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Oct 2026

우크라, "전쟁 중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직면했다"(NYT 보도)는데, 실제는 어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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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포탈 사이트 얀덱스의 뉴스 페이지와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 등에는 최근들어 러시아 드론·미사일의 키예프(키이우) 공습과 이에 따른 우크라이나의 인적, 물적 피해 소식이 부쩍 늘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역을 때리는 러시아군의 공습 영상(사진)이 그 어느 때보다 끔찍한 전쟁의 공포를 느끼게 한다. 오죽하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이 시민들에게 "평상시처럼 살 수 있다고 위장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위기감을 표명했을까?

우크라이나 상공의 제공권을 장악한 러시아 드론·미사일은 이전에는 타격 목표로 삼지 않았던 사회 기반 시설과 생활 터전, 통신및 물류망 등을 무차별적으로 공습하는 듯하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통신및 인터넷 데이터 센터와 키예프시(市)의 동과 서를 연결하는 드네프르 강 다리들, 송전탑과 상수도 시설 등이 새로운 공격 목표로 등장했다.

러시아군이 키예프의 드네프르강 남부대교(위)와 송전탑을 공격하는 모습/영상 캡처  
러시아군이 키예프의 드네프르강 남부대교(위)와 송전탑을 공격하는 모습/영상 캡처  

러시아 외무부는 3일 키예프에 있는 외국인과 외교관들에게 공습을 피해 도시를 떠날 것을 거듭 촉구했고, 일부 서방 공관들은 전쟁 발발 초기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안전한 서부 지역이나 폴란드 등 인근 국가로 옮기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영국 일간지 가이언 2일)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측은 이같은 전면 공습을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대한 보복 조치로 설명한다. 푸틴 대통령은 1일 발다이 국제 포럼 본회의에 참석해 총선 마지막 날(9월 20일) 모스크바를 드론 공격한 우크라이나군의 행태에 분노를 표시하며 "강력한 보복 공격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전쟁 초기, 형제국인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및 민간 시설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그의 명령은 이젠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됐다. 우크라이나의 산업 및 기간 시설, 민간인 생활 공간도 더 이상 보호하지 않겠다는 분노가 느껴진다.

그 결과, 러시아군은 방공망이 바닥난 우크라이나 상공을 제집 드나들듯 오가면서 제트엔진 드론과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유린하는 중이다. 러-우크라 언론은 물론, 서방 외신에도 우크라이나 피해 상황 보도가 일상화했다.

러시아가 최근 들어 제1의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은 드네프로 강을 가로지르는 키예프 남부 대교다. 이 다리는 최전선으로의 보급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주요 교통 동맥 중 하나이며, 우크라이나 영토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또 서쪽에서 동쪽으로 화물이 이동하는 주요 물류 경로다. 러시아 드론은 벌써 몇 차례 남부 대교 등 키예프 주요 교량들을 때렸고, 키예프는 심각한 교통 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남부 대교 등 주요 교량을 지나는 차량과 지하철 열차가 공습 때마다 운행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9월) 30일에는 키예프로 연결되는 고압 송전탑이 부분적으로 파괴됐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문인 세르게이(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프는 이날 "적군(러시아군)이 제트 추진 무인 항공기(드론)에 송전탑과 금속 교량 파괴용 특별 탄약(CCS)을 매달아 공격에 나섰다"며 "CCS는 40㎏의 주 탄두와 4개의 파괴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또 TV와 통신, 인터넷 데이터를 전송및 수집, 관리하는 코스모노바 데이터 센터 등이 지난달 26일 러시아군의 폭격에 심각한 피해를 입는 바람에 TV 방송 송출과 인터넷 접속이 한때 끊어졌다. 이후에도 파르코비 데이터 센터 등이 꾸준히 러시아 드론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도 데이터 센터 등 우크라이나 통신 기반 시설이 폭격을 받았다/사진출처:우크라 비상사태부
지난달 26일에도 데이터 센터 등 우크라이나 통신 기반 시설이 폭격을 받았다/사진출처:우크라 비상사태부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는 언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우선, 미 뉴욕타임스(NYT)의 9월 25일자 기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 가장 어려운 시기에 접어 들었다'는 제목의 이날 기사는 우크라이나 경제부의 피해 추산, 유럽재건개발은행(EBRD)의 경제 전망, 그리고 설문 조사에 참여한 경제학자 및 기업 대표들을 인용해 경제 전쟁으로 초첨을 맞춘 러시아군의 공습 강화로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 현실을 짚었다. 또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는 유럽은 비용 지출이 늘면서 극우 세력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다미타르 보고프 EBRD 수석 경제학자는 NYT에 우크라이나의 경제 상황 악화를 노동력 부족과 기반 시설 공격의 여파와 연관지으면서 "우크라이나는 분쟁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의 구매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소비 기회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EBRD은 우크라이나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NYT는 "러-우크라 간 소모전이 장기화하고 확대되면서 양국 경제를 잠식하고 있으며, 생산 감소와 일자리 손실, 물류 차질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경제부가 2022년부터 2026년 말까지 발생할 경제적 손실을 약 100억 달러로 추산했는데, 상당 부분이 매출 감소과 사업장 폐쇄, 물류 차질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문 조사에 응한 일부 경제학자들은 "우크라이나는 올 연말까지 성장률이 거의 0%에 그칠 수 있으며, 농산물 판매 부진으로 농민들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금융권까지 연쇄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곡물과 철강, 철광석 수출은 전쟁 발발 이후 약 3분의 1가량 줄었지만, 수익 감소분은 해외 원조로 대부분 상쇄됐다고 한다.

