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독-우크라 제안 '크리스마스 휴전', 이번엔 러시아가 거부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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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 15일 독-우크라 경제포럼에서 러-우크라를 향해 크리스마스(성탄절) 휴전을 제안했다. 이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는 "휴전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민간인들의 상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명분을 댔고, 젤렌스키 대통령도 밎장구를 쳤다. 아예 "이 기간에 에너지 시설 공격도 중단하자"고 덧댔다. 메르츠 총리는 "이번 휴전은 전쟁의 종식이 아니라 긴장을 완화하고 추가 협상을 위한 여지를 마련하기 위한 임시 조치"라며 "공은 러시아 쪽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기자회견하는 메르츠 독일 총리/사진출처:러시아 매체 영상 캡처
기자회견하는 메르츠 독일 총리/사진출처:러시아 매체 영상 캡처

 

안타깝게도 그는 날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우리가 아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정교회역에 따라 내년 1월 7일이다. 과거 푸틴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휴전을 제안할 때 날짜는 1월 7일이었다.

우크라이나도 공식적으로는 크리스마스를 12월 25일로 앞당겼지만, 많은 정교회 신도들은 여전히 1월 7일에 기념 행사를 연다. 메르츠 총리가 꼼꼼하게 챙겨보지 못한 그의 실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휴전 제안이 인도주의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메르츠 총리가 휴전 이야기를 꺼낸 15일은 전날(14일)에 이어 베를린에서 이틀째 미-우크라 평화협상이 진행중이었다.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최전선에서의 휴전'을 기본으로 하는 평화안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휴전 제안을 자신들의 입장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협상 중인 트럼프 미 대통령의 28개 항 평화계획(새 평화안)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선(先)휴전 후(後)협상'이라는 기존의 노선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는 분석은 여전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은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통해) 평화를 이루기를 원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평화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전 제안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있다. 휴전은 통상 전투 중 절박한 상황에 몰린 측이 제안하기 마련이다. 국제 사회에서 '왕따'로 몰리거나, 적의 공격에 전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할 때다.

러시아군의 공격 모습/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러시아군의 공격 모습/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러시아는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공격 중단' 혹은 '전면 휴전' 요구를 무시하면서 줄곧 비난을 받아왔다. 러시아는 이 상황을 벗어날 겸, 특정한 날을 지정해 임시 휴전을 제안하곤 했다. 하지만 '전면 휴전'이 아니라 일시적인 휴전에 불과해 우크라이나측으로부터 번번이 거부당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러시아의 휴전 명분을 세워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러시아 휴전 제의는 5월 9일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나왔다. 당시 푸틴 대통령이 보름전 부활절 휴전에 이어 전승절 72시간(사흘간) 휴전을 4월 28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우크라이나는 무시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도발은 실제로 자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러시아는 일방적인 휴전을 선언했다/사진출처:크렘린.ru
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러시아는 일방적인 휴전을 선언했다/사진출처:크렘린.ru

물론 그 이전에도 휴전 제안은 여러 번 있었다. 전쟁 발발 이듬해(2023년) 정교회 크리스마스(1월 7일)을 맞아 러시아는 휴전을 선언(제안)했고, 2024년에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크리스마스 휴전'을 중재하겠다고 했다. 러시아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 캠프는 이 제안에 긍정적,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입씨름 속에 시간만 흘러갔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에 따르면 부활절 휴전 시도도 없지 않았다. 2022년 개전 직후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023년에는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가 각각 부활절 휴전을 제안했으나, 우크라이나가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 올해(2025년) 부활절(20일)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전날 전격적으로 휴전을 선언했다. 기간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4월 19일 오후 6시부터 4월 21일 자정(0시)까지, 총 30시간이다. 러-우크라 사이를 오가는 '셔틀 외교'에 이어 '미-우크라-유럽 3자 회동'을 마친 미국이 여차하면 평화 협상에서 손을 떼겠다고 엄포를 놓은 하루 뒤였다.

러시아는 부활절을 계기로 '휴전 의지'를 미국에 보여주기 위해 제안한 듯한 태도였고, 우크라이나는 마지못해 응한 모습이었다. 선수(先手)를 빼앗긴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30시간이 아니라 30일 휴전' 제안으로 맞불을 놨다.

미 워싱턴 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외무부가 보인 휴전 제안에 대햔 (부정적인) 첫 반응으로 미뤄 우크라이나가 또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침묵에는 침묵으로 응한다"며 사실상 휴전에 응하고, 부활절 이후에도 30일간 더 휴전하자고 역제안했다고 스트라나.ua는 전했다. 그는 "30시간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엔 충분하겠지만, 진정한 신뢰 구축 조치를 위해서는 부족하다"며 "30일이 평화를 시도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는 2023년 1월 러시아의 휴전 제안에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나, 평화를 바라는 국제 사회의 열망에 이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화재가 난 에너지 관련 시설에 대한 진화 작업에 나선 우크라 소방대원/사진출처:우크라 비상사태부
러시아의 공습으로 화재가 난 에너지 관련 시설에 대한 진화 작업에 나선 우크라 소방대원/사진출처:우크라 비상사태부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기간 산업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기 위해 휴전을 제안했다. 공중및 해상 휴전이다. 당연히 러시아가 거부했다.

메르츠 총리의 이번 휴전 제안에도 러시아는 일단 거부했다. 상대가 응하지 않을 경우, 제안한 측이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거부하거나 거부할 낌새가 나타나면,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하고 밀어붙였다. 

하지만 독일이나 우크라이나는 그럴 입장이 아니다. 대부분의 전선에서 러시아군에 밀리고, 겨울철을 앞둔 러시아군의 잇단 공습에 전력과 난방 등 에너지 문제가 극히 심각해졌다. 드리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이 "우크라이나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휴전을 거부한 이유다.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페스코프 대변인은 16일 독-우크라의 휴전 제안을 일종의 '세뇌'(запудриванием мозгов)라고 비난하며 수용을 거부했다. 그는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숨 돌릴 틈을 주고 전쟁을 계속할 준비를 하라는 식의 휴전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키예프(키이우)가 (베를린에서 진행되는 평화 협상의) 합의를 '단기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해결책으로 대체하려는 의도라면 모스크바는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에너지 공습 중단 제의에도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했듯이 합의에 이르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며 "우리는 이 전쟁을 멈추고,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고, 유럽의 미래 평화를 보장하는 것을 원한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바"라고 말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텔레그램 영상 캡처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텔레그램 영상 캡처

현 상황에서 러시아는 미-우크라 간의 평화협상이 더욱 진전되기(영토 문제 해결/편집자)를 바라는 모습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란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우크라이나에 다시 무기를 공급하기 위한 휴전 협정이 아니라, 이 분쟁이 확실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며 "미국이 최근 접촉을 통해 러시아의 입장을 더 깊이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희망을 준다 "고 말했다. 또 "평화 프로세스(미-우크라 평화 협상)가 진행 중이며, 우리는 워싱턴의 답변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 4일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와 '노보로시야'(헤르손과 자포로제의 흑해 연안 지역/편집자)는 어떤 수단을 쓰든(협상 혹은 무력 공격/편집자), 어떤 상황에서도 러시아의 통제 하에 둘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과의 평화협상에서 영토를 양보하지 않을 경우, 무력으로 점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양보 문제를 키예프에게 '아주 고통스러운' 문제라며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러시아가 독-우크라의 일시(성탄절) 휴전 제안을 받을 이유는 하등 없어 보인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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