석은 황홀한 색채로 눈길을 사로잡았고, 천장의 샹들리에는 방 안의 모든 사물을 과시하듯 비추고 있었다. 

짧은 정적 후, 두 사람은 서로를 눈빛으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칼로스의 차림은 완벽히 계산된 미학이었다. 에메랄드색 재킷과 제트블랙 하의가 부와 세련됨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왼손에는 해리 윈스턴 15캐럿 다이아몬드 반지, 손목에는 에메랄드가 세팅된 파텍 필립 시계가 그녀의 우아한 품격과 절제된 자신감을 증명하듯 반짝였다. 
살짝 내려놓은 핸드백은 최고급 에르메스, 히말라야 버킨 다이아 하드웨어였다. 그녀의 명품들은 방 안의 공기조차 고급스럽게 바꿔 놓았다. 

프롬펠은 그녀를 살짝 훑어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어림잡아도 오십억은 걸치고 다니는군. 제법이야.’ 
그녀는 화려하면서도 절제되어 있었고, 부유하면서도 가볍지 않았다. 

프롬펠은 그 균형을 보며 눈을 번쩍였다. 그녀는 단순히 돈을 쓰는 데 능한 여자가 아니었다. 돈에 대한 자신감이 몸에 배어 있었다. 
이번에는 칼로스의 시선이 그를 훑었다. 
금빛 넥타이가 반짝이는 황금색 상의와 매끄러운 흰색 바지. 탐욕과 순결의 잔혹한 대비였다.

그에게서는 권력의 냄새와 탐욕의 기름기가 넉넉히 풍겨 나왔다. 굵은 손가락에는 그라프 20캐럿 팬시 비비드 옐로 다이아몬드 반지가 권력의 심장처럼 번뜩였다. 손목의 리차드 밀 사파이어 크리스털 시계는 투명한 케이스 속에서 복잡하게 얽힌 기어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며, 마치 ‘나는 아무것도 감추지 않는다’고 선언하듯 당당히 빛나고 있었다. 

칼로스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스쳤다. 
‘반지와 시계만으로도 어림잡아 200억이 넘겠군. 이 사람은 부를 과시하는 자가 아니야. 부와 돈, 바로 그 자체야.’ 

이윽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그 순간 권력과 탐욕이 뒤엉키며 서로를 휘감았다. 

샹들리에의 조명 아래, 프롬펠의 다이아몬드는 권력의 상징으로, 칼로스의 다이아몬드는 창조의 자신감으로 서로를 비추며 번쩍였다. 
한쪽은 “내가 규칙”이라 말했고, 다른 한쪽은 “나는 예외”라 속삭였다. 서로의 입장이 교차하는 그 순간, 그들은 각자의 통화로 서로를 결제했다. 그는 권력의 무게로. 그녀는 금융의 기술로. 

그러나 그 결제의 영수증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이 은밀한 거래의 증인은 오직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뿐이었다. 

권력과 금융은 늘 찰떡같은 궁합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세상은 서서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프롬펠이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브라이어 리지 캐피털, 일명 BR사의 수석 매니저였던 제인 칼로스를 자신의 개인 비서 겸 집사로 고용한 일이었다. 

칼로스. 그녀는 월가의 마녀, 혹은 금융의 지존이라 불리던 여자였다. 그녀는 매매 화면에서 춤추는 차트와 찍혀 나오는 숫자들을 단순한 데이터로 보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전광판 위의 숫자들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렸다. 붉은 선과 푸른 선은 서로를 찢어 삼키듯 뒤엉켰다. 숫자는 더 이상 숫자가 아니었다. 

그래프도 더 이상 좌표가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영혼이자 운명이었다. 쉬지 않고 깜빡이는 서늘한 숫자들, 춤추듯 요동치는 그래프들.  그것에 따라 누군가가 웃는 순간, 누군가는 무너졌다.

그러나 시장은 웃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그저 검은 숫자를 토해 내며 칼춤을 출 뿐이었다.

그녀에게 시장은 전쟁터였다. 피 냄새가 흥건한 사냥터였다. 칼로스는 그 냉혹한 숫자들 사이에서 인간의 욕망과 공포가 충돌하는 파열음, 탐욕의 열기와 헐떡이는 숨결을 읽어 냈다. 그리고 그 모든 소리와 떨림 속에 스며든 돈 냄새를 맡아 냈다. 

