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를 촉매재로 삼아 한-미 양국의 최고위층에서 벌어지는 카지노 자본주의, 국가 권력이 금융시장의 핵무기 격인 파생상품으로 '잭팟'을 노리는 거대한 음모를 담은 본격 추리 소설 '데칼코마니-신들의 화폐'를 작가의 양해를 얻어 연재한다.
☜이 소설은 한반도 위기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추리 소설이며, 등장 인명·지명·기관·사건 등은 사실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제 6화 미완의 창조]에서 계속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
제 7화 생각의 오류]
미국 대통령 프롬펠은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확신에 차 있었다.
이제 석 달만 지나면 자신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금융 전문가인 칼로스도, 그의 욕망이 곧 현실이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 듯 보였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온 세상을 닦달하던 그가 이렇게 여유롭게 웃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정보의 가치는 거짓이 없어 보였다. 아니, 틀림없는 최고의 정보였다.
프롬펠은 잔에 든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켰다. 황금빛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가자, 그의 입가에 느긋한 미소가 번졌다.
“내가 그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아주 강한 예감이 왔어.”
그가 눈빛을 번쩍이며 말을 이어갔다.
“왠지 큰 행운을 가져다줄 것 같은 직감 말이야. 매일 황금알을 낳는 거위, 그런 거 말이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낮아진 목소리로 덧붙였다.
“난 예감과 직감이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어.”
그의 목소리는 낮아졌지만, 확신의 온도는 더 뜨거워졌다.
“그래서 퇴임한 후에 북한의 김 위원장과 손잡고, 북한에서 큰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지. 그런데 이런 행운이 제 발로 날 찾아왔어.”
그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밀어 넣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이건 엄청난 축복이야!”
그는 몹시 들떠 있었다.
“빨리하시게. 자금도 모두 그쪽으로.”
그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칼로스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네. 그럼 이번 건이 마지막인가요?”
그녀는 내심 그의 속마음을 떠보고 있었다.
돈은 결코 배부르지 않았다. 그 옆에는 늘 탐욕이라는 괴물이 매달려 끝없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프롬펠은 이미 큰돈을 벌었고, 이번 건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가능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멈출 때였다. 적어도 그녀의 생각은 그랬다.
그녀는 더 많은 돈보다 삶의 온기를 원했다. 프롬펠에 대한 환멸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이번 건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프롬펠의 반응은 예상보다 거칠었다.
“칼로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무슨 소리야? 왜 그만둬! 큰 돈이 바로 발 밑에 굴러와 있는데, 그걸 걷어차겠다는 건가? 미친 거 아냐?”
막말을 쏟아 내는 순간, 프롬펠은 곧바로 깨달았다.
자신은 그녀를 질책할 처지가 아니었다.
‘아차.’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런, 큰 실수를 했군.’
그는 화술의 대가답게 재빨리 일그러진 얼굴을 미소로 말아 올렸다. 그리고 방금 내뱉은 막말을 은근슬쩍 흐렸다.
“아니, 내 말은… 지구상의 모든 돈을 다 가질 수 있지 않소. 하하하. 너무도 쉽게, 아무도 모르게 말이오.”
그는 웃었다. 그러나 그의 욕망은 어느새 세계 최고의 부자를 넘어, 지구상의 모든 돈을 가지고 싶다며 커지고 있었다.
칼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프롬펠을 만난 이후 엄청난 부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턱없이 적은 성공 보수를 제안해 놓고, 경비나 비용 한 푼 제대로 지불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가 오늘 자산 운용사를 설립하고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음에도, 그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다. 자산 운용사의 설립과 운영에 들어가는 막대한 경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칼로스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 사람은 탐욕이란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야. 그리고 이제 그 바이러스로 세상을 망하게 할 거야.’
그녀는 차갑게 결론을 내렸다.
‘이자는 괴물 그 자체야. 이번 건이 끝나면 반드시 떠나야 해.’
말이 없어진 칼로스를 보며, 눈치 빠른 프롬펠이 잽싸게 상황을 무마했다.
“칼로스.”
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그동안 정말 수고하셨네. 내 자네에게 천만 달러를 주겠네. 큰 돈이야. 사고 싶은 것 마음대로 사시게. 하하하.”
그는 웃고 있었지만, 속은 쓰렸다.
