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Sep 2026

연재)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제 6화-미완의 창조

한반도 위기를 촉매재로 삼아 한-미 양국의 최고위층에서 벌어지는 카지노 자본주의, 국각 권력이 금융시장의 핵무기 격인 파생상품으로 '잭팟'을 노리는 거대한 음모를 담은 본격 추리 소설 '데칼코마니-신들의 화폐'를 작가의 양해를 얻어 연재한다. 

☜이 소설은 한반도 위기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추리 소설이며, 등장 인명·지명·기관·사건 등은 사실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 5편]에서 계속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
   제 6화 미완의 창조]

한 남자가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대형 TV가 켜지자 어둠 속에서 황홀하면서도 처연한 빛이 번져 나왔다. 은하는 깊고 아득한 심연의 입구처럼,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

침묵으로 숨 쉬는 우주. 그 평온한 은하의 숨결 앞에서 인간은 늘 욕망으로만 대답해 왔다. 

무한히 펼쳐진 별의 행진, 생성과 소멸이 맞물린 시간의 바다. 거대한 항성의 폭발은 마치 인간의 분노 같았고, 다시 피어나는 빛은 사랑의 잔불 같았다. 

별빛은 무심했다. 
하지만 우주의 질서와 리듬 속에는 묘하게도 인간의 호흡, 그 미미하고 불완전한 박동이 스며 있는 듯했다. 화면을 지켜보던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별빛은 멀지만, 그 질서와 리듬은 묘하게 인간의 숨결을 닮았어.’ 

우주는 매 순간 자신을 태우며 다시 태어났다. 영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구는 그 거대한 숨결 속의 먼지였고, 인간은 그 작은 먼지 위에 드리운 보이지 않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그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 
‘탄생의 순간부터 예고된 죽음. 그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단 한 번의 삶. 연습도, 시연도 없는 인생이란 무대… 그 무대에 우리가 남기는 건 오직 허무뿐인가?’ 

그것은 그의 영혼에서 흘러나온 중얼거림이었다. 


사진출처:위키 백과 

 

채널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생존의 법칙이 펼쳐졌다. 
한 무리의 작은 육식공룡이 거대한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끈질기게 갉아먹고 있었다. 이어 거대한 운석이 지구를 강타했고, 화면은 한순간 백색으로 번쩍인 뒤 검은 침묵으로 뒤집혔다. 
또 하나의 대멸종. 

다시 장면이 전환되었다. 사자 무리가 들소를 공격했다. 한 마리 들소가 산 채로 물어뜯기며 울부짖었고, 무리는 겁에 질려 흩어졌다. 그러나 다른 들소가 몸을 돌려 사자들을 정면으로 들이받자, 사자들은 즉시 물러났다. 

그는 리모컨을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었다.’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생명의 존엄성은 결국 연대와 사랑인가. 이것도 신의 섭리이고 자연의 질서일까?’ 

채널은 다시 바뀌었다. 이번에는 전쟁과 문명의 그림자가 눈앞에 드리워졌다. 진시황의 통일과 만리장성,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과 로마 제국의 팽창, 칭기즈칸과 나폴레옹의 발자취, 그리고 두 차례의 세계 대전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명이라 불리는 거대한 탑은 언제나 수많은 희생 위에 세워져 왔다. 

인간의 존엄은 단 한 번도 온전히 지켜진 적이 없었다. 

‘역사는 불의의 완성이었고, 인류의 문명은 불의의 축복이었다.’ 
그는 침을 삼켜가며 자신에게 되물었다. 
“우린 생존자인가, 방관자인가, 아니면 가해자였던가?” 

현재도 인류는 역사의 궤적에서 악을 행한 집단 살인마들, 그 전쟁광들을 영웅이라 부르고 있다. 탐욕과 권력의 화신, 무자비한 약탈과 겁탈, 잔인한 살육을 자행한 자들은 지구촌의 모든 교과서에서 위대한 정복자로 미화되고, 찬양받고, 추앙받는다. 