그녀는 거침없이 치고 올라갔다. 
승승장구했다. 
이제 그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대통령 앞에 앉아 있었다. 
흔들림 없는 자세였다. 그녀는 그의 첫마디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질 급한 대통령 프롬펠,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칼로스, 그대도 나를 잘 알겠지만, 난 위선과 가식으로 치장한 인간들을 가장 혐오하오. 오늘은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소.” 
그는 ‘솔직함’을 내세우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날 선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위압적으로 짓눌러 오는 말투, 피할 틈조차 주지 않는 강한 시선. 그것은 먼저 상대의 숨통을 조여 가는 계산된 압박이었다. 

이미 대화가 아니었다. 
벌써 시작된 전쟁이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칼로스 역시 만만치 않았다. 공손했지만, 꺾이지는 않았다. 

프롬펠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 말 한마디가 모두 돈이고, 내 서명이 세상의 돈을 움직이고 있소. 그런데 그 돈을 내 허락도 없이 쓸어 담는 자들이 있어요. 하하하.” 
그의 웃음은 웃음이 아니었다. 경고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통령의 생각과 말은 곧 정책이 되고, 정책은 즉시 돈으로 환산됩니다. 시장은 도덕 따윈 묻지 않습니다. 오직 가격만 매길 뿐입니다.” 

그녀의 대답은 짧았다. 그러나 그가 오늘 들은 말 중에서는 가장 정확한 대답이었다.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하지만 미국은 무너지고 있어요. 나는 내 모든 걸 다 바쳐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 것이오. 그러기 위해선 돈, 엄청난 통치 자금이 필요하오. 그렇지 않겠소?” 
그는 말을 멈췄다. 그리고 독수리 같은 눈매로 그녀를 탐색하듯 응시했다. 상대의 눈동자 속 미세한 흔들림을 읽는 건 이미 오래된 그의 습관이었다. 

칼로스는 즉시 맞장구를 쳤다. 
“네, 이해합니다.” 
그녀의 말은 공감이 아니라 결론처럼 들렸다. 

이제 그의 목소리는 더욱 단단해졌다. 
“내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면, 그 대가로 쏟아질 배당금은 당연히 내 몫이어야 하지 않겠소?” 
그는 이미 부와 명성에, 권력까지 거머쥔 남자였다. 
그러나 이제 그의 심장은 새로운 탐욕으로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는 비웃었다. 
‘과연 듣던 대로야. 오만한 장사꾼. 그 근성이 그대로 얼굴에 찍혀 있어.’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그대로였다. 
“네, 그렇습니다.” 
낮고 절제된 그녀의 어투에는 미세한 비아냥거림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오히려 자신이 바라던 판결처럼 들렸다. 그녀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세상의 모든 것을 손에 쥐었지만, 아직도 멈춤이라는 단어만은 배우지 못했어.’ 

그녀는 대통령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탐욕을 드러내는 것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나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녀가 아는 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그가 다시 말했다. 
“앞으로 내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다면, 그 부는 오로지 미국을 위해 쓰일 것이오.” 
그는 또다시 그녀를 직시했다. 
적극적 공감을 강요하는 눈빛이었다. 그녀는 냉소했다. 
‘미국을 위한다고? 탐욕은 늘 정의의 얼굴로 다가오지. 당신의 그 명분은 가면일 뿐이야.’ 

그러나 그녀는 그 냉소를 삼키고 미소를 얹었다. 
“그 위대한 포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이제 그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들만의 야합. 두 사람의 은밀한 거래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칼로스는 음침한 거래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돈의 향기를 아는 여자였다.
프롬펠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그녀를 철저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가 보수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정확히 읽어 냈다. 그럼에도 그는 혹시라도 그녀가 과한 대가를 요구할 경우를 대비했다. 그래서 미리 ‘미국의 국익’이라는 명분을 방패로 세워 두었다. 

그는 그렇게 철저했다. 
이윽고 프롬펠은 결심을 굳힌 듯 표정과 눈빛을 바꾸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최소 30%라는 계산이 있었다.  
그러나 입 밖에 내놓은 조건은 1%였다. 

“성과 보수는 1%면 충분하겠소.” 
그 제안은 아주 정중하게, 그리고 넌지시 내밀어졌다. 
그녀는 잠시 말문을 닫았다. 

찰나의 정적. 
그 짧은 시간은 권력의 숨결, 거래의 냄새, 그리고 탐욕의 잔향으로 채워졌다. 
그녀의 계산은 빠르게 끝났다. 놀랍게도 그녀는 단 한마디의 이의도 없이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좋습니다.” 

