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Apr 2026

우크라, 대러 원유 수출 시설 공습의 역설? 미국은 공격 자제 요청, 러시아는 웃고..

이란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중동으로 쏠린 사이 러-우크라 간에는 드론·미사일 공방이 더욱 치열해졌다. 국내 언론은 주로 러시아군의 공습에 따른 우크라이나 민간시설 파괴및 인명 손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원유 수출항 파괴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러-우크라 공방전이 이란 전쟁과 맞물려 국제 유가를 더욱 치솟게 만들고 이를 막기 위해 미국 등은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 ua는 6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전황'(Ситуация на фронте) 코너에서 우크라이나는 전날(5일)부터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지역의 크스토보 정유 시설과 노보로시스크항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노보로시스크는 다양한 수출 시설이 밀집된 러시아 흑해 지역의 최대 항구 도시다. 우크라이나는 또 노보로시스크항에서 러시아 프리깃함(호위함, 구축함보다는 작은 군함/편집자) 아드미랄 그리고로비치호와 해상 시추선 시바시호가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노보로시스크항의 석유 터미널이 손상되고, 8명이 부상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노보로시스크항의 석유 수출 시설(석유 터미널)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며 "이번 공격은 세계 석유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USF) 측도 "이번 공격은 석유 수용 시설을 부족하게 만들어 (석유) 생산의 중단을 강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드론 공격을 가한 흑해 연안의 러시아 석유 수출 시설 셰스하리스/사진출처:chernomor.transneft.ru 노보로시스크항에는 러시아 석유를 수출하는 셰스하리스(Шесхарис) 터미널과 카자흐스탄 수출 원유의 약 80%를 취급하는 CPC 터미널이 있다. 셰스하리스 터미널은 러시아 국영 송유관 업체 트랜스네프트가 운영하는 최대 규모 석유 터미널 중 하나로, 러시아산 우랄유와 시베리안 라이트유를 세계로 내보내는 기지다. 러시아 해상 원유 수출량의 약 25~35% 정도를 차지한다. 러시아 측은 CPC 터미널의 해상 계류 시설(SPM)과 적재 시설, 저장 탱크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 측은 "셰스하리스 터미널의 석유 적재 시설만 공격했다"고 반박했다. CPC의 최대 주주는 미국과 카자흐스탄 기업들이다. 주목할 것은 이날 공습은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방측 파트너들이 키예프(키이우)에 러시아 석유 시설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직후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부다노프 실장은 전날(5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파트너들(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달(3월) 말 기자들에게 "파트너 국가(서방 동맹국)들이 러시아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 횟수를 줄여달라고 요청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틈을 타 러시아가 원유 수출을 늘리자 우크라이나는 이를 막기 위해 발트해와 흑해 연안의 러시아 석유 수출항을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서방 동맹국들이 되려 공격 자제를 요청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지난달(3월) 중순부터 러시아의 발트해 석유 수출항을 지속적으로 타격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보리스 도도노프(도도노우)키예프(키이우)경제대학(KSE) 에너지·기후학과장의 분석을 인용, 러시아 발트해 연안의 프리모르스키와 우스트루가가 5차례 공격을 받으면서 러시아 에너지 수출업체들이 지난달(3월) 29일까지 한 주 동안에만 약 9억 7,000만 달러 규모의 손실을 보았다고 보도했다. 두 항구 도시는 러시아 해상 원유 수출의 약 40%를 담당한다. 스트라나.ua는 "서방 동맹국들이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가 부족한 현 석유 시장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 측에 러시아 석유 수출항 공격 자제를 요청한 것"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흑해 연안의 러시아 석유 터미널 공격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면, 키예프는 서방 동맹국들의 이같은 요청을 무시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의 공습으로 러시아의 석유 수출 물량은 줄어드는데, 서방 파트너들은 왜 공격 자체를 요청할 것일까?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크레디트 스위스를 거쳐 유럽 정책 분석 센터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알렉산더 콜리안드르는 지난달(3월) 말 영국 주간지 '스펙테이터'(Spectator) 기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석유 시설 공격은 예상했던 효과를 내지 못했으며, 오히려 모스크바의 수익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을 인용, "3월 중에 러시아 석유 수출 능력의 40%가 타격을 받았다"면서 "러시아 석유 수출에 따른 세수(예산 수입) 메커니즘을 고려하면 모스크바가 더 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세수는 2024년 세제 개혁 이후, 원유 수출 물량이 아니라 국제 유가와 생산량에 비례해 부과되는 석유 추출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석유를 뽑아내는 순간, 국제 유가와 연동돼 세금이 매겨지는 것이어서 러시아 세수는 수출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우랄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사진출처:우크라 TV채널 24 호르무즈 해협의 차단에 따른 원유 공급의 차질 등으로 국제 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으며, 3월 우랄산 원유 평균 가격은 2월보다 50% 이상 높아졌다고 한다. 4월 들어 러시아산 우랄유의 가격은 더욱 치솟고 있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발트해 연안 프리모르스크항에서 수출되는 우랄유 가격은 배럴당 116달러를 넘어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7일 보도했다. 이 매체가 인용한 영국 석유 가격 분석 기관인 '아거스 미디어'(2일자)는 흑해 연안 노보로시스크항에서 거래되는 우랄유도 배럴당 114.45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우랄유는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대비 평균 27.75달러 미만의 할인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5년 12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했다. 