문제는 국가 재정 분야다. 
세르게이 코레츠키 우크라이나 총리는 "국가 재정 상황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불요불급한 재정 지출은 중단하겠다"고 일찌감치(9월 16일) 선언했다. 우크라이나의 2026년도 예산은 당초 약 1조 9천억 흐리브냐(475억 달러)의 적자로 편성됐는데, 군사비 지출 증가와 함께 수백억 달러의 추가 재정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연합(EU) 등에 예상되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내년도 지원액 일부를 앞당겨 지급해줄 것으로 요청했지만, EU와 국제통화기금(IMF)는 아직 동의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무부가 추산한 2026~2029년 4년 간 해외로부터 조달해야 하는 자금은 약 1,460억 달러다. EU은 이미 2026, 2027년 2년에 걸쳐 900억 유로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중 600억 유로는 국방비로, 300억 유로는 재정 및 경제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약 500억 달러의 조달 방법은 아직 미지수다. 

EU로부터 자금 지원이 절실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간에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과 만나 회담했다/사진 출처:우크라 대통령실 President.gov.ua
EU로부터 자금 지원이 절실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간에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과 만나 회담했다/사진 출처:우크라 대통령실 President.gov.ua

재정 적자 문제는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우크라이나 후방 공격으로 러시아의 재정 적자는 8월 말 기준 680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는 예산 편성 당시 예상한 적자 규모 445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라고 NYT는 지적했다. 

뒤이어 지난달(9월) 30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키예프 공습을 강화한 '크렘린의 새로운 전쟁 전략'을 분석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완전 파괴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과 우크라이나 측이 제안한) 완전 휴전이든, 부분적 휴전(해상 또는 에너지 분야)이든, 그 어떤 형태의 휴전에도 동의할 의사가 없으며, 올겨울 공습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파괴하려 한다는 주장이 외신을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주요 도시들이 전력과 난방, 마실 물조차 부족한 상태에서 생활하도록 만들고, 산업 및 생활 기반 시설을 파괴해 우크라이나 사회에 절망감과 공포감을 조성한 뒤, 크렘린이 원하는 전쟁 종식 방안에 동의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압박한다는 주장이다.

스트라나.ua는 "크렘린의 이같은 공격 전략이 끝내 실패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후방 공격이 러시아 경제및 재정 문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전쟁 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후방 공격으로 전쟁 비용 조달 실패→대규모 공습 중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우크라 간 공방전이 격화하면서 전쟁 비용은 양국 모두에게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스트라나.ua(9월 28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예산 절벽·Бюджетный тупик 코너)에 따르면 코레츠키 총리는 "올 2월 독일 람슈타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 회의에서 우리는 올해 전쟁 비용을 1,550억 달러로 제시했다"며 "현재 부족한 국방비 270억 달러도 그 속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1,550억 달러는 우크라이나의 국방 예산과 동맹국들의 군사 지원(현금및 군사 물자)이 모두 포함된 액수다. 코레츠키 총리는 "문제는 우리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비용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전망은 더욱 심각하다. 우크라이나는 2027년도 국방비를 1,750억 달러로 늘릴 예정인데, 내년 예산안 초안에는 겨우 1,000억 달러만 배정되어 있다. 750억 달러가 부족하다. 로만 에르몰리체프 우크라이나 재무부 제 1차관은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우리를 지원해온 람슈타인 UDCG 회의와 PURL 프로그램(Purchase of United States Arms by European Countries, 유럽이 미국의 무기 구입에 자금을 대는 프로그램), 무기의 직접 구매 협상 등에서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금 인상을 통한 세수 증대를 계획하고 있다. 코레츠키 총리는 전날(9월 27일) "내년 세수(재정 수입)에는 부가가치세 1% 인상 등 인기 없는 정책이 포함됐다"며 "안타깝게도 다른 재원은 찾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는 기업들의 보험 가입용 특별 기금을 조성하려고 한다"며 "정부는 이 기금에 약 10억 달러를 출연하고, 나머지 자금은 동맹 국가들로부터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방식은 서방의 재정및 군사 지원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러시아의 내년 군사비 지출 계획도 올해보다 3분의 1 이상 늘렸는데, 덩달아 재정 적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가 러시아의 재정 압박을 다소 줄여주고 있지만, 유가가 하락할 경우 러시아의 재정 압박은 목줄을 죄어올  분명하다. 

