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Mar 2026

이란 전쟁의 장기화 조짐에 우크라의 장기전 전략도 무위로? 러시아 대공세에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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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은 14일로 보름째(15일)다.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군의 이란 핵시설 대공습으로 요약되는 '12일 전쟁'을 간단히 넘어섰다. 이번 기회에 이란을 길들이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야망과 이란의 저항 의지를 두루 살피면, 앞으로도 종전(휴전)이 쉽지 없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지난 12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이란 전쟁 13일차'(Война в Иране. День 13-й) 코너에서 이란의 새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첫 공식 성명을 전했다. 모즈타바는 "중동의 모든 미군 기지를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고 명령했다. 또한 공습 첫날 사망한 아버지 하메네이 등 순교자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공습 첫날 부상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직접 카메라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국면에서는 공식석상에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이 저항의 축으로 선택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 백악관은 이같은 이란의 보복 대응을 과소평가하는 우(愚)를 저질렀다고 미 일간지 뉴욕 타임스(NYT)가 10일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기뢰 부설함및 공격함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하더니 뒤이어 한국을 비롯한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의 항해 정상화를 위해 파병을 요청했다. 위험 요소를 제거했으니 오라고 손짓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통과는 이란이 선택한 국적의 선박만 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이미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은 90% 감소했고, 걸프(중동) 산유국들은 하루치 세계 수요의 약 10%에 이르는 1천만 배럴의 생산을 줄였다. 미국 등 서방 세계가 긴급하게 비축유를 풀었지만,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들/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들/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이란 전쟁이 길어질수록 군사적, 경제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표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 강대국인 러시아는 미국의 일시적인 제재 해제로 하루에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가뜩이나 부족한 에너지난에 미국 주요 무기의 공급 중단, 유럽연합(EU)의 재정 지원 의지 약화 등이 겹쳐 전쟁 지속 능력이 계속 떨어질 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쟁을 1~2년 더 끌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우크라이나에서 나왔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인스카야 프라우다(우크라이나 프라우다)는 12일 집권 여당 '인민의 종'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 ​​정치인들이 전쟁 비용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쟁을 1년 반에서 2년 더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은 '1년 반이나 2년만 더 버텨라. 우리가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앞으로 수년간 선거를 치르지 않는 시나리오와 그러한 상황에서 최고라다(의회)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의 수립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의 유력한 한 참모가 말했다.

우크라인스카야 프라우다는 반(反)젤렌스키 성향의 올리가르히 토마스 피알라가 소유한 언론 매체다. 

이 보도가 EU의 대(對)우크라 공식 지원 방안과 무관한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EU는 지난해(2025년) 12월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향후 2년(2026년, 2027년)에 걸쳐 우크라이나 재정 수요의 약 3분의 2 가량을 충당할 수 있도록 900억 유로를 차관 방식으로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600억 유로는 국방력 강화 및 군사 장비 구매에, 나머지 300억 유로는 거시 재정 및 단기 예산 지원에 배정된다. EU의 차관은 2026년 1분기에 우크라이나의 재정이 고갈될 것으로 보고 4월부터 제공될 전망이다. 다만,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이 차단된데 대한 보복으로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2025년 12월에 열린 EU 정상회의/사진출처:엑스@eucopresident
2025년 12월에 열린 EU 정상회의/사진출처:엑스@eucopresident

우크라인스카야 프라우다의 보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향후 3년간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2월 기사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했는데, 공교롭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란 전쟁으로 주요 언론 보도의 뒷전으로 밀린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평화협상 혹은 휴전협상이 시작되면, 양측은 서로 한뼘의 영토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기 마련인데, 러-우크라도 마찬가지일까? 미-라-우크라 3자 평화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도네츠크주 철군)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으니, 러시아 공세의 방향도 바뀌지 않았을까?

