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Sep 2026

이런 헛소리? 러시아가 우크라 민간시설 공습을 늘린 게 병력 보충에 실패한 탓이라고?

관련기사

러시아는 최근 전선에서 사상자의 급증으로 필요한 병력 보충에 어려움을 겪자,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및 민간인 공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서방 외신 보도가 28일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서방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전장에 투입할 병력을 하루 1천여명씩 새로 모집하고 있으나, 최근 두 달간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신규 모집 인원으로도 병력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의 자원 입대 촉구 홍보물/사진출처:SNS 
러시아군의 자원 입대 촉구 홍보물/사진출처:SNS 

 

 

한 서방 당국자는 가디언에 "현재 러시아의 신병 모집 수와 사상자 규모 간 격차는 한 달에 6천여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민간 인프라와 민간인을 표적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막대한 병력 손실을 추가 징집으로도 메우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겨울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를 파괴해 군의 사기를 꺾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같은 분석은 최근 러시아 측 분위기와는 살짝 다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2일 러시아 TV의 주말 프로그램 '모스크바 크렘린 푸틴'이란 프로그램에서 정유시설과 인터넷 쇼핑몰 와일드베리스의 물류창고 등 민간 시설을 공격한 우크라이나 측을 향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며 "우크라이나는 끔찍한 보복조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불타는 와일드베리스의 물류 창고/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불타는 와일드베리스의 물류 창고/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는 앞서 '40일 작전'을 선언한 뒤 러시아인들에게도 전쟁이 바로 곁에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유(정유)시설과 쇼핑몰 유통 창고 등을 집중 공격했다. 그리고 지난 9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0일 작전이 대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러시아군은 와일드베리스 등 물류 창고 등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선제 공격에 맞서, 수도 키예프(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쇼핑몰, 대형 슈퍼마켓 등의 물류 창고를 대거 파괴했다. '귀에는 귀 이에는 이'라는 러시아의 보복 공격은 그렇게 시작됐고, 곧바로 물류 흐름이 막힌 우크라이나 주요 슈퍼마켓에는 빈 선반이 늘어났다.

급기야 푸틴 대통령이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는데, 병력 보충에 어려움을 겪자 러시아가 전술을 바꿨다는 분석이라니 너무 뜬금없지 않는가? 

러시아군의 우크라 물류망 공격으로 키예프에는 선반이 빈 마켓이 늘어나고 있다/사진출처:텔레그램
러시아군의 우크라 물류망 공격으로 키예프에는 선반이 빈 마켓이 늘어나고 있다/사진출처:텔레그램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의 같은 날(29일) 보도를 보더라도 가디언의 분석은 너무 탁상공론 같다는 느낌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이날 '운전자 없는 회전목마. 러시아는 키예프를 24시간 내내 공격하고 있다. 어떻게 될까?' (Беспилотная карусель. РФ круглосуточно атакует Киев. К чему это приведет?)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는 물품 창고와 물류망에 대한 대규모 공격 외에도 지난 5월에 처음 사용했던 전술, 즉 '샤헤드 드론'을 이용한 24시간 공격을 재개했다"며 "이같은 공격은 키예프와 주변 지역(수도권)에 집중된다"고 썼다. 또 "중요한 것은 동원한 드론의 수가 아니라 운용 방식"이라고 짚었다. 러시아 드론은 소규모 혹은 단독으로,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여러 목표물을 공격하는데, 거의 쉬지 않고 몇 시간씩 계속된다고 것. 키예프에서는 공습 경보가 11~13시간, 거의 반나절 동안 울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간단없이 울리는 공습 경보에 키예프 시민들은 얼마나 불안하고 불편할까? 

러시아군이 노리는 것은 두 가지다. 키예프에 대한 끊임없는 공습은 이미 과부하가 걸린 우크라이나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다. 또 키예프의 일상 생활을 망가뜨린다.

공습 경보가 발령되면 키예프의 지하철 역에서 밤을 지내는 건 일상이다. 대낮에도 경보발령으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자, 시민들이 계단에 앉아 지하철 운행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공습 경보가 발령되면 키예프의 지하철 역에서 밤을 지내는 건 일상이다. 대낮에도 경보발령으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자, 시민들이 계단에 앉아 지하철 운행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현재 우크라이나의 방공 시스템은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산 패트리어트 미사일 재고가 바닥난 것은 물론이고, 늘어나는 러시아의 신형 '샤헤드 드론'(제트 엔진을 단 '게란 드론') 사용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게란 드론의 사용이 올 봄에만 해도 러시아군의 공격 드론 전체의 25~30%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드론과 드론 운영자 간의 통신이 부분적으로 원활해지고,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드론 동원이 늘어나면서 러시아 드론 요격이 더욱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술 고문인 세르게이(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프는 우크라이나 군수업체들이 아직 러시아의 고기능 드론에 대응할 수 있는 요격 드론을 개발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지난 겨울만 해도 업체들이 요격 드론이 몇 주 안에 나올 것이라고 큰소리쳤지만, 개발 작업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러시아 게란 드론의 속도 증가다. '게란-3'형 드론은 시속 300~330㎞로 날지만, '게란-4'는 450~550㎞/h에 이른다. 이들을 요격하려면 최소한 600㎞/h의 속도로 날아가는 (요격) 드론이 필요한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어쩔 수 없이 미사일을 동원한다. 미사일의 게란 드론 요격율은 약 80%라고 한다. 

키예프서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요격돼 추락하는 러시아 샤헤드 드론/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키예프서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요격돼 추락하는 러시아 샤헤드 드론/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끊임없는 공습 경보로 키예프의 일상은 거의 마비될 정도다. 경보가 울리면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업체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가뜩이나 러시아군의 물류 창고 공습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슈퍼마켓 등 유통업계는 죽을 맛이다. 

스트라나.ua는 "이전에는 전력과 난방이 중단되는 겨울철에 기업들이 큰 손실을 입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훨씬 더 일찍 문제가 발생했다"며 "러시아의 전략은 유통업체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경제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켜,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협상 조건에 응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가디언의 분석과 완전히 다른 결이자 현실적이다. 

전쟁 초기 서방과의 접촉에 첨병 역할을 맡았던 드미트로 쿨레바 전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9일 "키예프에서는 이제 24시간 경보가 울리고, 러시아 드론 공격이 일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러시아군의 이러한 공격 목적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분노를 정부로 돌리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올겨울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도 했다. 크렘린이 거듭 부인하지만, 발트해(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3개국) 국가들을 상대로 제 2전선을 열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그는 예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인사들은 서방 진영의 전폭적인 군사및 재정 지원으로 러시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군의 공습에 따른 기업 손실을 감수할 만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스트라나.ua는 "전쟁 종식 후 서방의 경제 복구 지원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민간 시설 파괴를 방치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경제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아주 위험한 전략"이라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서방의 지원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도 아직 없다"고 우려했다. 아주 현실적인 지적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