‘이런. 성질 한 번 냈다가 무려 천만 달러가 나가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에서 불편한 감정을 재빨리 읽어 냈다.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녀는 지존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풀어야 했다.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칼로스는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건조했다.
온기조차 없었다.
프롬펠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번졌다. 이번에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무거운 순금 상자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상자는 한국식 문양으로 정성스럽게 장식되어 있었다. 황금빛 표면에는 정교한 무늬가 번쩍였다.
프롬펠이 포장을 벗기자, 사각의 모서리마다 용이 하늘로 치솟는 형상이 드러났다. 손잡이에는 또 한 마리의 용이 구름을 가르며 승천하는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 자체로 고가의 예술품이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com
프롬펠이 으쓱하며 말했다.
“정말 멋지지 않소? 대작이오.”
그는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내가 직접 달아 보니, 순금 무게만 7.7킬로그램이요. 이래서 내가 그를 좋은 친구라 하는 거요.”
프롬펠은 용머리 모양의 황금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 안에는 아카시아 향수, 로열젤리와 꽃가루, 그리고 아카시아 차가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지난번 김 위원장과 회담할 때 그가 건강에 좋다며 딱 한 세트를 내게 선물했소.”
그는 큰 인심이라도 쓰는 사람처럼 웃었다.
“이 귀한 걸 내가 그대에게 주겠소. 하하하.”
칼로스의 시선이 상자 안에서 잠시 멈췄다.
그리고 짧게 고개를 숙였다.
“네. 감사합니다.”
프롬펠은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나 그녀의 속마음을 읽을 만한 표정은 없었다. 만족했는지, 화가 안 풀렸는지, 계산 중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그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조명이 조금만 바뀌어도 그녀의 얼굴에는 그늘이 더 짙어지는 듯했다. 그의 불안은 점점 비늘처럼 돋아나 온몸을 덮어 가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칼로스가 일어섰다.
프롬펠은 얼른 경호원을 불러 상자를 들게 했다. 그리고 재빠른 동작으로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가 그녀를 배웅했다.
그는 두 팔을 벌리며 과장된 너스레를 떨었다.
“칼로스, 오늘 선물,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소. 그대는 내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오.”
그가 웃는 순간, 조명이 밀어낸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그 그림자가 마치 악마의 날개처럼 그녀를 향해 덮쳐 오는 듯했다.
칼로스의 예민한 촉이 번쩍였다. 묵직한 경고등이 켜졌다.
‘이건 불길한 징조인가.’
하지만 그녀는 곧 그 생각을 밀어냈다.
‘아니야. 오늘 내가 몹시 피곤한 것이다.’
칼로스는 눈의 초점을 다잡았다. 그리고 미소를 얹어 프롬펠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두껍고 미지근했다. 축축한 땀이 손바닥에 배어 있었다. 그 감촉이 닿는 순간, 그녀의 온몸에 소름이 올라왔다.
프롬펠은 그 작은 감정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속내를 이미 간파한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감당할 수 없는 모욕감이 그의 가슴 밑바닥에서 솟구쳤다.
‘통제권은 완전히 다 빼앗기고, 나는 그녀의 눈치만 봐야 한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게다가 오늘은 큰 돈과 귀한 황금 선물까지 빼앗겼다.’
칼로스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는 마지막으로 프롬펠을 바라보았다.
프롬펠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이미 웃음이 아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그제야 프롬펠의 얼굴에서 일그러진 미소가 사라졌다.
그의 독수리눈은 이글거리며 그녀가 사라진 문을 쏘아보았다. 자리로 돌아온 프롬펠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턱을 괴고 앉아 눈을 번뜩였다. 인터폰을 눌렀다.
“한트 케리를 연결 해. 지금 당장.”
한트 케리. CIA 국장. 드디어 그 이름이 소환되었다.
그 순간, 칼로스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프롬펠을 잘 안다고 믿었다.
그의 탐욕도, 허세도, 유치한 과시욕도, 협박처럼 들리는 농담도 모두 읽어 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아직도 잘 모르는 게 있었다.
그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분노였다. 분노한 그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 믿었다. 자신은 사람을 이용할 수 있어도, 결코 이용당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그가 손에 쥐는 무기는 언제나 복수였다.
그리고 지금, 그 분노의 칼날이 그녀를 향해 번쩍이고 있었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 제 8화 검은 카운트다운]으로 이어집니다.
출처 : 바이러시아(https://www.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