스트라나.ua는 12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봄철 대공세를 예고했고, 알렉산드르(올렉산드르) 코마렌코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은 '올해에는 적이 예상하지 못할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란 전쟁이 터진 이후 러시아군의 봄·여름 공격과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전망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드론이 전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편이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미리 정해진 시간에 한 방향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어리석다"고 짚었다. 큰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오토바이 보병부대가 우크라이나가 설치한 철조망을 통과하고 있다. 오토바이 한 대를 철조망 위에 눕혀놓고 그 위로 뛰어넘고 있다/텔레그램 영상 캡처
러시아 오토바이 보병부대가 우크라이나가 설치한 철조망을 통과하고 있다. 오토바이 한 대를 철조망 위에 눕혀놓고 그 위로 뛰어넘고 있다/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오토바이 부대가 진격하는 장면/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오토바이 부대가 진격하는 장면/텔레그램 영상 캡처

전투는 현재 러-우크라군 공히 소규모 보병 부대(예를 들면 오토바이 부대)를 지속적으로 적 진지로 침투시키는 동시에, 적의 드론 조종사(운영자)를 제거해 드론으로 조성된 '킬 존'을 뚫고 진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작전은 근본적으로 적의 방어선을 끊임없이 두들겨 약점을 찾아내고, 발견 즉시 돌파를 시도하는 것이다.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도 적의 드론 조종사를 얼마나 빨리 추적해 제거하느냐에 달렸다.

또 다른 요인이 있다면 날씨다. 안개가 잔뜩 낀 날에는 드론이 침투하는 적의 보병을 포착할 수가 없다. 지난해 10월, 11월, 12월 안개가 잦았던 시기에 러시아군은 포크로프스크와 미르노그라드, 굴랴애 폴레 등에서 괄목할 만한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봄철이라는 계절도 공격 부대에게 유리하다. 과거에는 우거진 수풀 속에 숨는 게 방어 부대에게 유리했는데, 드론이 지배하는 지금은 거꾸로다. 수풀 속에 숨여 공격하면 적의 드론 감시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의 봄·여름 대공세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도 적의 드론이 설정한 '킬 존'을 뚫기가 쉽지 않다.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진격이 더딜 수밖에 없다. 

스트라나.ua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보다 더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드론 조종사의 위치를 ​​파악한 뒤 제거하는 군사적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점을 바탕으로 주요 전선에서 꾸준히 전진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은 병력 부족에다 러시아군의 강력한 방어선에 막혀 일시적으로 성공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퇴각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군은 반격할 게 아니라 방어에 전념하면서 병력 손실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같은 전투 양상은 '작은 침투 작전 천 번'이라는 전술로 적의 인적, 물적, 정신적 자원을 소진시켜 (병력과 군수 물자의) 양적 우위를 질적 우위로 바꾼 뒤 방어선을 돌파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를 뒤집는 방법은 드론 활용 측면에서 상당한 군사적,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어느 쪽에서도 그러한 징후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또 어느 한쪽이 혁신적인 새로운 작전을 도입하면, 상대가 즉각 따라하면서 전력 균형이 맞춰지는 양상이다. 

미국 전쟁연구소의 2026년 2월 우크라이나 전황 지도/출처:understandingwar.org
미국 전쟁연구소의 2026년 2월 우크라이나 전황 지도/출처:understandingwar.org

스트라나.ua는 러시아군의 봄·여름 공세가 △산업 중심지인 자포로제(자포리자)와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州)의 주도 드네프로 △브랸스크와 쿠르스크, 벨고로드 등 러시아 접경 지역의 안정을 담보할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 우크라이나의 2대 도시인 하르코프(하르키우) 쪽으로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다음이 미-러-우크라 평화협상에서 논의되는 도네츠크 지역이다.

그 이유는 △자포로제와 드네프로는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보급 기지이고 △접경 지역에 완충지대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며 △하르코프 점령은 수도 키예프(키이우) 점령에 못지 않는 파장을 몰고 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의 독-소 전쟁에서 하르코프는 치열한 격전지이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협상 대상지역인 도네츠크주가 아닌 대도시 겸 산업 중심지를 노리는 것은, 도시 외곽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도시 기능을 마비시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최전선으로 가는 보급로에도 타격을 준다. 만약 자포로제와 드네프르를 점령하면 러시아군은 드네프르강 서안(西岸)에 교두보를 확보하고, 서진(西進)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여기서 북진(北進)하면, 러시아는 크림반도로 향하는 육로 수송에 대한 안전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다. 당연히 우크라이나군의 크림대교 공격도 어려워진다.

