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Mar 2026

1. 전쟁 전과 후) 러시아인 선호 직업 어떻게 달라졌고, 한국과 비교하자면

IT, 의사, 군인,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엔지니어와 기능직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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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회에서 ‘좋은 직업’의 기준은 최근 몇 년 사이 꽤 분명하게 바뀌고 있다. 예전처럼 법률가나 경제전문가가 무조건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IT 전문가, 의사, 군인, 엔지니어, 숙련 기능직처럼 기술·생산·의료·국가 기능과 직접 연결되는 직업군이 더 강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브치옴(VCIOM)에 따르면 2024년 러시아인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IT 전문가와 의사였고, 그 뒤를 군 관련 직종이 이었다. 2025년 민간 취업플랫폼 슈퍼잡(SuperJob) 조사에서도 프로그래머, 의사, 군인이 러시아의 대표적인 ‘선호 직업’ 상위권을 차지했다.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하다. 브치옴의 2024년 조사에서 IT 전문가와 의사는 각각 32%로 러시아인이 꼽은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었고, 군 관련 직종은 17%였다. 이어 엔지니어 11%, 법률가 9%가 뒤를 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IT는 ‘가장 돈을 잘 버는 직업’ 인식에서도 30%로 1위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의사와 엔지니어는 평판에 비해 소득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러시아에서는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평가와 돈을 많이 번다는 평가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뜻이다.

이 변화는 기능직과 엔지니어 직군에서도 확인된다. 브치옴 조사에 따르면 2025년 러시아인 72%는 노동자·기능직의 일을 ‘평판 좋은 직업’이라고 답했고, 38%는 자신이 직접 그런 직업을 선택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또 18~55세 응답자의 64%는 엔지니어를 선호 직업으로 봤고, 47%는 기회가 있다면 공학 계열 전문성을 갖고 싶다고 답했다. 러시아 노동부도 2025년 말 기준 앞으로 7년간 필요한 핵심 인력으로 엔지니어, IT 전문가, 의사, 교사, 과학자를 지목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러시아인이 직업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브치옴의 2025년 조사에서 러시아인들은 ‘선망 직업’의 조건으로 높은 보수(92%), 사회적 의미(80%), 고용 보장(7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건 단순히 ‘돈 많이 버는 직업이 최고’는 뜻이 아니다. 러시아에서는 지금 돈을 벌면서도, 국가나 사회에 필요하고, 오래 버틸 수 있는 일이 강한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한국은 결이 조금 다르다. 통계청의 202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직업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수입, 안정성, 적성·흥미 순이었다. 물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이기는 하나, 13~34세 청년층이 선호하는 직장은 대기업, 공기업, 국가기관 순으로 나타났다. 즉 한국에서는 특정 ‘직업군’ 자체보다도, 어떤 조직에 들어가느냐, 그 조직이 얼마나 안정적이냐가 더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하는 경향이 아직도 강하다.

학생들의 희망 직업에서도 이런 차이가 보인다. 한국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운동선수, 중·고등학생은 교사를 가장 많이 희망했다. 고등학생 상위권에는 간호사와 군인도 포함됐다. 2025년 조사에서도 교사, 운동선수, 의사, 크리에이터 등의 선호가 이어졌다. 한국 청소년의 희망직업은 여전히 교사·의사·간호사 같은 안정적 전문직, 그리고 크리에이터 같은 새 미디어 직군이 공존하는 구조다.

정리하면, 러시아와 한국은 둘 다 수입과 안정성을 중시하지만, 무엇을 더 앞세우느냐에서 차이가 난다. 러시아는 최근 조사에서 IT, 의료, 군, 엔지니어, 기능직처럼 국가 운영·기술 생산·사회 유지에 직접 연결된 직업군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기업, 공기업, 국가기관 선호에서 보이듯 조직의 안정성과 경로의 예측 가능성을 더 중시하는 쪽에 가깝다. 러시아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직업군을 더 강하게 바라본다면, 한국은 안정적인 시스템 안의 자리를 더 중요하게 보는 셈이다. 이 대목이 두 사회의 노동 감각 차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물론 러시아에서도 돈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러시아 조사에서는 ‘사회적 의미’와 ‘고용 보장’이 매우 높은 비중으로 같이 등장한다. 반대로 한국 공식 통계에서는 직업 선택의 핵심 기준이 수입과 안정성 중심으로 더 간명하게 나타난다. 이 차이는 두 나라가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러시아에서 선호 직업은 점점 국가와 산업을 떠받치는 실질적 기능 쪽으로, 한국에서 선호 직업은 여전히 삶을 안전하게 설계할 수 있는 경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것이 지금 러시아의 직업 선호를 한국과 비교할 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최승현 에디터 buyrussia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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