그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야. 역사가 거짓의 영웅담을 강요하기에, 아직도 강자의 탐욕과 약탈은 세대를 넘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어.’ 

그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뛰고 있었다. 

오늘날 지구촌에는 여전히 굶주림과 전쟁, 질병과 가난 속에서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80억 명의 인류. 5초마다 한 명, 1년에 약 6천만 명이 기아로 사망했다. 누군가는 매일 음식을 버렸고, 누군가는 한 끼를 얻지 못해 생을 잃었다. 

‘인류의 세계는 광기 어린 탐욕의 시대다. 마침내 그 탐욕이 신이 되었음에도, 정의는 여전히 유배 중인가.’ 

화면 속에는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흘렀다. 높은 빌딩, 빛나는 거리, 번쩍이는 주식 전광판, 웃고 있는 부자들. 그리고 그 화면 너머 어딘가에는 보이지 않는 굶주림과 절망이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신을 찾았지만, 따르지 않았다. 그 대신 늘 탐욕을 택했다.’ 

그의 시선이 화면을 벗어나 허공으로 향했다. 
“신은 왜 오직 약육강식의 불공정한 섭리로 세상을 창조한 것인가. 결국 스스로 신이 된 자들이 여전히 창조의 여백을 약탈과 살육으로 메우고 있다.” 

방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신은 언제까지 이런 세상을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그의 시선은 이미 시공의 경계를 꿰뚫는 듯했다. 
“신이 남긴 창조의 여백은 인간에게 던져진 과제일 거야.” 

그의 눈빛이 번쩍였다. 
“우린 그 여백을 메우기 위해 태어난 존재일지도 몰라. 우리가 그 빈틈을 채우고, 간극을 메워야 한다.”  

그 순간, 그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걸 공존과 상생, 사랑과 화합으로 채워야 한다. 그 선택이 바로 역사의 방향이고, 미래의 궤적일 것이다.” 

늘 TV 앞에서 원초적 의문에 대한 해법을 갈망하던 남자. 그의 이름은 전동혁이었다. 

지리산을 다녀온 날에도 그는 TV를 켰다. 화면에는 수나라와 당나라, 청나라와 몽골, 일본의 침략, 그리고 한국전쟁의 참혹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화면 속의 살육을 지켜보다가 이를 악물었다. 
‘억울하다.’ 

분노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올랐다. 
‘수천 년 동안 강탈당한 금은보화를 되찾고, 죽임을 당한 선조들의 원한을 풀어야 한다. 세계 최강국이 되어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쓰는 거야.’ 

그가 벌떡 일어섰다. 그의 주먹이 단단히 쥐어졌다. 그러나 복수심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증오는 또 다른 전쟁을 부를 뿐이었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하지만 그의 분노는 갈 곳을 찾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분노는 방향을 잡을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 
순간 방 안의 공기가 팽팽히 당겨졌다. 

그는 다시 화면을 떠올렸다. 별의 탄생과 소멸. 사자의 공격과 들소의 연대. 정복자의 영광과 짓밟힌 이들의 피. 그 모든 장면이 하나의 거대한 문장처럼 그의 머릿속에서 이어졌다. 

‘우주는 그 자체로 완성된 법칙이 아니라, 여전히 미완의 문장이었어.’ 

그는 천천히 가슴을 폈다. 
‘그리고 인간은 그 문장 끝의 쉼표였지.’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 쉼표를 언제 마침표로 바꿀지, 그것은 결국 인간의 선택일 것이다.’ 

그의 고뇌는 서서히 결심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권력도 없었다. 돈도 없었다. 
세상을 움직일 힘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오직 하나가 남아 있었다. 세상이 외면한 빈 틈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눈.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해야 할 질문들이었다. 그는 숨을 들이마셨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의 눈빛이 하늘을 꿰뚫듯 번쩍였다. 
‘무엇부터?!’ 

그날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왔다. 역사는 늘 어둠 속에서 방향을 틀었다. 

이제, 그의 분노는 역사의 시험대에 설 것이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 제 7화 생각의 오류]로 이어집니다.

바이러시아 buyrussia21@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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