양국 모두 이같은 어려움을 타개하는데 필요한 묘책은 휴전 혹은 정전이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존 랫클리프 미 CIA 국장이 최근 모스크바 방문에서 휴전 합의를 이끌기 위한 메시지를 크렘린에 전달했다고 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크렘린은 최근의 우크라이나 공습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러시아군의 미사일·드론을 요격할 방공망 확충에 실패한 우크라이나로부터 이미 제공권을 빼앗아 왔다는 자신감에서다. 

크렘린은 또 러시아 내 사회 경제적 문제들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지난 여름 우크라이나의 정유 시설 공격으로 촉발된 러시아 전역의 연료 위기는 사회 전반에 걸쳐 불안정을 초래할 정도의 사회적 동요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드론의 정유 시설 공격으로 연료 부족 사태에 직면한 러시아 주유소 모습/현지 매체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드론의 정유 시설 공격으로 연료 부족 사태에 직면한 러시아 주유소 모습/현지 매체 영상 캡처

재정 적자도 예상보다 높은 에너지 가격 외에 채권 발행(국가 부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 물론, 전시 상황에서 국가의 차입은 비용도 많이 들고 어렵다. 지난달(9월) 23일 러시아 정부는 국내 시장에서 금리 16%의 채권(국채)을 발행했으나, 입찰자가 없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적어도 1~2년 간 재정 지출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차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국채를 매입할 투자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고 한다. 러시아는 또 루블화 평가절하를 통해 세수를 늘릴 수도 있다. 

러시아의 국가 부채는 현재 GDP의 약 20% 수준이다. 러-우크라 양국을 비교하면, 러시아의 국가 부채는 1,450억 달러(이 중 외채는 570억 달러에 불과)인 반면, 경제 규모가 훨씬 작은 우크라이나의 부채는 2,155억 달러(이 중 외채는 거의 1,700억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이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재무부 자료를 토대로 한 계산에 따르면 우크라 국가 부채는 지난 한 달 사이 약 40억∼50억 달러가 증가해 9월 말 기준 약 2,23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크렘린은 올 겨울의 공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봄까지 전쟁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는 키예프와 유럽에게 '하루 밤낮만 버텨보자'(봄까지 버텨보자)라는 전략을 세우게 만든다. 크렘린이 휴전안에서 양보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냉정하게 보면, 우크라이나는 완전히 파괴되기 전에 평화안에서 일단 양보하는 게 순리 같은데, 과연 그럴까?

당연히(?) 현지에서는 부정적이다.
러시아가 겨냥한 우크라이나 전력, 난방, 상수도 등 에너지 관련 시설의 완전 파괴가 객관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또 우크라이나는 과거에 비해 에너지 관련 시설에 대한 보호를 강화했다. 크렘린이 내년 봄까지가 아니라 훨씬 더 장기적인 전쟁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 경제를 다소 희생시키더라도 우크라이나 경제를 완전히 파괴함으로써 러시아 연방을 더이상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게 크렘린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러시아 드론 공격을 막는 보호시설을 설치한 우크라 에너지 관련 시설/사진출처: 오픈 소스, 스트라나.ua
러시아 드론 공격을 막는 보호시설을 설치한 우크라 에너지 관련 시설/사진출처: 오픈 소스, 스트라나.ua

러시아군의 해상 봉쇄로 우크라이나 농업 부문은 벌써부터 붕괴 직전이다. 우크라이나군이 흑해 및 아조프해에서 러시아 선박에 대한 대규모 공격 작전을 개시하면서 시작된 흑해 해상전은 러시아의 끝없는 보복 조치로 우크라이나 해상은 거의 봉쇄된 상태다. 미국이 국내 경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키예프와 함께 에너지및 해상 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크렘린은 이에 선뜻 응하지 않고 있다.

