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31일까지 서울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리는 러시아 디지털 특별전 ‘찬란한 에르미타주’의 원형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지난 주말 한 관람객의 난동으로 연방 방위군이 출동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rbc 등 러시아 언론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전에 위치한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40대의 한 남성이 성 게오르기(조지) 홀 중앙에 전시된 옥좌(玉座, 왕좌보다 한 단계 높은 황제급의 의자)를 점거하고, 박물관 직원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대치하다 출동한 연방 방위군(росгвардия, 원래는 내무부 산하 무장경찰 Внутренние войска МВД로 불리다가 2016년 연방 방위군으로 개편/편집자)에 의해 체포됐다.
이 남성은 이날 접근 금지 망을 넘어 17세기 황제의 대형 옥좌에 앉아 자신을 사업가라고 소개한 뒤 파산과 뇌물, 대출 등을 관한 서류를 큰 소리로 읽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조사 결과, 45세의 이 남성은 인근 지역의 사업가로 확인됐다. 박물관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러시아 연방방위군은 관람객들을 홀 밖으로 내보낸 뒤 남성을 체포했다. 남성은 정신 감정및 치료를 위해 전문 의료 시설로 넘겨질 예정이다.
옥좌가 놓인 성 게오르기 홀은 제정러시아 황실의 주요 접견실 중 하나로, 주로 공식 행사와 연회에 사용됐다. 옥좌는 벨벳과 은, 쌍두 독수리로 장식돼 러시아 차르 체제의 상징 중 하나로 꼽힌다. 미하일 피오트로프스키 에르미타주 박물관장은 박물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접근 금지 울타리를 넘어가 옥좌에 앉은 행동은 기물 파손 행위"라고 비난하며 "이같은 행동은 다른 방문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위협이 되므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 세계 주요 박물관들이 점점 더 이기주의적인 자기 표현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실제로 에르미타주를 비롯한 전세계 주요 박물관들은 특정 목표를 지닌 단체와 관람객의 전시품 훼손 행위로 난을 겪고 있다. 에르미타주에서는 지난 3월 한 남성이 18세기 왕좌를 훼손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약 85만 루블의 배상금 지급 명령을 받았다. 이 남성은 1년 전 박물관에 전시된 몰타 기사단 총사령관의 왕좌에 앉아 셀카를 찍다가 왕좌와 금박을 입힌 받침대를 훼손한 혐의로 입건됐다.
또 환경 운동가들이 2024년 1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품에 대한 권리'를 홍보한다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에 뜨거운 수프를 부었다. 다행히 모나리자는 두꺼운 강화 유리 속에 들어 있었다.
앞서 2023년 11월에는 환경 운동가들은 석유 시추의 중단을 요구하며 런던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훼손했다. 이들은 새로운 석유 및 가스 시추 허가가 환경 파괴를 일으켜 수백만 명의 사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2023년 10월에는 기후 운동 단체인 클리막시모(Climаximo) 소속 활동가 두 명이 리스본의 한 박물관에 전시된 파블로 피카소의 1929년 작품 '안락의자에 앉은 여인'에 페인트를 쏟아부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