프롬펠의 눈빛이 반짝였다. 
‘우와, 멋진데? 아주 쿨해. 마음에 드는군.’ 
그것이 그가 품은 그녀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그러나 칼로스의 내면은 달랐다. 
언론이 그려 온 프롬펠의 초상. 
억지와 기만으로 대중을 현혹하는 선동가, 끊임없는 스캔들과 여러 사기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 

그녀는 그에게서 성공 보수 조건을 듣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거칠게 윽박지르다가 협상 직전엔 마치 순한 양처럼 돌변해서 저따위 조건을 내밀다니.’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잠재된 분노였다. 
‘아마 건방지게 협상하다가 한 대 얻어맞은 적도 있었겠지. 아니면 “이런 개자식!”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 사람도 있었을 테고.’ 

그녀의 시선에는 차디찬 경멸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건 소문으로 들어 왔던, 그만의 고약한 협상 기술이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상대는 최악의 조건에서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혹시 상대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 그는 능청스럽게 표정을 바꾼다. 

“그 조건이 좀 부족했소? 난 몰랐소.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소?” 
통상 이런 저급한 수법은 꽤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프롬펠에게 협상이란 결코 대화가 아니었다. 
상대가 굴복해야만 비로소 끝나는 일종의 전쟁이었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뻔뻔하다는 말로는 부족해. 철면피 그 자체야. 하지만…그가 쥔 정보는 금광이야.’ 
그녀가 혐오를 탐욕으로 교환하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대통령인 그로부터 받아 낼 최고급 비밀 정보 때문이었다. 그것은 곧 천문학적인 경제적 이익으로 직결되는,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적극적으로 화답하자, 들떠 있던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았다. 
“난 부동산 개발 따위엔 흥미가 없소. 시간만 질질 끌고, 흔적만 남기지. 그래서 자네가 필요한 거요, 칼로스.” 
그는 또다시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그는 만족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 경제, 안보, 무역… 나는 세상의 모든 질서를 뒤엎을 것이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덧붙였다.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요란스럽게. 그 하나하나가 결국 거대한 태풍이 될 거요. 하하하.” 
그의 웃음은 차가운 경고이자 서늘한 위협이었다. 
“그렇지 않소?” 
그는 강렬한 눈빛으로 그녀의 동의를 강요했다. 

그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네. 지금의 세계는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짧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가 원하던 정확한 답이었다. 
그는 만족한 듯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 

“새로운 정책은 호재가 될 수도, 악재가 될 수도 있겠지. 때로는 전쟁까지도.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돈으로 귀결되지 않겠소?” 
그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 이미 내려진 결론이었다. 

그녀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맞습니다. 호재와 악재를 번갈아 던지시면 시장은 혼돈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 혼돈이야말로 최고의 기회입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열기가 번졌다. 
“특히 전쟁처럼 공포가 극대화되는 악재는… 더 큰돈이 되지요.” 

프롬펠은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솟구치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소울메이트를 드디어 만난 느낌이었다.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결국 전쟁과 평화는 우리의 ATM이고, 혼돈과 공포는 그 비밀번호인 셈이지. 세상이 떨수록 금고는 더 쉽게 열린다는 말이오. 하하하.” 
그는 신바람이 난 듯 어깨를 들썩였다. 
“개구리와 주식은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소. 그러나 나는 알잖소. 그러니 나는 신이요. 하하하.” 

그에게서 이미 광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장단을 맞췄다. 
“세상의 모든 돈의 흐름은 결국 각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그녀에게는 알 수 없는 메스꺼움이 치밀어 올랐다. 

불길한 전조였다. 
하지만 그녀와 달리 그는 이미 자신의 말과 욕망에 취해 있었다. 
“맞아, 바로 그거요. 내가 정책으로 세상을 흔들고, 때로는 전쟁을 선포하고, 때로는 또 평화를 제안하면서 세상을 아마겟돈의 혼돈으로 몰아가겠소. 그때마다 그대는 그저 돈만 많이 주워 담으시오. 와하하하!” 

그의 웃음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결말의 예고였다. 
칼로스는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충성을 다짐하는, 계산된 몸짓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는 단순한 합의가 아니었다. 서로의 내공과 탐욕의 무게를 재는 줄다리기였다. 샹들리에 불빛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쳤다. 

미소 띤 두 얼굴의 내면에서는 서로 다른 칼날 같은 속내가 번뜩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만의 야합은 마침내 완성되었다. 

그날 밤, 권력과 금융은 하나의 이름으로 합쳐졌다. 
그것은 거대한 탐욕이었다. 
그에게 칼로스는 돈을 찍어내는 기술자였다. 
그녀에게 프롬펠은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내부 정보였다. 