하르코프 점령도 마찬가지다. 특히 하르코프 남쪽에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가스전이 있다. 다만 하르키우는 자포로제나 드네프르와는 달리 최근 몇 년 동안 견고한 다층 방어선을 구축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현재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도네츠크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발을 뺄 수는 없다. 도네츠크 전선이 다소 정체되더라도, 자포로제와 드네프르, 하르코프, 그리고 러-우크라 국경지역으로 공세의 비중을 높여나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은 상대적이다. 러시아군의 주요 공세가 예상되는 지역에서 선공(先攻)을 가해 적의 예봉을 꺾는다는 것.

코마렌코 작전총국장의 '적이 예상치 못할 작전' 발언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러시아 본토에 대한 기습 공격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2024년 8월의 러시아 쿠르스크주 점령이나 러시아 핵전력을 겨냥한 '거미줄 작전'과 같은 기상천외한(?) 드론 공격이다. 이러한 공격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사기를 진작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사진출처:우크라군 총참모부 페북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사진출처:우크라군 총참모부 페북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이란 전쟁은 러-우크라의 장기 군사 전략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안겨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크라이나의 장기전 전략은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의 재정 및 경제적 문제를 심화하고, △러시아의 자원이 고갈되면서 국민들은 전시체제로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사회적 불만이 폭발해 러시아 내부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는 기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경우, 크렘린은 전쟁 종식 조건에 대해 상당한 양보를 하거나, 국내의 불안정으로 군사적 패배 직전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우크라이나의 야심적인 반격 작전이 실패하고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끈 '바그너 용병 그룹'의 군사 반란이 무위로 돌아간 뒤 수립된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전략은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정당성을 의심받았다.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가 먼저 재정 및 군사적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 유력했다. 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유가 상승, 서방의 군사지원 차질 가능성 등으로 우크라이나의 장기 버티기 전략은 끝내 무위로 돌아가기 직전에 놓였다고 스트라나.ua는 진단했다

이란 전쟁의 발발 이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의 장기전 전략이 러시아에서 먹혀들고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요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공세를 막으면서, 평화 협상에서 미-러시아의 영토 양보 주장을 거부하며 시간을 끈 결과, 러시아에서 사회경제적 문제가 심각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 특히 서방의 대(對)러 에너지 제재와 국제 유가의 하락으로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부문의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2026년 1월과 2월, 두달 간 석유 및 가스 수출에 따른 러시아 연방의 세수가 전년 동기 대비 47.1% 감소한 8천260억 루블에 그쳤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러시아는 전쟁 비용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 서방이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나선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물론, 러시아가 향후 1~2년 동안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우크라이나에 기대감을 안겨주기에는 충분했다.

미-이스라엘군의 공습에 피해가 늘어나는 이란/사진출처:엑스(X)
미-이스라엘군의 공습에 피해가 늘어나는 이란/사진출처:엑스(X)

그러나 이란 전쟁은 이 모든 희망과 기대를 좌절로 바꿔놓고 말았다. 오히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우크라이나는 2023년 이후 수립된 '장기 버티기 전략'을 완전히 수정해야 할 지도 모른다. 미-러-우크라 3자 평화협상에서 영토 양보에 응하거나, 국민 전체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전시 체제의 강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종 결정을 가능한 한 미루고 싶을 것이다. 이란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기도할 지도 모른다. 전문가와 군인,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드론 방어팀'을 세 팀이나 중동으로 파견한 것은 그에게 마지막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란 전쟁이 더욱 늘어지고, 우크라이나의 군사 및 재정 자원이 고갈되기 시작한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입장에서 평화협상에 임해야 할 수도 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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