러시아산 석유의 수출 가격은 2026년 러시아 예산에 반영된 배럴당 평균 59달러의 거의 두 배에 달하니 모스크바의 표정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같은 상황을 알렉산더 콜리안드르가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러시아 정부는 매달 약 15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3월에만 해도 (우크라이나군의 공습 등으로) 수출이 감소했지만 추가 수입은 약 4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본다. 러시아는 수출 물량의 감소가 유가 상승으로 상쇄되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배럴당 65달러 선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석유 수출항) 공습이 효과적이었지만, 100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는 오히려 러시아를 도와주는 격이다." 우크라이나에 공습 중단을 요청한 해외 파트너는 미국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달(3월) 13일 "전날(12일)까지 선적된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에 대한 판매를 한달간(4월 11일까지) 일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대(對)러 에너지 제재를 사실상 해제한 것이다. 당시 유럽은 이를 비판했다. 만약 유럽도 석유 시설 공급 중단을 요청한 미국의 편을 들었다면, 우크라이나가 이 요청을 무시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스트라나.ua는 분석했다. 미국의 요청을 우크라이나가 무시하는 듯한 대(對)러 공습은 미-우크라 간의 갈등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미국은 미-러-우크라 3자 평화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철군할 것으로 주장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거꾸로 미국을 향해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제재 강화를 요구해왔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의 급등으로 러시아가 어부지리를 얻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대(對)러 공습마저도 미국의 눈치 보든가, 아니면 미국과 갈등 관계로 들어가든가, 선택해야 하는 입장으로 몰리는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 오른쪽은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 러시아에 부활절 에너지 휴전을 제안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리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면, 우리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을 통해 러시아에 이러한 제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부활절 휴전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이 미지근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3월 중 러시아보다 오히려 더 많은 드론 공격을 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ABC 뉴스는 5일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 공격을 포함한 드론 공격 횟수에서 3월에는 처음으로 러시아를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러-우크라 국방부가 발표한 상대 측의 드론 발사 횟수에 대한 보고서를 분석하면 이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3월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 드론 7,347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평균 237대꼴로 역대 월간 최고 기록이다. 우크라이나 공군도 지난 한 달(3월) 동안 발사된 드론 6,462대 중 5,833대, 미사일 138발 중 102발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평균 208대의 드론과 4발의 미사일을 격추한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우크라이나가 3월에는 러시아보다 1,000대 가까이 더 많이 드론을 날려보냈다. 우크라이나가 총 6,600개의 공중 목표물을 요격한 것도 새로운 기록이라고 한다. 러시아가 동면에서 깨어나 본격적으로 드론 공격에 나선 것은 3월 말부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3월 마지막 주에 총 3,000대의 드론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평균 400대 이상이다. 3월 한달 평균보다 100대 이상 많다.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 유리 이그나트 대령도 러시아의 드론 대공세에 우려를 표시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이그나트 대변인은 5일 러시아의 최근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귀중한 방공 자산, 특히 개당 400만 달러에 달하는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PAC-3 미사일)을 소모하도록 하는 시도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드론 공격은 낮까지 이어지며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밤새 근무로 지친 요원들이 강한 햇살의 눈부심 등으로 드론 공격을 차단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실토했다. 또 "러시아 드론이 북쪽, 동쪽, 남쪽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모습의 군사 지도를 보여주며, 러시아가 샤헤드 드론 외에도 가짜 드론을 대량으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방공 시스템을 약화시키거나 기만하기 위한 러시아의 새로운 전술이라는 것.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미국의 패트리어트 시스템/사진출처:우크라 공군사령관 이그나트 대변인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부족해지고 있다"며 패트리어트 발사대의 8개 발사관에 미사일이 단 2발만 남은 영상을 휴대전화로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우리는 끊임없이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공급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란 전쟁으로 쉽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최근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방공 시스템용 미사일 공급을 줄일 생각을 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드론 전술을 바꾸고 있는데, 이는 이란과의 전쟁에 투입된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같은 방공 시스템을 소모시키려는 시도"라며 "일단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출처 : 바이러시아(https://www.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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