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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오는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기념 전승절 행사를 무사히 치르기 위해(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흘간의 휴전을 선포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달(4월) 부활절 휴전선언과는 달리 사흘간의 휴전에 동의하기는커녕 모스크바 공습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미 제안된 '30일 휴전'을 수락하는 게 먼저라는 이유에서다.
안드리 시비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30일 "우리는 30일이 아니라, 60일 또는 90일간 휴전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평화 포퓰리즘이나 5월 9일 전승절 기념 퍼레이드를 위한 단기적인 선전성 휴전이 아닌, 진정으로 평화를 향한 힘든 길로 나오라"로 러시아를 압박했다. 그는 또 "총성이 잦아들면 평화를 가져올 어떤 형태로든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휴전한 뒤 평화협상을 하자는 주장이다.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실장도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서 "푸틴 (대통령)은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휴식을 원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전승절 휴전 선언을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더욱 직설적이다.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는 망치고 싶다는 속셈도 은연중에 드러냈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대대적인 80주년 전승절 행사에 맞서 유럽의 주요 정상들을 9일 키예프(키이우)로 초대해 '유럽의 날 행사를 가지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루 앞서(8일) 유럽에서 진행되는 '애도와 화해의 날' 행사의 주요 참석자들을 그대로 키예프로 초대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무산됐다.
KPru(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9일 프랑스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안보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오슬로에서 열리는 국방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곧 취임할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예정자는 내각 구성이 의회 승인을 받을 때까지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유럽 주요 정상들이 빠진 '유럽의 날'행사는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대안으로 우크라이나 서부 리보프(리비우)에서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를 추진 중이다. 가능성은 반반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러시아가 전승절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르도록 지원하는(휴전 수락) 일은 되게 자존심 상할 게 틀림없다. 심정적으로는 행사장을 폭격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그같은 심사를 러-우크라 언론은 놓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렌타루 등 러시아 언론들은 30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날(29일) 저녁 대국민 화상 연설을 분석한 뒤 전승절 행사가 열리는 모스크바를 타격할 수 있다는 뜻을 풍겼다고 해석했다.
특히 이런 대목을 지목했다.
"우리(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가 외교에 나서도록 가장 큰 동기를 부여할 러시아의 고통스러운 지점을 정확히 선택할 것이다."
"그들(러시아)은 자신들의 전승절 퍼레이드가 무산되는 의문에 처할까 봐 걱정하고 있으며, 걱정하는 것은 맞다. 그같은 두려움이 사흘간의 휴전을 제안한 이유다."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30일 키예프(키이우) 위협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전승절 퍼레이드는 취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주목할 것은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미 러시아 전승절 공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최고 라다(의회)의 국가안보, 국방 및 정보 담당 위원회의 서기인 로만 코스텐코는 "명령이 내려진다면, 임무 수행은 가능하다"고 불을 지폈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 행사에 타격을 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예스'"라며 2023년 5월 3일 크렘린에 대한 드론 공격을 제시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작전 능력은 그 이후 더욱 향상됐다"며 "자폭 드론은 모스크바 뿐만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 볼가 강 동쪽 지역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말일까?
이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약 450~500㎞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무인기(드론)을 보유하고 있다. 변수가 있다면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이다. 전승절을 전후해 모스크바와 그 주변 지역에 대한 방공망은 더욱 촘촘해지고 강화될 게 분명하다. 드론이 모스크바로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중간에서, 혹은 모스크바 상공 입구에서 파괴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미사일 공격은 어떨까?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프랑스의 장거리 공대지 마사일 '스톰 섀도우'의 최대 사거리는 560㎞에 이른다. 미국의 에티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의 최신 개량형인 블록(Block) 1A-ER은 500㎞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이 최대 사거리를 갖춘 개량형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지 아직 불확실하다.
관건은 모스크바 미사일 공격에 대한 무기 제공 국가들의 태도다. 그들의 승인이나 타격 좌표 지정 도움 없이는 공격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등 서방 언론은 장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모든 공격, 심지어는 다연장로켓발사시스템(MLRS)의 최신형인 하이마스(Himars)까지도 2024년 미국의 통제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이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는 보고도 거의 없었다. 특히 '스톰 섀도우' 미사일을 탑재한 항공기가 러시아 국경 근처로 접근하다가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나 전투기에 의해 격추될 위험도 있다.
우크라이나 자체 미사일에 의한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는 사거리 300~350㎞의 미사일을 개발,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깊숙이 때렸다는 정보는 아직 없다. 주로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을 타격하는데 사용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사거리가 무려 700㎞에 달하는 탄도 미사일 개발(그롬과 사프산 프로젝트, проекты Гром и Сапсан)이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순항 미사일과 유사한 이 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준비가 되었다고 확인된 정보는 아직 없다.

원래 해상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우크라이나 순항 미사일 '넵툰'(Нептун)이 육상 목표물 타격에 맞게 개조됐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사거리도 400~500㎞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 역시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우크라이나가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모스크바 공습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드론이 선봉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드론이 러시아에 가하는 실제적 위험 수위가 문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드론 UJ-22는 최대 80㎞까지 비행할 수 있다. 러시아 본토 깊숙이 침투하는 데 한 번 이상 사용됐다. 모스크바 공격으로 유명해진 가미카제 드론 '비버'(Бобёр)는 이후 더욱 개량되면서 최대 1,000㎞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최대 20㎏의 탄두를 운반할 수 있다.
또다른 모델은 '류티'(Лютый) 드론이다. 최대 75㎏의 폭탄을 싣고 1,000㎞ 이상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상대의 방공 및 전자전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로켓형 드론은 '팔랴니차'(Паляница, 통칭 팔라니치아)다. 구체적인 사양은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하이브리드형(로켓·미사일+드론)으로 사거리가 최대 700㎞에 달한다고 한다. 단독 타격에 대한 소문은 돌았지만, 실제로 실전 사용에 얼마나 적합한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같은 모델 외에도 우크라이나는 글라이더형부터 피스톤 엔진을 장착한 경량 드론까지 자체 제작, 혹은 개조된 형태로 적극 활용중이다. 드론들은 500~900㎞ 거리를 타격할 수 있도록 개조됐다고 한다.
주목할 것은, 2023년 모스크바를 겨냥한 집중적인 드론 공습 이후, 뜸해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11일 모스크바주(모스크바 수도권)를 겨냥한 드론 공격이 있었지만, 심각한 피해를 안겼다는 정보는 없었다. 모스크바의 방공망이 그동안 상당히 강화되었다는 점을 반증한다.
우크라이나가 전승절 행사에 타격을 주기 위해 드론을 날려보낸다고 하더라도, 러시아의 방공망을 피해 모스크바 상공에 도달하고, 실제로 피해를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가 노리는 타격 암시 효과는 정보적, 심리적 차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모스크바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다. 다만, 그 후유증은 가뜩이나 불편한 미-우크라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갈 정도로 심각할 수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을 비판하는 판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비롯해 20여개국 정상및 정부 수반이 참석한 모스크바 전승절 행사에 맞춰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가한다면, 닥쳐올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러시아의 보복도 지금까지와는 다를 게 분명하다. 전술 핵탄두를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누가 봐도 우크라이나 전승절 공격은 큰 위험이 내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구두(口頭) 협박은 실제 공격하겠다기 보다는 러시아를 겨냥한 휴전 프로파간다(선전전)의 일종이다. 키예프는 사흘이 아닌 30일, 심지어 그 이상의 휴전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고, 모스크바가 아직 이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