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슈퍼스타 안젤리나 졸리의 굴욕-우크라 동원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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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슈퍼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5일 두 번째로 우크라이나를 찾았다가 경호원을 구하기 위해 현지 군사위원회 사무소(징병 사무소, 우리 식으로는 병무청)을 항의 방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녀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러시아의 특수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하는 차원에서 전쟁 첫 해(2022년) 5월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보프(르비우)를 찾아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았다.

 

 

2022년 5월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보프(리비우)를 찾은 졸리(위)와 우크라이나 군사위원회 사무소(징병 사무소)로 들어가는 있는 졸리/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2022년 5월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보프(리비우)를 찾은 졸리(위)와 우크라이나 군사위원회 사무소(징병 사무소)로 들어가는 있는 졸리/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그러나 니콜라예프(미콜라이우)에서 최전선 지역인 헤르손으로 향하는 두 번째 방문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녀의 경호원이 우크라이나 동원 징병관에 의해 소위 군사위원회로 끌려간 것. 현지에서는 이 사건이 우크라이나 강제동원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녀의 전 남편이자 슈퍼스타 브레드 피트가 길거리에서 징병관들에게 끌려가는 밈(인터넷 유행 창작물/편집자)까지 등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5일 헤르손 모처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졸리의 사진들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그녀가 놀이방으로 개조된 지하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는 모습이 담겨 있다. 

아이들과 함께 노는 졸리/텔레그램
아이들과 함께 노는 졸리/텔레그램

훈훈한 이 사진들과는 달리, 졸리는 이날 니콜라예프에서 헤르손으로 가는 길에 검문검색을 받았는데, 그녀의 경호원 중 한 명이 동원 사무소(징집 사무소)로 끌려갔다고 한다. 그녀의 일행을 태운 SUV 차량 두 대가 전날 밤 니콜라예프주(州) 피브덴누크라인스크 검문소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경호원 중 한명에게 병역 서류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중요 인물'을 호송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검문소 군인들은 막무가내로 그를 징병사무소로 보냈다. 

황당해진 졸리는 징병 사무소를 직접 찾아가 석방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호원이 전선으로 가기에 앞서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는 설과, 풀려났다는 설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징병 사무소 측은 졸리가 화장실이 급해 찾아왔다는 다소 황당한(?) 설명을 내놨다. 또 그녀의 경호원도 석방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롱 섞인 밈이 소셜 미디어(SNS)에 쏟아지는 건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
"졸리가 징병 사무소에서 정확히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발표(화장실 사용)대로라면 아예 짐을 싸세요"와 같은 조롱성 글들과 함께 전 남편 브래드 피트가 우크라이나 징병관들에게 끌려가는 밈도 등장했다.

우크라이나 징병관들에게 끌려가는 브레드 피트. "씨X 이게 뭐야"/텔레그램 
우크라이나 징병관들에게 끌려가는 브레드 피트. "씨X 이게 뭐야"/텔레그램 

현지에서는 징병 사무소의 이번 조치로 졸리의 방문이 오히려 국제 사회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덧칠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길거리 강제 동원으로 우크라이나 남성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서방에서 규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밈의 등장은 우크라이나군 당국에 절대적으로 마이너스다.

3년 8개월째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길거리 강제 동원 영상은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한다. 동원을 거부하며 길거리에서 징집관을 폭행하거나 총을 쏘며 도주하고, 주변에 있던 주민들이 합세해 동원 대상자를 도피시키는 일까지 온갖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달(10월) 30일 중부 폴타바주(州) 크레멘추크에서는 한 남성이 징집 사무소에서 소지품 검사를 받던 중 권총을 꺼내 직원들에게 총을 쏴 2명이 다쳤다. 이 남성은 길거리에서 강제로 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은 날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는 징집관들이 남성들을 대상으로 불심검문(길거리 동원 전 과정/편집자)을 하던 중 시민들과 시비가 붙여 여러 명이 다치고, 징집용 차량이 전복됐다.

오데사 시민들이 뒤집어놓은 징병 사무소 차량/사진출처:페이스북 
오데사 시민들이 뒤집어놓은 징병 사무소 차량/사진출처:페이스북 

우크라이나에서 강제동원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은 대체로 지난 6월께다.
당시 수도 키예프(키이우)에서 동원 병력의 대기소로 사용되는 극동 철도 공장 물류 센터에서 동원 대상자들이 사실상 폭동(?)을 일으켰다고 한다. 당시 영상을 보면 일부 대기자들이 군사위원회 직원(징병관들)에게 고함치며 대들다가 문을 바리케이드로 막은 다음, 몽동이로 무장하고 탈출하자고 선동했다. 하지만 나중에 문을 따고 들어온 군특수부대와 경찰의 무지막지한 곤봉 진압에 이들의 탈출극은 한낮의 꿈으로 사라졌다.

8월에는 더 큰 사건이 터졌다. 빈니차에서는 동원 대상자들이 대기하던 로코모티브 경기장을 길거리 강제동원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문을 부수고 난입한 것. 동원 대상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해서다. 당황한 징집 사무소 측은 급히 경찰을 불러 주민들의 난입을 막고, 동원 대상자들을 서둘러 뒷문으로 빼돌렸다고 한다.

이런 류의 사건들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5일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 인권위원회에 접수된 동원 관련 민원 건수는 1월~10월 약 5,000건에 달했다. 전년 대비 50% 증가. 1~5월에는 1,600건 정도였지만, 이후 3,400건이 늘어났다. 6월 이후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병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남성을 동원하다 보니 우크라이나군 병사의 평균 연령은 43세에 이른다. 러시아군(약 38세)보다 5세 이상 높다. 전쟁 초반 자진 입대했던 젊은 예비군들은 상당수가 전사하거나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우크라이나 전투 병력의 고령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접어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물러서면 국가 자체가 사라진다”며 자진 입대와 결사항전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에 지친 우크라이나인들의 동원 인식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어떻게든 해외로 도피하든가, 잠적해서 동원을 피하겠다는 분위기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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