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Sep 2026

러-우크라 장기전 공방 예고? "올 겨울 얼어죽을 것" vs "정유 공장 불길로 녹일 것"

흑해에서 민간 표적에 대한 상호 공격을 중단(부분 휴전)하자는 제안이 튀르키예(터키)와 우크라이나에서 나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24일(현지시간) 이를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지난 8일 자국 아나돌루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휴전을 선언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13일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제 3국 중재자를 통해 흑해에서 민간 표적에 대한 상호 공격 중단을 러시아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정황상 제 3국은 터키로 보인다.

뉴스1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 측이 터키로부터 흑해에서 군사행동의 유예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받았는지, 또 그런 방안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동의할 근거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녀는 "현재로선 상황이 개선될 만한 어떠한 전제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키예프(키이우) 정권에 일시적으로 숨 돌릴 틈만 제공하는 미봉책에 동의할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흑해에선 최근 러-우크라 양국이 상대의 곡물 수출 기반시설과 운반선 등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세계 식량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주요 곡물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 등 흑해 연안 수출 시설들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주(州)의 항만을 집중 타격하는 등 상호 보복전이 가열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상대를 위협하는 프로파간다전(선전전)도 뜨겁다. 소셜 미디어(SNS)를 통한 양국의 프로파간다 공방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문구와 이미지가 아주 자극적이고 공격적이다. 

러시아 국방부가 SNS에 올린 드론 기습 위협. (눈이 쏟아지듯) 갑자기(как снег на голову)라는 설명과 함께 드론이 공격하는 이미지를 담았다/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텔레그램
러시아 국방부는 14일 맥스 등 SNS에 드론이 목표물을 향해 급강하하는 사진과 함께 "겨울에 얼어 죽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눈이 쏟아지듯) "갑자기"라는 설명을 달았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와 서방 진영이 제안한 전쟁 동결(휴전) 방안을 거부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난방과 전기가 없는 '동절기 암흑' 속으로 몰아넣겠다는 위협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모스크바는 키예프(키이우) 측의 휴전 제안을 거듭 거부해 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지난달(7월) 말, "전쟁 중단은 불가능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의 조건을 수용할 경우에만 적대 행위를 즉시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4일 "전선에서의 전쟁 중단은 우리 조부모와 증조부모의 위업(나치 독일군 퇴치,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무효화하는 것"이라며 80여년전의 전쟁과 동일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다 보니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다가오는 겨울이 지난 겨울보다 훨씬 혹독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는다. 키예프시(市)는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올 겨울 장기간 난방 중단 사태가 발생할 경우, 임시 대피가 필요한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 중이라고 한다.

러시아 국방부의 SNS 메시지는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불안을 극대화하는 심리전술이다. 지속적인 드론 공격으로 '당신(우크라이나인)들은 올 겨울에도 난방과 전기가 없는 상태에서 얼어 죽을(생사의 고비를 넘나들) 것"이라는 협박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군 전략홍보국은 치솟는 화염 이미지를 바탕으로 '(러시아) 정유 시설의 불길로 (우크라이나 혹한을) 녹일 것'이라는 문구로 응수했다/사진출처:우크라군 전략홍보국 텔레그램
응수한 우크라이나의 문구도 기발하다. 
우크라이나군 전략홍보국은 즉각 텔레그램 채널에 "러시아 정유 공장의 불길로 녹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러시아 정유시설로 보이는 공장이 불타는 이미지를 바탕에 깔았다. 러시아가 올 겨울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난방 및 전력 시설을 무력화하면, 러시아 정유시설도 남아남지 않을 것이라는 보복 예고다. 얼어붙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몸)를 러시아 정유시설에서 타오르는 불길로 녹일 것이라는 직역이 가능한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협박이다. 심리적으로 어느 쪽이 더 쪼그라들까?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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