흑해를 주무대로 하는 해상전은 러-우크라 양국 농민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우크라이나 측이 훨씬 크다. 대체 수출 경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러시아 곡물 수출의 80%가 흑해와 아조프해 항구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흑해와 아조프해에 발이 묶인 물자의 상당량을 발트해와 무르만스크 등 북부 항구로 돌려 수출할 수 있다. 또 일부는 중국과 동아시아, 중앙아시아로 보낼 수 있다. 물류가 복잡하고 비용도 꽤 많이 들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이미 부분적으로 실행에 들어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육로나 다뉴브강을 통한 대체 경로로 수확물 전체를 해외로 내보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뉴브강 항구 또한 러시아군의 공격권에 들어 있다. 곡물 저장고와 가공 공장, 심지어는 농작지까지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일부 농부들은 불확실한 미래 전망 때문에 이미 겨울 작물의 파종을 거부했고, 봄 파종기 시작 전까지 항만 봉쇄가 해제되지 않으면, 아예 파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칫하면 우크라이나 농업 부문 전체가 완전히 붕괴될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타라스 비소츠키 우크라이나 농업정책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상 봉쇄로 ​​인한 농업 부문의 심각한 피해를 인정하면서 "올해 수확된 곡물 중 3천만 톤이 수출되지 못하고 썩어갈 위험에 처해 있으며, 대체 운송 경로는 필요한 수출 물량의 약 45%만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급해진 젤렌스키 대통령 정부는 최근 농민들과의 대책 회의에서 곡물 수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 드론을 이용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곧바로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공습과 항구 봉쇄로 존폐 위기에 놓인 우크라이나의 또다른 산업 분야는 제철및 금속 산업이다. 주요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이미 심각한 위기에 처한 대표적인 공업 도시가 크리비이 리흐다.

크리비이 리흐의 방위 책임자인 알렉산드르 빌쿨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우리 도시의 핵심은 광업과 제철 및 철강 단지인데, 우크라이나 최대 제철소인 아르셀로미탈 공장은 가동을 멈췄고, 잉굴레츠 광산 및 가공 공장도, 유즈니 광산도 작업을 중단했다"며 "그나마 가동중인 다른 기업들도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 결과, 이들의 하청업체들도 가동을 멈춘 상태"라고 덧붙였다. 

아르셀로미탈 크리비이 리흐(구 크리보리슈탈) 경영진은 최근 "전쟁이 끝날 때까지 가동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유통업체들과 물류 창고들도 점점 더 많이, 또 자주 러시아군의 공격에 노출되고 있다. 

러시아도 이전에는 우크라이나의 특정 목표물에 대한 공격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했다.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에 막혀 표적의 파괴에는 '미사일·드론 떼 공격'(융단 폭격)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크라이나의 어떤 산업 분야, 어떤 지역의 기업이든 비교적 값싼 장거리 제트 드론으로 공격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 경제적 피해는 그만큼 더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든 이번 겨울을 버텨낸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손실의 여파는 장기적이고, 참담할 수 있다.

더 큰 고민은 유럽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전쟁 비용을 부담할지 여부다. 서방 외신에 따르면 유럽은 키예프의 최근 긴급 자금 지원 요청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추가 자금 지원을 받으려면 우크라이나가 부패 척결과 재정 개혁을 앞당겨야 한다는 등 일정 조건을 내걸었다는 보도(파이낸셜 타임스 10월 2일)도 나왔다. 

내년 상반기에는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의 선거가 예정돼 있다.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반대하는 극우(우익) 세력으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친(親)우크라 국가들을 중심으로 EU 차원의 우크라 재정 지원 방안을 강구중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지난달 25일 엑스(X)를 통해 "회원국들이 유럽평화기금(EPF)의 66억 유로(약 10조2천억원)를 우크라이나로 배정하는 조건에 합의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에 희소식이고, 러시아에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유럽평화기금은 EU가 협력 관계에 있는 비회원국에 대한 군사 지원을 위해 만든 특별 기금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EU는 이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한 회원국들의 비용을 부분 보전하는 데 쓰기로 했다. 그러나 친(親)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전 헝가리 총리가 2023년 5월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로는 집행되지 못했고, EU 회원국들은 오르반 전 총리의 실각(2026년 4월) 이후 이 기금의 사용 조건을 협상해 왔다. 

