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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 시절부터 '국민 가수', '러시아판 이미자' 등으로 불리는 알라 푸가초바(76)는 푸틴 대통령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유명인사 중 하나다. 그녀의 발언이 간혹 위험 수위를 훌쩍 뛰어넘지만, 러시아 당국이 푸가초바를 여느 사람들처럼 외국 에이전트(foreign agent)로 지정하지 못하는 것은 이름 값 때문이다.


그녀는 전쟁 직후 젊은 남편인 코미디언 막심 갈킨과 함께 전쟁에 반대하는 발언을 계속하다가 남편이 외국 에이전트로 지정되자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떠났다. 이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계 하마스 충돌로 몇 나라를 떠돌다가 발트 연안의 라트비아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편과 달리 그녀는 외국 에이전트가 아니기 때문에 가끔 러시아를 방문했으며, 그때마다 현지 언론의 추적을 받아왔다.
그녀가 또 서방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 유튜브 '스카쥐 고르데예보이'(Скажи Гордеевой, 고르데예바에게 말해봐! 구독자 약 199만명)에서 공개된 그녀의 인터뷰 때문이다.
이 채널 운영자는 카테리나 고르데예바다. 2000년대 초, 러시아 올리가르히(독점 재벌)가 운영한 상업 TV채널 NTV 리포터로 이름을 알린 뒤 친(親)정부 경영진과 알력 끝에 그만두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작가로 변신한 여성 저널리스트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들 다룬 책 '나의 슬품을 닦아줘'(Унеси ты моё горе, 2023년 발간)와 러시아 자선 활동의 역사를 다룬 책 '얼음을 깰 때'(Время колоть лёд, 2018년)라는 책을 냈다.
그녀는 라트비아에서 푸가초바와 대화를 나눈 3시간 38분 분량의 영상을 11일 공개했다. 조회 수가 이미 1,500만 회를 넘겼다. 푸가초바의 지명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그녀가 7년 만에 공식적으로 응한 인터뷰이니 더욱 그렇다. 고르다예바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서방국과 달리 러시아에는 스타가 몇 명 없다"며 "푸가초바는 그 중의 한명이지만, 공개적 발언을 자제해온 상징적 존재"라고 자랑했다.

그녀의 인터뷰 내용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푸틴 (대통령의) 집권 초기에는 정말 올바른 말과 일을 해 지지했으나, 지금은 아니다. 모든 것이 충격적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해 고국이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진정한 애국이다."
"전쟁 참상을 상세히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가 겪는 고통은 두 번째로 크고, 가장 큰 고통은 우크라이나가 받고 있다."
그녀는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신곡 두 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쟁에서 죽은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로 꾸민 '마마'와 '전쟁의 키스'라는 곡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러시아의 미사일이 키예프(키이우)의 '오흐마트디트' 병원과 탄약 공장 등을 폭격해 어린이 희생자가 생기자 즉각 이를 비난하는 글을 SNS(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부상당한 어린이의 사진 아래 “하나님은 참을성이 많으시지만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썼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원들은 참다 못해 푸가초바를 외국 에이전트로 지정하고 그녀의 러시아 재산을 몰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러시아 법무부는 그녀를 외국 에이전트로 지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녀를 외국 에이전트로 지정할 경우, 예상되는 후폭풍을 두려워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푸가초바는 1960년대부터 러시아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린 '국민 가수'로, 노래 '백만송이 장미'를 불렀는데, 우리나라에도 번안곡이 나와 있다. 이 노래는 원래 1981년 나온 라트비아 가요 '마라가 준 인생'을 내용을 바꿔 러시아어로 부른 버전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