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Apr 2026

러시아 경제 어렵다? 푸틴 대통령, "거시 경제 지표가 당초 예측과 다른 이유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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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15일 열린 경제 부처 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경제 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도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4년여간 경제 성장 기반의 붕괴를 막아낸 경제 각료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격려해온 그가 질책성에 가까운 해명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서방의 대(對)러 경제제재. 특히 미국의 에너지 제재 조치가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경제적 현실을 인정했다는 것. 또 실무 부처를 향해 러시아 경제의 현주소를 면밀히 살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의 이번 지시로 경제 전반을 되돌아보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경제부처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거시경제 동향이 중앙은행과 정부의 예측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동시에 성장률 회복과 기업 활동 지원, 고용 구조 개선 등을 위한 방안을 찾아 제출해달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지적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는 올해 첫 두 달(1, 2월) 간 국내총생산(GDP)이 1.8% 감소했다. 제조업과 산업 생산, 건설 부문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지난 1일 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2월 GDP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지난달(3월) 4일에 발표된 보고서에는 1월 GDP가 2.1% 감소한 것으로 적시됐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1분기(1~3월) GDP 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해외 시장 상황의 급격한 변동에도 불구하고 재정 균형을 유지하고 지속 성장 가능성을 찾아내고, 경제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과 만난 레셰트니코프 경제개발부 장관/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과 만난 레셰트니코프 경제개발부 장관/사진출처:크렘린.ru

대통령의 지시는 경제 관료들을 바쁘게 만들었다. 당장 이튿날(16일)부터 현지 언론에는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르는 듯한 기사들이 실리기 시작했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막심 레셰트니코프 경제개발부 장관은 17일 "러시아 경제에 비축된 여유 자금이 거의 고갈되었다"며 기업들에게 독자적으로 자구책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전러시아 인프라 및 기업가 정신 지원 포럼에서 "루블화 강세와 노동력 부족, 고금리, 재정 지출의 감소 등으로 러시아의 거시경제 상황은 최근 몇 년보다 더 어려운 상황"으로 진단한 뒤 "그동안 경제 어딘가에 비축해둔 여유 자금이 있었기에 지금까지는 어려운 국면을 버텨낼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 여력마저 고갈됐다"고 말했다.

기업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그는 (전비를 충당하기 위한) 세제 개편과 루블화 강세, 고금리를 들었다. 그는 그러나 기업들에게 "달라진 경영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며 제반 비용의 관리와 통제, IT와 AI 활용, 노동 생산성 향상 등을 기업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정부도 기업들이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실질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그는 약속했다.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사진출처:러시아 중앙은행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사진출처:러시아 중앙은행

전날(16일)에는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오랫동안 이어져온 통화 긴축 정책(고금리 정책)의 불가피성을 설파했다.
rbc에 따르면 그녀는 모스크바 증권거래소 포럼에서 "많은 사람들이 장기간의 통화 긴축 정책에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현 경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노동력 부족과 같은 외부 환경이 반영구적으로 고착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회의에서 1월 실업률은 2.2%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물가상승률도 전년 대비 6% 미만을 기록했다고 밝혔으나, 그 수치가 실제적으로 갖는 의미와 원인에 대한 분석이 실무진(중앙은행)과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경기 과열의 증거인 실업률 2%와 지난해(2025년) 초 10%까지 치솟은 물가 등은 높은 경제 성장 때문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노동부에 따르면 러시아의 현 경제활동인구는 7.470만 명. 하지만 러시아 산업기업가협회는 2030년까지의 중기 전망으로 노동력 부족이 300만 명 이상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앙은행은 농업과 제조업, 에너지 및 상수도 분야에서, 노동부는 생산 및 서비스직, 기술직 분야에서 심각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에 대해 조경전문업체 리아나 그린을 운영하는 리아나 치스티아코바는 지난 3월 △인구 통계학적 요인과 △인터넷 비즈니스로의 대규모 인력 이동 △소셜미디어(SNS)에 대한 막연한 환상 등을 꼽았다. 가뜩이나 전쟁터로 젊은이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인터넷 비즈니스와 SNS의 활성화로 서비스업이나 제조업 분야에서 사람 구하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앞서 2026년 실업률을 2.6%, 2027년을 2.5%, 2028년을 2.3%로 전망했는데, 낮은 실업률이 러시아의 구조적 인력 부족을 반영하는 셈이다.

레셰트니코프 장관이 지적한 '러시아 경제의 여력 소진'의 근본 원인은 역시 에너지 수입의 감소다. 서방의 대러 에너지 제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러시아산 석유를 송유관으로 수입할 수밖에 없었던 중부 유럽의 내륙국 체코마저도 공급원을 아제르바이잔으로 돌려다. 

rbc에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은 지난해(2025년) 체코의 전체 원유 수입량의 42% 이상을 차지해 최대 석유 공급국가가 됐다고 체코 언론 체스케 노비니(České Noviny)가 16일 보도했다. 오랫동안 50%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해온 러시아는 올들어 7.7%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드루즈바 송유관마저 우크라이나가 지난 3월 폐쇄했기 때문이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지난 3월 체코는 이미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줄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해상을 통한 러시아의 석유 수출은 우크라이나의 집중적인 수출항 공습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러시아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16일 "러시아의 해상 석유 수출량은 지난 6~12일 일주일 동안 16.1% 감소한 하루 29만 1천 톤에 불과했다"며 "2024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3월 말~4월 초 우크라이나군의 집중적인 항만 시설 공격 때문이다.

특히 흑해의 노보로시스크 항은 석유 수출량이 73.2% 급감한 하루 1만 9천 톤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노보로시스크항의 수출 재개가 4월 말까지 불가능할 것"이라며 "4월 말까지 러시아의 해상 원유 수출량이 하루 31만~36만 톤으로 줄어 2023년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투압세 항구 공격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투압세 항구 공격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의 석유 수출항 공격은 20일에도 계속됐다.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의 정유시설이 위치한 흑해 연안의 투압세 항구를 우크라이나는 지난 16일에 이어 이날 또다시 공격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대국민 영상에서 "러시아 석유 인프라를 겨냥한 장거리 타격으로 3월 한달 간 러시아 측에 최소 23억 달러(약 3조4천억원)의 석유 수입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되려 러시아 정부의 전비(戰費) 확충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석유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줄면서 국제 유가는 올라가고, 이에 부담을 느낀 미국이 대러 에너지 제재를 완화, 혹은 해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지난 17일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을 선적한 선박에 대해 내달(5월) 16일까지 판매를 승인하는 제재 완화를 발표했다.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시장 불안이 계속되자, 일시적으로 한달간 대러 석유 제재를 유예한 미국이 이를 더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약속을 이틀 만에 뒤집은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9일 미국의 이같은 제재 유예, 제재 완화 조치를 거세게 비판했지만, 그 과정을 되짚어보면 '자기 얼굴을 침을 밷는 격'이 아닐까 싶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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