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Apr 2026

시민 보호 팽개친 경찰상 보여준 우크라 키예프 총격 사건-경찰 개혁 환상도 끝?

우크라이나에서는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국민에게 총기 휴대를 허용했다. 자신의 신변 안전 보호는 물론, 국가 방위를 위한 자구책 성격이 짙었다. 정부가 민간인들이 국가 방어에 나서라며 무기를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인 중 약 3.4%가 개인적으로 총기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총기 소유가 가능한 국가에서는 필연적으로 총격 사건이 터진다. 오랜 전쟁으로 지치고 길거리 강제동원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우크라이나에서는 개인간 원한이나 사회적 불만을 총격으로 푸는 현상이 더욱 잦을 수도 있다.

21일 미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강제동원에 나선 모병및 군사위원회(병무청) 직원(모병관)들을 겨냥한 공격 건수가 지난해(2025년) 341건으로, 전년(2024년) 대비 거의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만 해도 이미 100건이 넘었다. 일부 사건에서는 총기 등 흉기가 사용돼 모병관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는 게 경찰 측 자료다.

동원령과 같은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폭력 행위 외에도 이웃 간의 불화로, 또는 사회적 불만 세력에 의한 총격사건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지난 주말에도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 2건이나 언론에 보도했다. 
18일 드네프르에서 술에 취한 남성이 현지 병원 응급실에서 입원을 거부하자 자기를 병원으로 후송해온 구급대원에게 권총을 발사했다. 이 병원 응급실은 이같은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고 밝혔다. 다행히 의료진 중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충격적인 사건은 이날 수도 키예프(키이우)에서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0일 지난 주말을 정리하는 기획 기사 중 '키예프 테러 공격과 그 결과'(Теракт в Киеве и его последствия)라는 코너에서 "토요일(18일) 저녁 수도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며 "한 남성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해 다섯 명을 살해하고, 슈퍼마켓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중 또 한 명을 죽였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숨졌다. 

이후 드미트리 바실첸코프로 신원이 확인된 범인은 러시아 공수부대에서 복무한 러시아 시민이라는 소문이 퍼졌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히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도네츠크주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으며, 우크라이나군에서 복무해 군인 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평소에도 총기를 소지한 채 이웃들에게 '나는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고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은 범인이 등록된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지난해 12월 정신병력 유무를 확인하는 의료 증명서 제출로 무기 소유 허가를 갱신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그는 이웃 중 한 명과 다툰 뒤 총을 쏘기 시작했다. 

 

부상한 아이를 돌보는 듯한 경찰관이

 

 

총소리에 놀라 왼쪽 나무 뒤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해


 

줄행랑치는 모습이 고스란이 영상에 찍혔다/영상 캡처



사건 이튿날, 인터넷에 공개된 한 영상으로 우크라이나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영상은 범인의 총격을 피해 도망치다 부상한 10대 소년을 경찰관 두 명이 돌보는 것 같은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자 두 경찰관은 소년을 버려둔 채 줄행랑을 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영상을 본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은 "경찰관들의 행동을 반역 행위"라고 비난했고, 젤렌스키 대통령도 “직무 태만”이라고 질타했다. 이튿날(19일) 두 경찰관이 속한 순찰경찰국(우리 식으로는 경찰청의 교통및 생활안전국) 국장인 예브겐(예브게니) 주코프가 전격 사임했다.

그리고 사건 현장에는 누군가에 의해 "누가 누구를 지키는가"라는 낙서가 등장했다. 이후 검찰에 의해 경찰관 중 한 명의 몸에 부착된 '보디캠'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은 신고를 받고 순찰차가 현장으로 출동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현장에서는 이미 (10대) 소년과 남성, 여성이 부상을 입었고 모두 응급 처치가 필요한 상태였음을 보여준다. 총상을 입은 소년은 경찰관들에게 자기보다 "아버지를 먼저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끝내 숨졌다. 

 

부상한 10대 소년을 버려두고 도망가는 경찰관/경찰관 보디갬 영상 캡처


스트라나.ua는 사임한 주코프 국장(39세)을 우크라이나 경찰 개혁 측면에서 자세힌 다뤘다. 그는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친러 주민들과의 분쟁(소위 우크라이나 동부 내전 사태) 당시, 도네츠크 공항 방어 작전의 지휘관 중 한 명으로, 2015년 11월 순찰경찰국의 창설과 함께 국장을 맡아 우크라이나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경찰 고위직을 지냈다. 대통령과 내무부 장관, 경찰청장 등 상관들의 교체에도 살아 남았다. 순찰경찰국의 이미지 때문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순찰경찰국은 원래 경찰 개혁의 일환으로 부패에 찌든 소련식 경찰을 유럽식 경찰로 만드는 시범 사업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젊은 남녀 순찰 경찰관들의 제복은 미국의 경찰 제복을 연상시키는 등 이전의 소련식 우크라이나 경찰과는 확연히 달랐다. 물론, 순찰경찰국 내부에도 부패가 빠르게 확산됐지만,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경찰 개혁의 모범으로 여겨져 왔다.

순찰경찰의 비교적 좋은 이미지는 이번 사건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가뜩이나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생기기 시작한 부패 이미지가 모병및 군사위원회의 길거리 강제동원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챙기는 '부패의 온상'으로 여겨졌는데, 본연의 임무인 민생 치안마저 내팽겨쳤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코프 국장은 또 사임 후 이틀만에 경찰청장 고문으로 임명됐다. 끈질긴 생명력이다. 

반면, 현장에서 도망친 두 경찰관은 공무상 중대한 과실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은 뒤 21일 2개월간 구속됐다. 이후 정식으로 기소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대국민 연설 영상을 통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들의 현장 대응 절차와 무기 소지 및 사용 규칙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 뒤에는 어디서나 비슷한 지시가 위에서 내려오는 법인가?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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