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Mar 2026

오스카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숀 펜은 시상식 참석을 포기하고 키예프로? 왜?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의 작품상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차지했다. 난민 문제와 백인 우월주의를 풍자해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과격한 이민자 단속을 연상케 하는 시의성으로 주목받은 이 영화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조연상(숀 펜), 각색상, 편집상, 캐스팅상까지 휩쓸며 올해 최다(6개 부문) 수상작이 됐다. 

수상자들이 무대에 올라 기쁨을 만끽하는 그 순간,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숀 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키예프(키이우)를 찾아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고 있었다. 또다른 '배틀'(전투, 전쟁)의 무대에 혼자 올라간 것이다.
 

우크라이나 키예프(키이우)역에 도착한 숀 펜/사진 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텔레그램을 통해 숀 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전했다. 텔레그램은 "숀 (펜), 당신 덕분에 우리는 진정한 우크라이나의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당신은 전면전이 시작된 첫날부터 우크라이나와 함께해 왔고, 오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앞으로도 우크라이나와 우리 국민과 함께할 것을 믿는다"고 썼다. 

숀 펜은 우크라이나 방문 기간에 키예프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배틀 현장'(전선)을 찾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도착한 키예프의 기차역에는 우크라이나 TV 진행자 카테리나 오사드차야 등이 마중을 나갔고, 숀 펜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숀 펜에게 3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인종차별적이고 파시즘적인 견해를 가진 인물로 등장하는 이민 담당관 '스티븐 J. 록조' 역이다. 영화 주인공은 좌익 급진주의 단체를 이끄는 '밥 퍼거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흑인 여성. 이들이 이민자 수용소를 습격해 이민자들을 해방시키는 이야기로, 이에 맞서는 이민 담당관은 당연히 나쁜 놈(?)이다. 

영화 비평가들은 일찌감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반(反)트럼프 세력의 정치적 선언문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발생한 반대 시위와 단속 직원들의 총격 사건들이 모티브가 된 것으로 여겨진다. 

현실에서의 반전은 영화에서 악당(?)역을 맡은 숀 펜이 반(反)트럼프주의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인류의 적"이라고 부르며 계속 비판해 왔다. 

반면, 그의 우크라이나 사랑도 너무나 유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엔 2022년 3월, 숀 펜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스카 시상식에 등장(연설)할 수 없다면, 시상식을 보이콧하고 2008년에 받은 오스카상 트로피를 부셔버리겠다고도 했다. 이듬해(2023년)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에 공동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전인 2021년 돈바스 전선을 방문한 숀 펜/사진출처:우크라 작전 사령부 텔레그램 



 

2022년 아카데미상 시상을 앞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막지 말라고 강력하게 주장한 숀 펜/사진출처:트위터@SeanPenn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도 전쟁 이전부터다. 그는 2021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당시 러시아계 민병대와 '유혈 분쟁'(2014년 이후 계속된 우크라이나 내전 사태/편집자) 중인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작전 지역을 찾았다. 

한편,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역대 최다인 1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씨너스: 죄인들’은 남우주연상(마이클 B 조던)과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4관왕에 올랐다.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 차별 문제를 '뱀파이어 공포물'로 풀어낸 작품이다. 

여우주연상은 ‘햄넷’에서 셰익스피어의 아내 아녜스를 연기한 제시 버클리가, 여우조연상은 ‘웨폰’의 에이미 매디건이 받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다큐멘터리상(장편)은 ‘푸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돌아갔다. 주인공이자 공동 감독인 파벨 탈라킨은 시상식에서 러시아어로 “별똥별 대신 폭탄과 드론이 떨어지는 나라들이 있다. 모든 아이의 이름을 걸고 지금 당장 모든 전쟁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에는 '아노라'가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스트리퍼가 러시아 재벌의 아들과 결혼하는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물이다. 2024년에는 미국의 핵폭탄 개발자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다룬 '오펜하이머'가 작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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