그녀에게는 그가 알려 주는 최고급 비밀 정보를 가장 빠르게 입수하는 것. 그것 자체가 바로 어마어마한 현금이었다. 

그들이 손을 맞잡는 순간, 금융 시장은 더 이상 거래의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권력의 무대였고, 냉혹한 전장의 최전선이었다. 이제 세상은 곧 숨을 멈추고, 어두운 먹구름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때 프롬펠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말없이 창가로 걸어간 그는 한동안 어둠 속의 백악관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유리창에는 그의 흐릿한 얼굴이 겹쳐졌다. 차가운 눈빛이 번뜩였다. 

잠시 후, 그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걸어오며 말했다. 
“첫 번째 무대는 어디가 좋겠소?” 
그녀는 말없이 태블릿 화면을 켰다. 
세계 지도가 떠올랐다. 뉴욕, 런던, 도쿄, 베이징, 홍콩, 서울. 그리고 두바이, 아부다비, 테헤란까지. 

수많은 금융 중심지와 군사적 긴장 지역이 작은 점들로 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의 굵은 손가락이 곧장 동아시아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한 곳에 멈췄다. 

한반도. 
그가 화면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 
“여기가 좋겠군.”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작은 땅덩어리 하나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모두 얽혀 있지. 거기다 핵, 분단, 군사 충돌, 이념의 증오까지. 이보다 좋은 공포 상품이 어디 있겠소?”  

그의 목소리에는 이미 억누르지 못한 탐욕의 열기가 번져 있었다. 
“한 번만 흔들어도 세계가 동시에 반응할 거요. 돈은 가장 먼저 빠져나오지.”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화면 속 한반도를 바라보았다. 그 주변에는 너무 많은 힘들이 얽혀 있었다. 미국의 군사력, 중국의 반발, 일본의 불안, 러시아의 그림자, 그리고 언제든 공포의 이름으로 되살아날 수 있는 핵의 기억.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각하, 한반도는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그의 눈썹이 꿈틀대며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직은 아니다?” 
“네. 한반도는 너무 위험합니다. 작은 불꽃 하나가 통제가 불가능한 공포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잘못 건드리면 시장이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핵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겼다. 
“전쟁은 팔 수 있어야 돈이 됩니다. 하지만 진짜 핵전쟁이 되면, 시장은 계산을 멈추고 무너집니다. 문명이 지켜져야 전쟁이 돈이 되지요. 지옥에서 돈은 아무 가치가 없지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반도는 나중에 써야 합니다. 더 큰 판이 필요할 때, 그때 꺼내야 할 예민한 카드입니다.” 
그녀의 손끝이 태블릿 위를 미끄러졌다. 동아시아가 멀어지고, 중동이 화면 중앙으로 떠올랐다. 

페르시아 만. 호르무즈 해협.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칼로스, 그녀의 손가락이 그 위에서 멈췄다. 
“첫 번째 무대는 이쪽이 좋습니다.” 

대통령 프롬펠, 그의 시선이 화면으로 내려갔다. 
“중동?” 
“석유, 종교, 왕실, 혁명, 미국의 동맹과 오래된 적들. 그리고 무엇보다 유가가 있습니다. 이곳은 공포가 즉시 돈으로 환매되는 지역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차가운 확신이 있었다. 
“호르무즈 해협에 작은 불안만 만들어도 시장은 즉시 반응합니다. 유가는 제일 먼저 치솟고, 금과 원자재는 튀어 오르고, 달러는 가격을 되찾고 숨을 고를 겁니다.”  

그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군수 관련 주식과 에너지 주식은 갈 길을 찾고, 선물 시장은 밤새 피를 흘리겠지요.” 
그녀가 덧붙였다. 
“중동은 예고편으로 적당합니다. 한반도는 본편으로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그 말에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예고편이라….” 

그는 낮게 웃었다. 
“좋아. 먼저 중동으로 세계를 길들이고, 나중에 한반도로 숨통을 조인다?” 
칼로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공포도 순서가 필요합니다.” 
대통령 프롬펠,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음에 드는군.” 

그날 밤, 그녀의 태블릿에는 첫 번째 작전명이 입력되었다. 
‘페르시아 만의 알라딘 램프.’ 
그러나 화면 한쪽에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붉은 점 하나가 남아 있었다. 
‘한반도.’ 

프롬펠은 그 작은 점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마치 사냥감의 냄새를 기억해 두는 짐승처럼.

3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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