이같은 방식으로 향후 1~2년 동안의 자금을 확보한다고 해도 국토와 경제 전반이 파괴된 우크라이나가 장기적으로 소모전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는 없다고 봐야 한다.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인의 해외 탈출이 늘어나고, 지원된 자금이 권력형 비리 등으로 유야무야 사라지면 최전방에 대한 후방 지원(병력및 병참 보급)마저 마비될 수 있다. 후방 지원이 없으면 군대는 전투를 치를 수 없다. 러시아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전략이다.

러시아가 이같은 전략으로 1~2년 안에 우크라이나의 사회·경제적 삶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대표적인 인물은 우크라 유럽연대당 소속 알렉세이 곤차렌코 의원)이지만 나오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러시아도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제트 드론에 대한 요격 방안을 찾거나, 자체 개발한 탄도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로 날려 더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첫 우크라이나산 탄도 미사일 '펠리컨'의 공격 소식은 10월 2일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해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탄도미사일 FP-7 발사 장면/사진출처:젤렌스키 대통령 텔레그램 채널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탄도미사일 FP-7 발사 장면/사진출처:젤렌스키 대통령 텔레그램 채널

돈바스 전선에서도 러시아군이 현재의 계약병 증원만으로 진격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동원령이라도 내린다면, 러시아 내부에서 큰 사회적 혼란이 빚어질 것이다. 러시아 사회의 전쟁 피로감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1일 발다이 클럽 국제 포럼에서 평화적 해결 방안 찾기를 원한다면서도 특수군사작전(전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웬만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따라서 러시아로부터 전면 휴전(혹은 부분적인 에너지 및 해상 휴전)의 동의를 얻어내려면 채찍보다는 당근이 더 유익해 보인다. 예를 들면 크렘린이 이미 에너지 휴전 의 조건으로 명시적으로 내건 서방의 대(對)러 제재 해제와 같은 당근책이다. 휴전이 러시아와 유럽 간의 관계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명확한 신호를 유럽 측이 보낸다면, 러시아가 휴전에 동의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러한 신호는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트럼프 미 대통령이 러시아의 경유 수출 차단을 해제하기 위한 에너지 휴전을 요구하고, 많은 국가들이 러-우크라 양국으로부터 농산물 수입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일부 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정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안도, 이집트, 튀르키예(터키)가 이미 러-우크라 측에 휴전안을 제시한 상태(시비가 우크라 외무장관 발표)다. 

독일 일간지 베를리너 베이퉁도 1일 스트라나.ua와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매체는 크렘린의 새로운 겨울 전략, 즉 에너지 부문과 항만, 산업 시설에 대한 공격 강화는 이미 수백억 달러의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경제에 더욱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썼다.

코레츠키 우크라이나 총리는 러시아의 최근 공습을 "새로운 국면"으로 규정하며, "여름 이후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적의 공격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매일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또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와 서방에서 러시아의 전쟁 전략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며 "크렘린은 이번 겨울에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파괴하고, 하르코프(하르키우)와 드니프로와 같은 전선 인근 주요 도시의 상수도와 난방을 차단해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한 뒤 키예프 지도부로부터 양보를 받아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방어하는 입장의 우크라이나가 해결해야 할 화급한 문제는 취약한 방공망이다. 알렉세이 곤차렌코 우크라이나 의원은 지난달 28일 "러시아군이 키예프 상공의 제공권을 장악했다"며 "제트 추진 드론이 아닌 일반 샤헤드 드론이 키예프의 국립과학원을 강타했는데, 우리 방공망은 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같은 요격 수단이 없다는 건 알겠는데, 일반 러시아 샤헤드 드론은 왜 격추를 못하는 것이냐"는 따끔한 질책이다. 

공황 상태로 내몰린 키예프 사회의 심리도 변수다.
우크라이나 사회학 연구 그룹 '레이팅'의 알렉세이 안티포비치 소장에 따르면, 전쟁 이후 처음으로 키예프시(市)의 사기가 우크라이나 도시 중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 안티포비치 소장은 "키예프 시민 분위기가 공황 상태이거나 재앙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의 미래와 키예프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는 하르코프, 드니프로, 오데사와 같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더 부정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역적으로 볼 때, 키예프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불안해하는 도시"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대(對)국민 사기 진작을 위해 최근 자체 탄도미사일 '펠리컨' 의 개발 소식과 돈바스 전선(리만 인근 지역)에서의 영토 탈환 전과, 키예프 교량 공격에 대한 보복 선언에 이어 러시아의 정유시설에 대한 공습 재개 등을 발표하고 내세우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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